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이명희 의인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이 된다면 좋은 일"

[중도초대석]이명희 의인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이 된다면 좋은 일"

고속도로 화재 속 3명 구조한 의인 이명희 씨
퀴즈경품으로 받은 소화기로 화재진압 및 인명구조

  • 승인 2021-02-15 10:51
  • 신문게재 2021-02-16 9면
  • 신성룡 기자신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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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 이명희 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대전소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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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 이명희 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대전소방본부 제공]
코로나19로 시민들이 힘든 한해를 극복하고 있는 가운데 위험한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으로 인명을 구한 '의인'이 알려지면서 위로와 감동을 전하고 있다. 고속도로 인근 교통사고 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한 이명희(59) 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명희 씨는 지난달 13일 오후 10시경 곤지암IC 인근 교통사고 현장에서 대전소방본부에서 안전상식 퀴즈 경품으로 받은 소화기를 활용해 화재를 진압하고 3명의 인명을 구했다. 이 씨는 다른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현장으로 직접 뛰어들어가 자동차 유리를 깨고 차 안에 갇혀있는 사람을 구조하고 화재를 진압해 큰 인명피해를 막았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이명희 씨 부부에게 감사 인사와 표창장을 수여했다. 포스코 청암재단도 의인으로 선정해 자녀장학금을 지급했고, 대전소방본부는 이명희 씨와 소속회사에 소화기와 감지기 40개를 전달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용기를 내 다가가 시민 영웅 덕에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됐다. 삭막한 현대에 이러한 시민 영웅의 본보기가 될 이명희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당시 상황과 사고 현장이 어떠한 상황이었는지.

▲당시 화물차를 운전하던 중 시야가 멀리 보이는데 차량 3대가 추돌해 승용차는 화재가 발생한 것을 목격했습니다. 차량에 불이부터 혼란스러운 상황이었고 1톤 화물차량과 SUV 차량은 서로 추돌하여 옆으로 넘어져 있는 위험한 상태로 사고현장이 목격하자마자 화물차를 길가에 주차했습니다. 사고현장에 몇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으나 선뜻 화재를 진압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차량에 갇혀있는 사람도 구하지 못하고 있어 다급한 상황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문득 TNB교통방송에서 하는 소방상식 퀴즈프로그램에서 경품으로 받은 소화기를 가지고 뛰어가 화재를 진압했습니다.

제가 먼저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하자 또 다른 사람이 소화기를 가져와 같이 화재를 진압했습니다. 화물차 안에 갇혀있던 사람도 차량이 넘어져 문이 열리지 않아 내가 먼저 유리창을 망치로 가격해 구출통로를 만들자 또 다른 사람이 다가와 같이 유리창을 가격하는 것을 도와줬습니다. 제가 다급하게 상체를 차 안으로 넣어 조수석에 안전벨트도 고장이 나서 나오지 못하던 구조 요청자를 차량 밖으로 구출했습니다.

그리고 바닥에 윤활유와 기름 같은 것이 많이 흘러나오고 있어 차량에 화재가 옮아 붙을까 봐 휴지와 수건 같은 것으로 닦아내고 하니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그제야 같이 도와줬습니다. 몇몇은 처음에 화재 차량에 다가서자 차량이 폭발할 수 있으니 안 된다고도 하였으나 그 당시에는 그 소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폭발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위험한 순간이었습니다.

-교통사고 상황에서 사람을 구조하실 때 보통 용기를 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떠한 심정이었는지.

▲그때 당시에는 무슨 정신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급박한 상황에서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누구라도 당시 상황에서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치료를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멀리 보이는 교통사고를 목격하고는 경품으로 받은 소화기가 생각나 무조건 소화기를 가지고 화재현장으로 달려가 소화기를 뿌린 기억밖에 생각나지 않습니다. 소화기는 교통방송과 대전소방본부에서 소방안전을 위한 코너로 매주 하는 소방상식 퀴즈에 당첨돼 대전소방본부에서 받은 것을 차량에 비치하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교통사고에서 사용하게 될지 몰랐습니다.

-인명 구조 당시 아찔한 상황이 그려진다. 피해자 구출에 나설 때 가장 위험한 순간은.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하고 보니 1톤 화물차량에 사람이 갇혀 나오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고 차량 문을 열려고 시도했으나 사고로 인해 문짝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화물차량에 있는 망치를 가져와 앞유리를 가격해 구출하려고 보니 잘 깨지지 않고 망치 구멍만 조그마하게 나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당황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온 힘을 다해 앞유리 가장자리를 집중적으로 가격해 유리를 말아 올리고 상체를 차 안으로 집어넣어 조수석에 있는 사람을 구조했습니다.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은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으나 충격을 받았는지 말도 잘하지 못하고 제가 하는 말에 반응을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 분은 차량에 발이 끼어 제가 구하지 못하고 구조대가 와서 장비를 이용하여 구조했습니다.

-화재를 진압하고 구조하는 등 어떻게 발 빠른 대처를 할 수 있었는지.

▲제가 위험물 운송자 교육을 중리동에 있는 소방안전원에서 일주일간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교육에서 소화기 사용법을 배운 기억이 나서 교육받은 대로 한 것 같습니다. 또한, 화물운송자 교육을 받을 때도 소화기 교육을 받은 기억이 있어 배운 데로 잘 써먹은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현행법상 7인승 이상 자동차와 화물차, 특수차에 의무적으로 비치해야 하는데, 평소에도 소화기 등 소방업무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어 안전에 대한 것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직업상 안전교육도 받고 하니 어느 정도 관심은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영웅'이 됐을 거 같다. 주변 반응은 어떤지.

▲아내와 아들 둘을 두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제 아내가 무척 좋아했습니다. 살면서 좋은 일하는 게 쉽지 않은데 많은 분이 좋은 일 했다고 좋아합니다. 아이들은 쑥스러운지 언론에 자꾸 나간다고 타박합니다. 제가 잊고 있었던 사람들에게서도 많이 연락이 오는 데 언론의 힘인가 싶습니다. 자기가 한 일인 양 좋아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쑥스럽습니다. 전에 다니던 직장동료와 상사분들도 어떻게 아시고 전화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렇게 주목받을 일이라고 생각도 못 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항상 사람을 먼저 생각하라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시민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한 일이 널리 알려져 부끄럽지만 나쁜 뉴스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위안을 받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이 된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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