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지금 필요한 개혁은 창작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지금 필요한 개혁은 창작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1-01-1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개혁이란 무엇일까? 개인이나 국가 사회를 점층적으로 변화시키고 고쳐나가는 것이다. 혁신은 그보다 의미가 강하다. 낡은 것을 바꾸고 고쳐서 새롭게 하는 것을 일컫는다. 좋은 상태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수년간 개혁이 화두였지 않나 싶다. 말만 난무할 뿐 본질은 실종되어 보이지 않는다. 퇴보가 개혁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를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자.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것이 무한 경쟁이요 공정분배다. 효율성이란 대단한 장점이 있지만, 야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만큼 인간의 품위를 격상시키고 가난으로부터 탈피시킨 체제는 없었다. 어느 체제이고 문제는 있다. 문제를 최소화하거나 없애는 것이 관건이 되어야 한다. 야수가 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곧 정부요, 정치가 할 일이다. 한편 경제활동에서 혁신이 필요한 것은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2005년 『블루오션 전략(Blue Ocean Strategy)』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당시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김위찬(W. Chan Kim, 1951 ~ )과 같은 학교 르네 마보안(Ren?e Mauborgne) 교수였다. 국내에서만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이 아니었나 보다. 45개 언어로 400여만 부가 팔려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다. 작가는 세계적인 비즈니스 전략가 50인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하던 사업을 접고 시민운동에 더욱 매진할 때 이 책을 접할 수 있었다. 책 한 번 읽었다고 제대로 이해가 가능하겠는가? 살아오며 나도 모르게 누적되어온 생각의 틀을 깨기엔 충분했다. 경쟁 세계에서 억눌리고 아파하던 마음이 일소되었다. 시장경제의 난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방안이란 생각도 들었다.



블루오션은 현존하지 않거나 알지 못하여 경쟁자가 없는 시장을 가르킨다. 새로운 시장의 개척이요 창출이다. 시도하거나 시도되지 않은 새롭고, 잠재력이 뛰어나며, 광활한 무한 영역이라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수요가 경쟁이 아닌 창조에 의해 이루어진다. 경쟁은 무의미하다. 경쟁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매력의 상품이나 서비스 제공으로 시장이 형성된다. 더 쉽게 말하면 기존의 질서에서 다투지 않고, 남이 하지 않는 일을 하자는 것이다. 빈 곳을 찾아내는 것이다. 나아가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역량이 세상을 바꾼다. 예전엔 환경에 맞춰 전략이 만들어졌지만,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은 전략이 구조나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간다움이 없으면 성과를 내지 못한다. 미래사회 성공비결의 답은 인간다움(Humanness)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파괴에 매몰되면 기존 산업을 쓸어버리고 사람은 설 자리를 잃는다. 블루오션으로 가는 것이 먼저다. 블루오션 조직으로 가려면 분야나 영역의 경계를 없애야 한다. 도전도 좋지만, 성공확률을 높여야 한다. 그것 또한 정부가 할 일이다.

인생에서 창조와 창조적 삶이 가장 중요한 일임을 우리는 안다. 다만, 예사로 잊고 사는 것이 문제다. 예술가는 더 말해서 무엇하랴? 미래지향적 창조작업을 통하여 작품을 빚어내는 것이 주요역할이다. 창조는 무에서 출발한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다. 창세기의 혼돈, 불교의 공, 노장(老壯)의 무가 그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구태를 답습하는 것을 창작이라 하지 않는다.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은 가능하리라. 감상이나 평가도 창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창조가 문제 될 것은 없다.

왕필(王弼, 226 ~ 249, 중국 위의 철학자) 역시 유는 무에서 시작된다고 하였다. 유가 형상과 명칭으로 만들어질 때 무가 유를 성장시킨다. 무는 유를 위한 존재이다. 유는 다시 무에게 자리를 내준다. 유와 무가 삼라만상의 본체이다.

생명은 자식을 통하여 역사를 이어간다. 시대나 지역에 따라 달리 해석하지만, 생명은 육체와 영혼으로 이루어진다. 기가 모이면 유가 되고 흩어지면 무가 된다. 영혼은 철학, 종교, 문화적 개념이며 정신이나 자아로 불리기도 한다. 육체는 정신을 담는 그릇이다. 육체는 사라져도 정신은 다른 그릇으로 옮겨간다. 따라서 육신은 유한하지만, 영혼은 영속된다.

예술가는 창작이 주업이지만, 어느 면에서 전달자요, 중개자이며 중매인이다. 사람에게 숨은 자연, 진리, 미래를 만나게 해준다. 서로 화합하게도 한다. 선지자와 궤를 같이한다. 다만 본분을 때때로 망각하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물론, 다른 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은 인기 작가가 된다. 그렇다고 최고의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주목받고 역사에 수록될 작가는 그를 잘 찾아낸다. 다리나 이정표가 된다. 나아가 진리에 가까워지면 명작이 된다. 역사가 심판하기 때문이다.

사명감을 잊으면 창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목표의식 또는 사명감을 통하여 상상력과 창의력이 배가된다. 정치나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선을 추구하는 개선 의지, 이상세계를 구현하고자 하는 사명감이 있을 때 우리의 삶은 더욱 다채롭고 풍요로워진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서울공항 인근 도심 상공 전투기 곡예비행... 안전불감증 도마
  2. 옛 파출소·지구대 빈건물 수년씩… 대전 한복판 중부경찰서도 방치되나
  3. <속보> 이상민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 별세
  4. AI 시대 모두가 행복한 대전교육 위해선? 맹수석 교수 이끄는 미래교육혁신포럼 성료
  5. [기고] 전화로 모텔 투숙을 강요하면 100% 보이스피싱!
  1. 충남도 "해양생태공원·수소도시로 태안 발전 견인"
  2. ['충'분히 '남'다른 충남 직업계고] 논산여자상업고 글로벌 인재 육성 비결… '학과 특성화·맞춤형 실무교육'
  3. 충남교육청 "장애학생 취업 지원 강화"… 취업지원관 대상 연수
  4.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 조직위, 준비상황보고회 개최
  5. "도민 안전·AI 경쟁력 높인다"… 충남도, 조직개편 추진

헤드라인 뉴스


납세자 늘어도 세무서 3곳뿐… 대전시 세정 인프라 태부족

납세자 늘어도 세무서 3곳뿐… 대전시 세정 인프라 태부족

대전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납세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세무서가 3곳에 불과해 세무서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대전 유성구갑)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전시의 2024년도 주요 세목별 신고인원은 2019년 대비 부가가치세 17.9%, 종합소득세 51.9%, 법인세는 33.9% 증가했다. 또 대전의 2023년도 지역내총생산(GRDP)은 54조원으로, 전년 대비 3.6% 성장해 전국 17대 시·도 중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납세 인원 역시 2019..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조선시대 순성놀이 콘셉트로 대국민 개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3.6km)'. 2016년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주·야간 개방 확대로 올라가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의 주·야간 개방 확대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주간 개방은 '국가 1급 보안 시설 vs 시민 중심의 적극 행정' 가치 충돌을 거쳐 2019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제한적 개방의 한계는 분명하다. 평일과 주말 기준 6동~2동까지 매일 오전 10시, 오후 1시 30분, 오후..

전국 대학 실험실 발생 사고 매년 200건 이상…4월 사고 집중 경향
전국 대학 실험실 발생 사고 매년 200건 이상…4월 사고 집중 경향

최근 3년간 대학 내 실험실에서 발생한 사고로 매년 2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문정복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시흥갑)이 한국교육시설안전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최근 3년간 전국 대학 연구실 사고로 총 607명의 부상자와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대학 내 실험실 사고로 지급된 공제급여는 총 8억 5285만 원에 달한다. 특히 4월에 매년 사고가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2023년 4월에 33명, 2024년 4월에 32명, 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 나에게 맞는 진로는? 나에게 맞는 진로는?

  •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