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위대한 여성 ‘필란트로피스트’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 위대한 여성 ‘필란트로피스트’

이승훈 을지대학교의료원장

  • 승인 2020-10-29 09:08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2020050701000453800018251
이승훈 원장.
얼마 전에 과학발전을 위해 카이스트에 700억원을 기부한 한 여성 ‘필란트로피스트’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법대 출신으로 목축업과 모래 채취, 부동산사업을 하신 이수영(83) 광원산업 회장은 어렵게 모은 자신의 재산을 과학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기부한 것이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기부하게 된 동기와 그 과정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면서 유산 기부를 통한 기부문화를 확산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수영 회장은 이번 기부가 자신의 한평생 삶이 축약된 결정이라고 하면서 향후 카이스트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를 기대했다. 평생 독신으로 지내시다가 2년 전인 81세에 법대 동창생과 결혼했는데, 이번 기부는 남편의 조언도 작용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근대 모금역사에는 자랑스럽고 위대한 여성 필란트로피스트들이 계신다. 우리가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을 때 민족의 앞날을 걱정해 교육과 문화 사업에 전 재산을 쾌척한 여성분들이다. 평양에 공회당을 세우신 백선행 여사, 도서관을 설립하신 김인정 여사, 신천 농민학교를 설립하신 왕재덕 여사 등이다. 이 외에도 일제강점기의 신문 등 자료를 조사해보면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크고 작은 기부를 하신 여성분들이 매우 많았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먼저 백선행 여사를 살펴보자. 20대에 남편을 일찍 여의고 혼자서 근검절약과 사업으로 평생 모은 재산을 평양 시내에 공회당인 백선행 기념관을 짓는데 모두 기부하셨다. 지금도 평양에 기념관이 있고 북한에서도 그 정신을 기념하고 있다고 한다. 1933년 5월 백 여사 관련 동아일보 사설을 보면 "교육도 받은 일이 없고, 부모나 남편으로부터 유산도 받은 일이 없으며, 국가와 사회의 은혜를 받음도 없는 불쌍한 여인이 필생에 모은 30만원 재산을 전부 문화사업에 바치고 빈 몸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 백선행 여사는 우리에게 지극히 귀한 교훈을 주는 것이다"라고 기록돼 있다. 80세에 돌아가시자 평양의 20개 단체가 주도해 사회장으로 모셨다고 한다.

또 다른 분은 일제 강점기 평양에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민간도서관을 설립하신 김인정 여사다. 기생 출신으로 첩으로 고독한 반생을 보냈다고 한다. 어렵게 모은 재산을 조만식 선생의 권유를 받아 문화 보급을 위해서 기부했다. 1930년에 인정도서관을 착공하여 일 년 만에 개관했는데, 첫 일 년 동안 8만여 책이 대출됐고, 4만 7000여 명이 사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열람자 수가 늘자 1937년 3만원을 추가로 기부해 별관을 신축했다고 한다. 그 밖에도 고아원, 학교 등에 나머지 재산을 아낌없이 기부했다.

다음 소개할 분은 독립운동가 이승조의 모친이고, 안정근의 장모이신 왕재덕 여사다. 그런데 안정근은 안중근 의사의 동생이기도 하다. 29세에 남편이 사망해 홀로 됐다. 그러나 근면절제로 저축 생활을 이어가는 한편, 자신의 토지에서 경작한 벼를 진남포의 정미소에서 백미를 만들어 평양 등지의 도회지에다 출고함으로써 생산에서 소비까지 사업을 확장했고, 황무지를 개간해 농장을 만들어서 큰 재산을 축적했다. 그렇게 이룬 재산을 독립운동, 육영사업, 신천농민학교 설립, 교회, 빈민 구제에 내놓는 일에는 망설임이 없었다고 한다.

이렇듯이 우리 근대 역사에는 수많은 여성 분들이 개인과 가족을 위한 것이 아닌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부를 통해서 헌신한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이번에 이수영 회장께서 우리나라 여성 필란트로피스트의 위대한 전통을 이어 주셨다. 너무나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

올해는 코비드 19로 온 나라와 전 세계가 정신없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민도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내 주위에 어려운 사람은 없는지 그리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이 없는지 살펴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 모두는 이수영 회장을 조금이라도 본받아서 적은 정성이나마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해 따뜻한 연말을 맞이해야겠다.

/이승훈 을지대학교의료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구토·설사 초등학교 전교생 역학조사… 학생 7명 입원 치료 중
  2. 사회복지 현장 맞춤 인재 양성 위해 기업과 의기투합
  3. LG대전어린이집, 바자회 수익금 전달하며 따뜻한 나눔 실천
  4. 대학 '앵커' 사업 대전시·수행 대학 첫 성적표 받는다
  5. [춘하추동]사회적인식과 다문화 수용성(acceptance)
  1. [선거현장, 한 컷!] 선거인명부 작성
  2. AI 활용부터 학생 참여형 수업까지…대전 초등교실 변화
  3. [문화 톡] 김경희 작가의 개인전 '함께 빚어낸 결실, 두려움 없는 시작'
  4. 닫힌 학교를 열린 공간으로…복합시설 확대 본격화
  5. 부처님 오신 날 앞 ‘형형색색 연등’

헤드라인 뉴스


[지선 D-20] 지방선거 본게임 카운트다운…선거운동은 21일부터

[지선 D-20] 지방선거 본게임 카운트다운…선거운동은 21일부터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21일부터 시작되면서 대전·충청 지역 선거 분위기도 본격 달아오를 전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후보자 등록은 14일부터 15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며, 등록을 마친 후보들은 21일부터 선거 전날인 6월 2일까지 공식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그 전까지는 예비후보자 신분으로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면 후보자들은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우선 후보별 선거벽보가 지정 장소에 부착되고, 각 세대에는 후보자..

"세종 지적장애인 학대 부실 수사"… 경찰 1년만에 재수사 착수
"세종 지적장애인 학대 부실 수사"… 경찰 1년만에 재수사 착수

세종시 지적장애인거주시설에서 발생한 학대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재수사에 들어갔다. 지난해 세종북부경찰서의 무혐의 처분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이 커지자, 비로소 수사과정의 문제점을 시인한 셈이다. 세종경찰청은 피해자 진술 조력인 참여 등 원칙적 절차 이행을 통해 철저한 원점 재수사를 예고했다. 13일 본보 취재 결과 세종경찰청 강력마약수사대는 지난 5월 6일부터 지적장애인거주시설 '해뜨는집' 학대 사건 재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학대 사건의 전말은 세종시 지적장애인거주시설 '해뜨는집'에 입소한 40대 지적장애의 몸에 멍이 발견되면서 알..

지방선거 앞두고 들끓는 행정통합 여론…대전시의회 민원 100배 폭증
지방선거 앞두고 들끓는 행정통합 여론…대전시의회 민원 100배 폭증

6·3 지방선거를 20여 일 앞두고 대전 시민들의 관심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의회에 접수된 시민 민원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 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개인의 생활에 직결된 사안이 아닌 지역 정체성과 지방정부 재편 이슈에 여론이 크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주목된다. 12일 대전시의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접수된 민원은 총 166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건과 비교하면 1년 새 100배 넘게 폭증한 수치다. 특히 전체 민원 가운데 1621..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제9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후보등록 준비 ‘분주’ 제9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후보등록 준비 ‘분주’

  • 특성화고 일자리 매칭데이 특성화고 일자리 매칭데이

  • 부처님 오신 날 앞 ‘형형색색 연등’ 부처님 오신 날 앞 ‘형형색색 연등’

  • 제9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선거인명부 작성 시작 제9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선거인명부 작성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