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공자가 시경(詩經)을 편찬한 까닭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공자가 시경(詩經)을 편찬한 까닭

김찬술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 승인 2021-03-07 08:22
  • 수정 2021-03-07 08:48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2021.01.19(김찬술 산업건설위원장)(3)
김찬술 산업건설위원장
'저게 저절로 붉어 질리는 없다/저 안에 태풍 몇 개/저 안에 천둥 몇 개/저 안에 벼락 몇 개/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2009년 금융위기로 모두가 움츠러들었을 때 서울 광화문 글판에 소개돼 널리 알려진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라는 詩입니다. 작고 하찮은 대추 한 알이 성숙해지는데도 온갖 시련을 견디는 인고가 따른다는 것을 시인은 말하려 한 것입니다.



광화문 교보생명 건물에 내 걸리는 글판은 1991년 교보생명 창업주의 아이디어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초창기 글귀는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 활력을 되찾자'와 같은 표어 형식이었지만, IMF 사태 이후 시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싯귀를 담아 일 년에 네 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선보입니다.

지난달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22살의 어멘사 고먼이 낭독한 '우리가 오르는 언덕'은 미국을 갈등과 분열의 늪에서 건져 내 화합과 희망의 언덕으로 끌어 올렸다는 찬사를 받습니다. 감성적 시의 힘입니다.



그러나 셀리그먼 박사의 말처럼 우리는 과거 어느 시대보다 풍요로운데도 불구하고 비관적이 되고 우울한 상태에 빠지는 사람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시대를 살아갑니다. 특히 유엔 산하의 지속가능 발전 해법 네트워크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0 세계행복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전체 153개국 중 61위로 나타났습니다.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는 사회적 불평등 수준이 OECD 평균을 크게 웃돌고 낮은 사회적 신뢰감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문맹률 1% 미만에 평균 IQ 105를 넘는 유일한 나라, 유대인을 게으름뱅이로 보이게 하는 유일한 민족이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데도 말입니다.

시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매체라고 하지요. 시를 만드는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창조의 길이 열린다고 합니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역사는 개인적인 것을 말하고, 시는 보편적인 것을 말한다. 그렇기에 시대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역사가 아니라 '詩'라고 말했지요. 스티브 잡스가 풀리지 않는 문제 앞에서 시를 읽었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나태주 시인은 시인을 '곡비(哭婢)'에 비유한 적이 있습니다. 곡비란, 옛날 상갓집에서 주인을 대신해 울어주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물론 삯을 받고 하지만 그는 진짜로 구성지게 울어 상가를 상가답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시인이 곡비와 같은 사람, 즉 세상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을 대신해서 울어주는 사람이라는 것이지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자신을 흙수저가 아니라 그냥 흙이었다고 할 만큼 어렵게 자랐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재산 절반, 우리나라 기부 사상 최고액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습니다. 김 의장이 평소 자주 읽는다는 미국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의 '무엇이 성공인가'라는 시가 결정적이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시 한 편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게 한 또 하나의 사례로 남게 됐습니다.

공자는 책을 남기지 않았고 직접 쓴 책이 한 권도 없습니다만 기원전 10세기 무렵부터 구전되던 민간가요 3000여 편을 305편으로 묶어 '시경(詩經)'을 엮었습니다. 공자는 다른 책보다도 유독 시경을 배우고 익힐 것을 제자는 물론 아들에게도 강조했습니다.

특히 '시 300편을 외웠더라도 그에게 정치를 맡겼을 때 잘 해내지 못하고, 사방에 사신으로 가서 외교에 제대로 응대하지 못했다면 시만 많이 외웠다고 무슨 소용 있는가? 시를 배워야 임금을 섬길 수 있다'고 설파했습니다. 시대가 변했으니 임금을 시민으로 바꿔도 무방할 터, 정치하는 사람, 나라의 녹을 먹는 공직자라면 깊이 새겨야 할 말입니다.

벌써 봄이 오는 길목, 때마침 3월 21일은 세계 詩의 날입니다. 늘 같이 가슴 따뜻한 세상을 꿈꾸며 공자가 시경을 편찬한 까닭을 곰곰이 되새겨 봅니다. /김찬술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교육공무직 파업에 공립유치원 현장도 업무공백 어려움
  2. 인도 위 위협받는 보행자… 충남 보행자 안전대책 '미흡'
  3. [인터뷰]"지역사회 상처 보듬은 대전성모병원, 건강한 영향력을 온누리에"
  4. [춘하추동]한 해를 보내며
  5. 충남경제진흥원, 부패방지경영시스템 인증 획득
  1. '족보, 세계유산으로서의 첫 걸음'
  2. 충남교육청 2025 학교체육 활성화 유공자 시상식 개최
  3. 충남도 '2025 대한민국 지방재정대상' 국무총리상 수상
  4. 충남도, 도비도·난지도 개발 위한 행정 지원체계 본격 가동
  5. 고속도로서 택시기사 폭행 KAIST교수, 항소심서 벌금형

헤드라인 뉴스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9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9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대전 충남 의원들이 18일 전격 회동, 두 시도 통합을 위한 로드맵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서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을 위한 맞춤형 처방전으로 대전 충남 통합을 애드벌룬 띄우는 것이다. 그동안 국민의힘 주도로 이 사안을 주도해 왔다면 이제는 정부 여당 까지 논의가 확장하는 것인 내년 지방선거 전 통합을 위한 초당적 합의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17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국회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갖는다...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이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글로벌 AX(인공지능 전환) 혁신도시'로 거듭난다. 대전시와 한남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KT, 비케이비에너지(주), ㈜엠아르오디펜스는 17일 '한남대 AX 클러스터 및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연구기관과 AI 전문기업을 지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거점센터는 한남대 캠퍼스 부지 7457㎡ 규모에 2028년까지 건립될 예정이다. 이날 협약식에..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