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0주년 기획-사라지는 100년 유산, 대전이 무너진다] (하) 미래유산제도 정착화 시급

[창간 70주년 기획-사라지는 100년 유산, 대전이 무너진다] (하) 미래유산제도 정착화 시급

제도권 밖 개인소유의 근대문화유산 보호 근거 없어
서울과 전주, 부산, 파주 등 미래유산제도 적극 추진
시 등록문화재 준비 마쳐... 조사와 보존 체계 골자
소유주 인센티브와 시민 참여 필요... 행정 구심점 삼아야

  • 승인 2021-02-09 14:48
  • 수정 2021-02-09 16:27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창간 70주년 기획-사라지는 100년 유산, 대전이 무너진다]

(하) 미래유산제도 정착화 시급

20180707_142536
철거 이전의 대전형무소 관사.
제도권 밖에 있는 개인 소유의 건축물은 문화재급 역사적 가치가 있어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이렇다 보니 대전형무소 관사처럼 문화재 지정 가능성이 큰 자원마저도 철거 또는 멸실 위기에 내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대전의 수많은 근대문화유산은 비록 적산(敵産)의 오점을 지녔지만, 역사적 현장성을 유지하며 교육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에 최적화된 자산이다.

대전형무소 관사 철거는 근대문화유산을 지키려는 실효성 있는 정책, 공무원과 시민들의 역사적 인식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행정력을 갖추라는 시대의 경고인지도 모른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과 전북 전주, 경기 파주에서는 미래유산 제도를 도입해, 개인이 소유하고 있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문화유산을 행정의 울타리로 품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래유산은 말 그대로 미래의 유산을 가리킨다. 대전형무소 관사처럼 개인 소유의 ‘비지정문화재’지만 향후 문화재가 될 잠재적 가치를 지닌 유산을 훼손 전에 보존하고 관리하는 선행 제도에 가깝다.

미래유산을 가장 먼저 도입한 서울시는 미래유산을 고유 브랜드로 정착시켰다. 2013년부터 488개의 미래유산을 지정했는데, 1·12사태 소나무, 전태일 열사 분신장소, 활명수 등 건축물에만 한정하지 않고 다방면의 미래유산을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부산은 49점, 전주는 43점을 지정했다.

전주시 미래유산 담당자는 "지정된 미래유산이 헐리게 되면, 시로 협조 요청이 온다. 아직 해지 요청은 없었다. 미래유산으로 지정되면 소유자들이 사명감으로 지켜가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 미래유산
서울의 미래유산 목록
전주 미래유산
전주의 미래유산 예시.
대전시는 미래유산 취지와 결이 같은 '등록문화재' 도입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시는 도입 초창기인 만큼 개인 소유보다 공공소유 가운데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 자발적인 시민 동참을 끌어낼 예정이다. 시 자체적으로 비지정문화재를 전수조사하고, 재개발이 이뤄지는 경우 지자체와 실측조사를 통해 보존으로 이어지는 긴밀한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차고 넘치는 문화재 보존 제도 속에서 미래유산과 대전시 등록문화재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과 인력 배치는 성패를 좌우할 요건 중 하나로 꼽힌다. 문화재보호법 가운데 근대문화유산을 다루는 별도의 법도 필요하다.

대전시 문화유산 담당자는 "국가등록문화재, 시등록문화재, 우수건축자산에 이어 미래유산까지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현장은 혼선이 크다. 예산이나 전담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행정력에도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대전시의 비지정 문화재만 해도 2만 건이 넘는데 이를 전수조사하고 실측할 수 있는 전담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제도적 완성도가 높은 서울시나 전주시는 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미래유산보존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미래유산과 관계되는 각 실과에서 분과위원회를 맡았고, 행정기관 전체가 협의와 협조를 통해 미래유산 제도의 정착화,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밀도 높은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다. 미래유산 제도를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행정의 구심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다.

근대문화유산의 소유주와 시민들의 적극 참여도 유도도 벤치마킹 사례다. 미래유산은 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민 공모를 받아 참여를 높였다. 미래유산 소유주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발적 참여 기회를 열고, 시민대학 과정에 미래유산반을 개설해 미래유산 지킴이를 양성하는 풀뿌리 시스템도 갖춰놨다. 여기에 교육청과 연계해 학년별 사회교과 과정에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안여종 문화유산울림 대표는 "비지정문화재 전수조사를 해야 보존할 것들의 우선순위를 고를 수 있다"고 했고, 이전오 대전문화역사진흥회장은 "미래 문화재로 봐서 보존하려는 사회적 개념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akaoTalk_20210127_085731842
선화동 구 대전법원 관사.
근현대문화유산과 비지정문화재를 법적 테두리에 넣을 수 있는 문화재법 개정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병호 국회의원은 지난해 11월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전·관리 및 활용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50년 미만인 현대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예비문화재 제도를 통해 법적 공백을 막는다는 취지다. 결과적으로 50~100년 안쪽의 비지정문화재를 전수조사하고 보존의 법적 테두리를 만드는 것은 대전시와 정부의 새로운 과제로 닥쳐온 셈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대전과 세종은 2024년 비지정문화재 일괄 전수조사에 들어간다. 비지정이라고 숫자가 많아 전국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틀이 없다. 유사한 시각에서 만들어지고 활용할 수 있는 틀이 필요한데, 5개년 전국 전수조사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유산과 대전시 등록문화재는 결국 자발적인 보호 의지에 결정된다. 대전시는 홍보자료집을 만들고 제도 혜택과 취지, 준비과정 등 빠르게 정착화해 대전만의 문화재를 보호하는 원년으로 삼는다는 목표를 밝혔다.

구본환 대전시의원은 “100년이 넘은 건물과 사업장, 직원 등 유산을 보존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가겠다. 시와 자치구 모두 공감대가 필요하고, 법적인 조례나 시스템이 연동돼야 공존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트램 급전 방식 논란 여전…공론화 필요 목소리
  2. "더는 버티기 어려워"… 대전 서남부터미널, 폐업 재신청
  3. 예산군, 가을 축제 잇따라 개최… 행사장 안전관리 강화
  4. 대전 유성구 주민 기획 13개 동 '마을 축제' 개최
  5. 대전 복용동 염소 축사서 화재…일대 정전 복구중
  1. 충남대 국립공주대 통합 밑그림… 학내외 의견수렴 이어져
  2. [문화 톡] 갈마도서관 직원들의 웃는 얼굴을 보며
  3. 대전중수청 정원 261명 확정… 전국 6개 지방청 중 네 번째 규모
  4. 2029학년도 수능 2028년 11월 16일… 선택과목 없는 통합형 유지
  5. 대전시, 온통대전 등 공약과 현안 사업위한 추경 편성

헤드라인 뉴스


"시민 약속 파기" vs "당시엔 적법허가" 대덕정수장 리모델링 논란

"시민 약속 파기" vs "당시엔 적법허가" 대덕정수장 리모델링 논란

대전 유성구 주민들의 숙원이었던 대덕정수장 리모델링 사업이 사업시행자의 행정착오와 지자체의 관리 감독 소홀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20년간 방치돼 온 대덕정수장을 시민개방형 문화공간으로 조성키로 했는데 개발제한구역 내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은 사실이 감사원에게 발각되면서다. 이에 수공은 해당 공간을 다시 수도시설로 활용하겠다는 대책을 제시했는데 지역 주민들과 지역구 시·구의원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9일 대전시의회 구본환 의원은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6년 전 기능이 멈춘 정수장을 다시 수도시설로 돌..

이 대통령 `정부세종청사` 중심 국정 전환… 현실과 이상 괴리 지속
이 대통령 '정부세종청사' 중심 국정 전환… 현실과 이상 괴리 지속

세종과 서울의 행정 이원화에 따른 비효율 문제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오를 지 주목된다. 현 정부가 정부세종청사 중심의 국정 전환 메시지까지 던진 상황에서도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길국장', '길과장'이란 자조 섞인 표현이 10여 년째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새롭게 취임한 한성숙 국무총리 역시 세종공관과 청사를 비워둔 채 '서울 일정'만 고집하고 있다는 평가가 관가에서 흘러나오며 정부의 의지에 의문부호가 따라붙고 있다. 19일 국무조정실 등에 따르면 오는 20일 취임 50일을 맞는 한 총리의 세종청사 일정은 공식..

`3조 7000억 원 규모`…태안∼안성 민자고속도로 추진 가속화
'3조 7000억 원 규모'…태안∼안성 민자고속도로 추진 가속화

충남도가 민자 적격성 조사를 통과한 '태안∼안성 민자고속도로'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사업 제안사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후속 행정 절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수현 지사는 19일 도청 접견실에서 태안∼안성 고속도로 최초 제안 컨소시엄 관계자들을 만나 사업 추진 상황을 공유하고,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컨소시엄 관계자들과의 접견에서 박 지사는 지역경제에 대한 파급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도내 건설업체와 건설자재 업체 등의 사업 참여 기회 확대를 요청했다. 특히 지역 균형발전과 관광·해양산업 활성화를 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폭발물 테러 및 화재 대응 훈련 폭발물 테러 및 화재 대응 훈련

  • 공공디자인 공모전 작품전시회…8월 27일까지 전시 공공디자인 공모전 작품전시회…8월 27일까지 전시

  • ‘대덕정수장의 시민공원화 조성 약속을 이행하라’ ‘대덕정수장의 시민공원화 조성 약속을 이행하라’

  • 다시 찾아 온 폭염…참새들의 ‘여름 피서’ 다시 찾아 온 폭염…참새들의 ‘여름 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