[독자위원 칼럼] 지역의료기관의 순기능

  • 오피니언
  • 중도일보 독자위원회

[독자위원 칼럼] 지역의료기관의 순기능

김종엽 건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홍보실장)

  • 승인 2020-08-05 07:57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김종엽(건양대병원실장)
김종엽 전문의
필자는 주변 지인들에게 "대전지역 의료서비스 수준은 어때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한마디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의료는 그 분야가 너무 다양해 분야별 편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병원의 경우 수도권의 대형병원과 견주어 양적 차이는 있으나 질적 수준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의료수준은 양이 아닌 질로 평가하는 것이 통상적이니.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대전지역의 의료서비스는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겠다. 특히 응급환자의 경우 오히려 대전지역 주민들은 수도권보다 훨씬 좋은 의료환경에서 신속하고 수준 높은 응급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민 대다수가 의료서비스는 지역별로 편차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아직도 큰 병 걸리면 무조건 서울로 올라가는 사람이 많다. 수도권 대형 의료기관 환자 쏠림에 따른 의료전달체계 붕괴와 의료비 상승, 지방환자의 의료서비스 접근권 문제 등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정부가 이런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크게 의원,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으로 나뉜다. 그중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에 대해 난도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종합병원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3년마다 지정한다. 현재 충남권역에는 총 3개의 종합병원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돼 있다. 진료권역 설정은 상급종합병원이 담당해야 할 지역이라는 공간 단위로, 진료권역을 기준으로 소요 병상 수와 기관 수가 결정된다.



하지만 권역 내 잔여 병상 수를 전국적으로 상대평가하는 현재의 평가 방식은 서울권역에 상급종합병원이 중점적으로 지정되면서 서울권역으로 환자와 의료인력이 집중돼 있다. 이로 인해 지역별 의료격차가 커지고 의료서비스의 공백이 생기게 됐으며 결국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서울권역 환자 쏠림을 억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진료권역 세분화를 위한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나 이번 제4기 상급종합병원 진료권역 설정에 있어 경남권만 동부권과 서부권으로 분리돼 있을 뿐 전반적으로는 형평성 문제 및 지역 간 불균형은 더 심화되고 있다. 충남권역 상급종합병원을 보면 대전·세종시 인구가 181만여 명인데 1개 기관이 지정돼 있고, 천안은 인구가 65만여 명인데도 2개 기관이 지정돼 있다. 충남권역 내 대전과 천안의 의료 생활권이 다르기 때문에 대전권역 내 환자는 서울권 상급종합병원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9년 보건복지부 연구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체계 개선 연구 최종보고서(연구책임자 서울의대 김윤 교수)」에서도 대전시에 최소 2~3개의 상급종합병원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충남권역 상급종합병원 소요 병상 수를 산정할 때 세종시 등 충남권역 인구수 증가에 대한 소요 병상 수를 정확히 산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대전권역에 상급종합병원을 추가로 지정하면 국토의 한가운데 자리한 우수한 교통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지역 중증환자들이 지역의 모든 편의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지역에서는 각종 중증질환 치료능력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의료서비스의 질이 향상되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상급종합병원은 한편으로 중증진료에 집중하게 되는 반면 경증환자의 진료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어 지역 의료기관의 순기능을 충분하게 달성하게 되리라 기대할 수 있다.

대전에서는 제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2021~2013)에 건양대학교병원과 충남대학교병원이 도전장을 던졌다. 현재의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제도가 대전에 유리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료계뿐 아니라 지역구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이 함께 힘을 합쳐야 할 때다. 올해 12월 말 선정결과가 발표됐을 때 함께 기뻐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김종엽 건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홍보실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준비 안된 채 신입생만 받아"… 충남대 반도체 공동 연구소 건립 지연에 학생들 불편
  2. '복지부 이관' 국립대병원 일제히 반발…"역할부터 예산·인력충원 無계획"
  3. '수도권 대신 지방의료를 수술 대상으로' 국립대병원 복지부 이관 '우려'
  4. 설동호 대전교육감 "수험생 모두 최선의 환경에서 실력 발휘하도록"
  5. 대전시의회 교육위 행정사무감사…학폭 예방 교육 실효성·대학 사업 점검
  1. '국힘 VS 민주당' 2026 세종시 리턴매치, 총성 울린다
  2. 가원학교 건물 흔들림 원인 밝혀지지 않았는데 증축 공사?… 행감서 질타
  3. 2025 '도전! 세종 교육행정' 골든벨 퀴즈 대회 성료
  4. 세종교육청 '수능' 앞둔 수험생 유의사항 전달
  5. [대전유학생한마음대회] 유득원 행정부시장 "세계로 잇는 든든한 주인공 뒷받침 최선"

헤드라인 뉴스


늦어지는 팩트시트… "관세 인하 언제쯤?" 지역 수출기업 답답

늦어지는 팩트시트… "관세 인하 언제쯤?" 지역 수출기업 답답

한미 정상회담 이후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 지연으로 실질적인 관세인하가 불투명해지면서 지역 수출기업들이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11일 지역 경제계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주간인 10월 29일 경주에서 정상회담를 갖고 관세·안보 협상을 포함한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양국 간 세부 합의 내용은 거의 마무리됐으며, 팩트시트는 2~3일 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열흘이 지난 현재까지 팩트시트는 발표되지 않았고 25%의..

검찰, 1년간 피해자 110명에 94억 편취한 캄보디아 범죄조직원 53명 구속 기소
검찰, 1년간 피해자 110명에 94억 편취한 캄보디아 범죄조직원 53명 구속 기소

대전지방검철청 홍성지청이 1년간 110명으로부터 94억 원을 편취한 국제 보이스피싱 조직원 53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범죄수익 4억 2000여만 원을 추가로 밝히는 동시에 보이스피싱 총책의 신원을 확인, 해외 공조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홍성지청은 12일 오전 청내 대회의실에서 언론브리핑을 열고 캄보디아·태국 등 동남아 지역에 거점을 둔 기업형 국제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구속 기소, 범죄수익 박탈을 위해 피고인들 전원의 금융계좌·가상자산 계정 등에 대한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특경(사기),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조선시대 해안 방어의 핵심 거점…`서천읍성` 국가유산 사적 지정
조선시대 해안 방어의 핵심 거점…'서천읍성' 국가유산 사적 지정

국가유산청은 충남 서천군에 위치한 '서천읍성(舒川邑城)'을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서천읍성은 조선 세종(1438~1450년) 무렵에 금강 하구를 통해 충청 내륙으로 침입하던 왜구를 막기 위해 쌓은 성으로, 둘레 1645m 규모에 이른다. 조선 초기 국가가 해안 요충지에 세운 방어용 읍성인 연해읍성 가운데 하나다. 산지 지형을 활용해 쌓은 점이 특징이며, 일제강점기 '조선읍성 훼철령(1910년)' 속에서도 성벽 대부분이 원형을 유지해 보존 상태가 우수하다. 현재 전체 둘레의 약 93.3%(1535.5m)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혼잡 없이 수능 시험장 찾아가세요’ ‘혼잡 없이 수능 시험장 찾아가세요’

  • 국제 육군 M&S 학술 컨퍼런스 및 전시회 국제 육군 M&S 학술 컨퍼런스 및 전시회

  • 2025년산 공공비축미곡 매입 시작 2025년산 공공비축미곡 매입 시작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답지 전국 배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답지 전국 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