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코로나19로 뒤바뀐 인간관계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코로나19로 뒤바뀐 인간관계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RUPI사업단장

  • 승인 2020-08-24 10:24
  • 신문게재 2020-08-25 19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 사업단장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RUPI사업단장
사회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이런저런 모임이 많아진다. 모교 동창 모임은 횟수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소중한 추억을 되새길 기회를 제공한다. 허물없이 가벼운 욕지거리나 스킨십도 가능한 부담 없는 자리이기에. 그래서 더 자주 모이는지도 모른다. 그뿐만이 아니다.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들어진 모임도 그에 못지않다. 매달 만나는 모임도 있고 보통은 격월로 분기별로 만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정기모임을 '매월 몇 번째 무슨 요일' 식으로 서로 겹치지 않도록 조정하느라 머리에 쥐가 날 정도다. 하물며 갑자기 챙겨야 할 소모임도 여간 만만치 않다.

어느 날 우리 앞에 등장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이 세상을 온통 바꿔놓았다. 감염으로 고통받은 이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모든 이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6개월 이상 좁은 집안에서 부대끼며 생활하게 되면서 갖가지 갈등도 생겼으나 한편으론 가족을 서로 이해하는 기회도 되었다. 이렇듯 타인과의 대면 접촉을 줄인다는 뜻이 담긴 '언택트(untact)'는 전 세계적으로 일상이면서 새로운 문화로 다가왔다. 하지만 갑작스레 들이닥친 언택트 문화가 모든 관계를 단절한 것은 아니다. 만남이 소원해지면서 그동안 형식적이었거나 그다지 필요하지 않던 사이는 자연스레 정리됐다. 또한, 코로나 창궐을 계기로 함께 사는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 등 소수의 친밀한 관계에 더욱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른바 '딥택트(deep+contact)' 시대다.



새삼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 생활이 그립다. 주중에 외지에서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필자는 주말에는 오롯이 가족과 함께하는 규칙적인 일정으로 채워져 있었다. 금요일 저녁 맛집을 찾아다니는 외식으로 시작해서 새벽엔 만보 걷기 운동부터 발 마사지로 건강을 챙긴다. 토요일 오후 가족이 함께하는 영화관람도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 중 하나였다. 주일 새벽미사를 드린 후 챙겨 먹던 콩나물국밥, 시래기 선지국밥, 소국밥 등 새벽 해장국 맛도 압권이었다. 하지만 외식이나 영화관람은 언감생심 저만치 멀어져갔다.

한편, 코로나로 인해 나만의 시간이 많아져서 좋다. 코로나 이후 주말엔 낮잠을 즐긴다. 일요일에는 서재에서 기고문 등 밀린 글을 쓰거나 자료를 정리할 시간이 차고 넘친다. 또한 집에서 아내가 손수 요리해주는 카레나 된장찌개, 등갈비 김치찌개는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맛이다. 이젠 영화도 집에서 얼마든지 골라 볼 수 있는 세상이 아니던가. 또 과거엔 유치하다고 느끼던 주말드라마도 너무 재미있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니 또 다른 행복이 펼쳐진다. 행복은 늘 내 주위에 있는데 너무 멀리서 찾았다.

딥택트는 단순히 가족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온라인 세상에선 또 다른 딥택트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이뤄졌던 단순한 관계가 좀 더 깊은 속내를 공유하는 사이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딥택드 문화에 마냥 찬사를 보내긴 어렵다. 깊은 관계라는 게 쉬운 일도 아니며, 오히려 나쁘지 않던 관계를 망칠 때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 딥택트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 비대면 중심으로 사회가 재편되며 고립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럴 때일수록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까운 사람과 교류하는 딥택트는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코로나 환경에서는 낯선 이에 대한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가까운 관계에서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딥택트 관계에서 오는 안정이 코로나를 극복하는 원천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긴 안목으로 볼 때는 딥택트에 안주해선 안 된다. 딥택트는 일시적인 징검다리일 뿐이다. 코로나를 서서히 극복해나가듯 인간관계나 접촉의 폭도 조금씩 넓혀나가야 한다. 너무 딥택트를 추구하다 보면 자칫 인간관계에 선을 그어버리는 편협한 방식으로 치우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딥택트는 기존의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한 마중물일 뿐이다. 건강한 사회공동체는 서로 나누고 비비며 살아가야 한다. 그런 게 사람 사는 맛이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RUPI사업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 “이런 정체는 처음"… 원촌육교 공사에 출근길 마비
  2. 대전 분양시장 미분양 행보 속 도안신도시는 다를까
  3. 무너진 발화지점·내부 CCTV 없어… 안전공업 원인규명 장기화 우려
  4. 여야 6·3 지방선거 대전 5개 구청장 대진표 확정
  5. 안전공업 참사 이후에도 잇단 불길…대전·충남 하루 새 화재 11건
  1. [전문인칼럼] 문평동 화재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것
  2. 사기 벌금형 교사 '견책' 징계가 끝? 대전교육청 고무줄 징계 논란
  3. 네거티브 난무 공천 후폭풍도…지방선거 충청 경선 과열
  4. 대전 민주진보교육감 단일화 경선, 성광진 후보 승리 "책임지는 교육감 될 것"
  5. 특성화 인센티브에 D등급 신설까지… 충청권 대학 혁신지원사업 '촉각'

헤드라인 뉴스


[현장] “이런 정체는 처음"… 원촌육교 공사에 출근길 마비

[현장] “이런 정체는 처음"… 원촌육교 공사에 출근길 마비

"평소보다 일찍 나왔는데도, 도저히 움직일 생각을 안 하네요. 도로에 30분 넘게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네요." 대전 천변도시고속화도로 원촌육교 긴급 보수 보강 공사로 도로가 통제되자 교통 혼잡이 빚어져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지난 30일 원촌육교 옹벽에서 일부 지반침하와 배부름 현상이 발견되자 행정당국이 긴급 보수에 나선 것. 행정당국은 안전 확보를 위해 해당 구간 일부 차로를 한 달가량 전면 통제하고 긴급 보수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이로 인해 출근 시간대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해당 구간은 물론 인근 간선 도로까지..

고유가 피해지원금 비수도권 15만원·소상공인·산업 지원도 강화
고유가 피해지원금 비수도권 15만원·소상공인·산업 지원도 강화

중동 정세 장기화에 따른 국민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가 소득 하위 70%와 차상위 계층 등 모두 3580만명의 국민에게 고유가 피해지원 예산을 편성했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3월 31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13회 국무회의에서는 모두 26조 2000억원 규모의 2026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하고 이날 국회에 제출했다. 구체적으로는 고유가 부담경감을 위해 10조 1000억원, 저소득층·소상공인·취약노동자·청년 등 지원 2조 8000억원, 에너지·신산업 전환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2조 6000억원, 지방정부 투자 여력 확충..

`종량제 봉투 논란`, 이 대통령 “재고가 충분하다… 일부 과장”
'종량제 봉투 논란', 이 대통령 “재고가 충분하다… 일부 과장”

이재명 대통령은 3월 31일 종량제 봉투와 관련, “논란들이 좀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재고가 충분하다”며 선제적 대처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주재한 제13회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각종 생필품, 의료용품도 마찬가지다.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는데도 아주 지엽적인 부분에 일부 문제들이 과장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충분히 재고도 있고 원료도 있는데, 특정 지자체들이 준비가 부족하거나 해서 문제가 생기면 인근 지자체와 협력해서 해결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로수 가지치기 가로수 가지치기

  •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 마지막 발인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 마지막 발인

  •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이틀째 전석매진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이틀째 전석매진

  • 프로야구 개막…한화이글스 18년 만에 홈 개막전 승리 프로야구 개막…한화이글스 18년 만에 홈 개막전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