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시신 기증과 장기 기증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 시신 기증과 장기 기증

이승훈 을지대학교의료원장

  • 승인 2020-09-24 09:07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2020050701000453800018251
이승훈 원장.
나를 키워주신 사랑하고 존경하는 삼촌이 얼마 전에 아흔의 나이로 돌아가셨다. 삼촌께서는 완치가 불가능하고 예후가 매우 나쁜 암을 진단받으시자 연명의료를 받지 않기로 결심하셨다. 그리고 요양병원으로 가셔서 편안히 돌아가셨다. 가족들에게 안타까웠던 점은 코로나로 인해서 문병을 갈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장례식에 갔다가 동생들을 통해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 삼촌께서는 마지막 남은 자신의 시신을 한 의과대학에 기증하셨던 것이다. 삼촌께서는 시신 기증을 통해서 마지막까지 세상에 보답할 수 있어서 매우 만족스러워하고 기뻐하셨다고 한다.

필자는 장기 기증을 희망하는 환자나 가족을 몇 차례 경험하였는데,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약 40년 전 전공의 시절에 고등학생인 아들이 뇌사상태에 빠지자 아버지가 아들의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장기 이식이 이루어진 일이다. 그때에는 의사들조차 장기기증에 익숙해 있지 않은 시기였기에 갑자기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외과에 장기 기증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 신장을 이식받을 환자가 도착, 수술에 들어가고, 가족들에게 각서도 받아야 했으며, 뇌사 판정도 내려야 하고 정말 힘든 일이 너무 많았다. 그런 힘든 과정을 거쳐 신부전환자 두 사람을 살리고, 다른 두 사람에게는 각막을 줌으로써 세상의 빛을 선물하였다.

이제는 현대 의학의 발달로 장기만 있으면 신장이나 간, 그리고 심장이 나쁜 경우에도 이식수술로 생명 연장이 가능하다. 따라서 생명 나눔의 실천인 장기 기증이 활성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2018년도 뇌사 기증자는 약 450명으로, 1750건의 장기이식 수술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식 대기자는 3만7000여 명으로 장기 기증을 기다리는 환자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사후나 뇌사상태에서 자신의 신체 일부 또는 전부를 기증하는 유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신 기증이다. 시신 기증이란 의과대학의 해부학 연구를 위해서 시신 전부를 기증하는 것으로 시신 기증을 원하시는 경우에는 원하는 의과대학에 요청하면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해부학에 사용할 수 있는 시신이 상당히 부족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의과대학에서는 해부학 연구를 위한 시신의 기증을 기대하고 있다.

둘째는, 장기기증이다. 사망하거나 뇌사 판정을 받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손상된 장기의 회복을 위하여 대가 없이 자신의 장기의 일부 혹은 전부를 기증하는 이타적인 행동을 말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는 방법이다. 한 사람이 장기를 기증하면 각막, 폐, 신장은 각각 2명에게 생명을 줄 수 있고, 심장, 간, 췌장 등은 한 사람에게 기증할 수 있어서 전부 9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움 나눔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1일 평균 5명이 장기이식을 기다리다가 사망한다.

세 번째가 인체조직기증이다. 사후에 뼈, 피부, 근막, 심장판막, 인대, 연골, 혈관, 신경, 심낭 등의 조직을 기증할 수도 있다. 피부는 화상 환자, 정맥은 혈관 환자, 뼈와 인대는 장애를 회복시키고, 심장 판막은 심장병 환자, 각막은 시력 회복에 사용될 수 있어서 한 사람이 기증한 조직으로 수많은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인구 백만 명당 인체조직 기증자 수는 약 5명으로 미국 100여명 등에 비해 매우 적어서, 필요한 조직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뇌사나 사후에 장기나 인체조직을 기증하기 원할 경우 질병관리본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장기이식관리센터,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장기이식등록기관, 조직기증자등록기관 등을 통하여 기증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또 뇌사 또는 사후에 장기 기증을 희망하는 경우 장기기증등록제도를 통해서 약속할 수 있다.

그리고 장기나 조직 기증은 뇌사 및 사후에 가능하다. 생전에 기증희망 서약을 하고 뇌사 및 사후에 보호자가 기증에 동의하면 기증할 수 있고, 만일 생전에 기증희망 서약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보호자가 기증에 동의하면, 기증할 수 있다. 또한, 기증자에 대해서는 장례비 지원뿐만 아니라 숭고한 필란트로피 정신을 기리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이승훈 을지대학교 의료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 이번 주말 흐리고 전국에 강한 비…다음주 소나기 가능성
  2. 대전 RISE 첫 성적표 나왔다… 최대 17억5000만원 차등 지원
  3. 환경단체 "대전시 효과 없는 준설만 거듭"…실효성 있는 재해 방지책 촉구
  4. 세종충남대병원 '최승원 병원장' 취임… 행정수도 거점 병원 노크
  5. 국내 마리나 산업·관광 '체류·체험형'으로 체질 개선
  1. 천안교도소,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 개최
  2. 천안어린이꿈누리터, '2026 찾아가는 팝업놀이터' 본격 운영
  3. 천안시티FC, 든든한 파트너 후원사와 한자리에…상생 파트너십 강화
  4. 공군2여단, 호국보훈의 달의 맞아 국가유공자 초청 행사 실시
  5. 장기수 천안시장 당선인, 첫 행보로 민생경제회복 …천안사랑카드 100억원 추가 확대

헤드라인 뉴스


[인터뷰] 박수현 당선인 "도민 의견 담긴 수첩 3권, 3톤처럼 무거워"

[인터뷰] 박수현 당선인 "도민 의견 담긴 수첩 3권, 3톤처럼 무거워"

박수현 충남도지사 당선인은 지방선거 기간, 도민 염원과 바람을 수첩에 빼곡히 적었다. 도민 간담회 등 현장소통을 통해 나온 이야기를 하나하나 담다 보니 어느새 수첩은 3권으로 늘었다. 박 당선인은 "수첩 3권의 무게가 3톤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수첩에 도민의 엄중한 명령이 담긴 만큼, 압박감과 무게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박 당선인은 도민의 명령을 단순히 무겁게만 느끼는 것이 아닌,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선거용 구호가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에서 통(通)하는 충남 준비위원회 구성도..

許, 재검토 공언했는데…정부 긍정평가 0시축제 존속 기우나
許, 재검토 공언했는데…정부 긍정평가 0시축제 존속 기우나

대전 0시 축제 존속 여부를 둘러싼 지역 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민선 8기 이장우 시장의 대표사업으로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허태정 당선인이 재검토를 공언했지만, 최근 이 축제를 둘러싸고 부쩍 달라진 기류 때문이다. 정부가 0시 축제의 관광·상권 활성화 등 0시 축제에 대해 일부 긍정평가를 내놓았고 무턱대고 폐지했다가 외교적 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안팎에선 0시 축제를 아예 폐지하는 것 보다는 축제 간판을 바꾸거나 축소·개편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지역..

공사판된 대전 도심, 트램 개통 미뤄지나…與野 책임 공방 재점화
공사판된 대전 도심, 트램 개통 미뤄지나…與野 책임 공방 재점화

2028년 말 개통을 목표로 추진되던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 일정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말 28년 만의 착공으로 본궤도에 진입한 듯 했지만, 토지보상 지연과 시운전 기간 연장, 수소트램 기반시설 문제까지 줄줄이 드러나며 2030년 개통도 장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이 민선 9기 인수위에서 공식화되며 여야는 또다시 네 탓 공방에 나선 모습이다. 18일 취재에 따르면, 대전시는 최근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당초 목표였던 2028년 말 트램 개통이 사실상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 접시꽃에 담긴 여름 접시꽃에 담긴 여름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