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진솔함으로 정치회복을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진솔함으로 정치회복을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1-01-2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교훈 또는 격언 중에는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입증해 보지 않은 것도 많다. 임상시험 통계가 없는 민간요법과 같다고나 할까? 출처가 있다 해도 마찬가지다. 성현의 말이라는 것이지, 반드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정 부분 감동으로 다가오거나 사고의 변곡점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소띠 해이다 보니 소 이야기가 많이 인구에 회자된다. '우생마사(牛生馬死)'도 그중 하나이다. 소와 말의 헤엄 실력을 단순비교하면, 민첩한 말이 단연 앞설 것으로 보인다. 홍수를 만나면 결과가 달라진다. 말은 자신을 과신하고 물살에 거슬러 싸우다 지쳐 죽는다. 우둔한 소는 물살에 편승해 흘러가며 서서히 강가로 나와 살게 된다. 거스르지 말고 순리에 따르라는 말일 게다. 들여다보면 적재적소에 활용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것이 더 유익한 반려동물이라 산정하기 어렵지 않은가? 항구 불변은 없다. 무소불위의 강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속되지도 않는다.



ㅎㅎㅎㅎ
급류 헤치고 소가 강을 건너는 모습 하면 떠오르는 그림이 있다. 호생관(毫生館) 최북(崔北, 1720 ~ ?, 조선 화가)의 <진일구우귀도(盡日驅牛歸圖)>이다. 종일 소 몰고 돌아오는 모습이다. 거센 물살 가르며 황소가 힘겹게 물길 건넌다. 머리 들고 몸부림치는 모습이 처절하기까지 하다. 목동도 소 등허리 부여잡고 엉거주춤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화제 '진일구우귀'는 유가(劉駕, 822 ~ ?, 중국 당나라 시인)의 시 '목동' 3구이다.

"목동이 나그네 만나 고개 숙이자 / 산에서 딴 과일 품 안에서 떨어지네 / 종일 소먹이고 돌아가는 데 / 앞 개울 비바람 거세네(牧童見客拜 山果懷中落 盡日驅牛歸 前溪風雨惡)"



목동의 수고로움이 헛되이 될까 안타까웠나, 생명의 위협이 더 두려웠을까, 화제는 목동의 수고로움으로 썼다. 그림은 거센 물살 가르며 물 건너는 황소를 그렸다. 소 풀 뜯기는 일은 목동의 일상이다. 일상이 아닌 비바람이 작가를 사유케 한다. 비바람 극복이 인생 아닌가? 글과 그림이 상호 작용하여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정치인이 많이 쓰는 말 중 하나가 '국민의 뜻' 아닐까 한다. 들어보기나 했는지, 물어보기나 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뜯어보면 국민 뜻과 전혀 관계가 없다. 그야말로 내 논에 물대기, 아전인수(我田引水)식 세상 보기다. 때로는 침소봉대(針小棒大)나 곡학아세(曲學阿世)도 서슴지 않는다. 겸연쩍은 일은 누가 알까 모르게 슬그머니 한다. 정작 국민 합심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일은 자기 공이라 내세운다.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들으면서 받드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극렬 소수 의견이 당장은 먼저일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잘 훈련된 조직이 움직이면 우선은 이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투명한 사회로 갈수록 암흑의 라이프싸이클은 줄어든다. 팬덤 정치가 지속될 수 없는 이유이다.

정치인 스스로, 서로 지적하는 대화법이 '유체이탈 화법'이다. 처음엔 용어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영혼이 육체에서 벗어나 혼이 담기지 않은 말이려니 생각했다. 자신과 관련 있는 일을 남 이야기하듯 말하거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기는커녕, 자화자찬으로 일관하는 것을 일컫는다. 책임을 회피한다. 현실 또는 상식에 어긋나는 달나라 이야기로 일관한다. 주체가 없으니 '구경꾼 화법'이라고도 한다. 3자 관점으로 말하니 의지가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요, 애매모호 하기 이를 데 없다.

정치 대립의 또 하나 원인은 조급함이다. 앞당기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도 있으리라. 그렇다고 우물 앞에서 숭늉 달라 해서야 되겠는가? 서로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사안 대부분 과정을 무시한 소치에서 나온다. 기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뛰라 하는 격이다. 일에는 과정이 필요하다. 더 욕심내자면, 철저히 과정을 밟아야 한다. 물은 구덩이를 채운 후에 앞으로 나아간다. 초지일관 항상 낮은 곳으로 임 한다. 바다에 이르는 지혜이다.

정당의 정체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을 정강 정책으로 삼든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의 존립 이유이다. 정당이 왜 있어야 하는가? 바로 인류 진화와 국리민복이다. 정권획득도 그를 실천하기 위한 것 아닌가? 어떠한 이념이나 목적도 그 위에 있을 수 없다. 알면서, 필부와 다르지 않게 눈앞의 이익만 챙긴다. 당리당략만 쫓는 것이 문제이다. 세상의 변화를 가장 늦게 깨닫는 것이 정치라는 생각이다. 가장 둔감하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정도가 아니다. 천지개벽이 이루어지는 시대다. 일거수일투족이 돌아서면 만천하에 드러난다. 잠시도 속일 수 없다. 생각뿐 아니라 행동도 극 진실함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더 큰 문제는 그로 인한 정치불신이다. 불신은 정치가 설 자리를 없앤다. 아울러 정권을 잃는다. 불신을 막는 길은 당연히 진실밖에 없다. 통제하면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반비례하여 더욱 커지는 것이 핍박의 속성이다. 커질수록 앞날은 뻔하지 않은가? 진솔함으로 정치회복에 총력을 경주하기 바란다. 그것이 어려우면 언론이라도 반듯하게 하라. 건강한 여론을 형성할 때 그나마 불신이 줄어듦을 알았으면 한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대전시장 도전 許 출판기념회에 與 일부 경쟁자도 눈길
  3.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4.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5.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1. 천안법원, 정지 신호에도 직진해 사망자 유발시킨 30대 중국인 벌금형
  2.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3.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4.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5.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헤드라인 뉴스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대전시와 충남도 행정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격 회동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충청권을 찾아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띄운 것과 관련한 후속 조치로 이 사안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리와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15일 서울에서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는다. 김 총리와 일부 총리실 관계자,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서 김 총리와 충청권 의원들은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 원도심 재편의 분수령이 될 '대전역 철도입체화 통합개발'이 이번엔 국가계획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 철도 지하화 선도지구 3곳을 선정한 데 이어, 추가 지하화 노선을 포함한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 수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종합계획 반영 여부는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당초 국토부는 12월 결과 발표를 예고했으나,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발표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들은 종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