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아날로그 편식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아날로그 편식

이해미 정치행정부 팀장

  • 승인 2021-06-02 08:35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이해미
이해미 정치행정부 팀장
세상이 아무리 디지털에 의해 통제되고, AI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더라도 나는 아날로그형 인간이고 싶다. 우리 삶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누구보다 빠르게 이해하는 'MZ세대'라 자부하고 싶지만, 내 감성은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에 가깝다.

뜻이 모호하고 해석의 여지가 분분한 현대미술보다는 메시지가 분명한 고전회화가 좋다.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이 걸린 미술관을 하루 종일 걷게 한다 해도 나는 기꺼이 즐거워할 거다.

한 줄의 가사에서도 철학적 사유가 느껴지는 예전 음악이 좋다. 뭣 모르고 들었던 비틀즈나 U2, 오아시스나 콜드플레이의 노래는 그때나 지금이나 내 감성을 끌어 올리는 힘이 있다. 요즘은 잠들기 전 Ben E king의 'stand by me'를 간혹 듣는데, 전주부터 마음을 간질이는 특유의 60년대 멜로디가 매력적인 명곡이다.

흔히 유행하는 트렌디한 드라마도 좋지만, 주기적으로 찾게 되는 건 시대극이나 고전이다. 주로 영국 고전 드라마를 돌려보는데, 19세 말 시대의 고전풍은 늘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쩌면 감성적 편식일지도 모르겠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다방면의 문화를 즐기고 향유하지만, 정작 내 무의식이 받아들이는 건 아날로그적 감상을 자극하는 콘텐츠임을 부인할 수 없다.

아날로그에는 기다림이라는 전제가 깔린다. 전화나 카톡으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으로 내 의도를 보여주기만 하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요즘 시대와는 정반대의 세상이다. 한 줄 뿐인 편지 한 통이 내게 오는 시간의 서사가 감동적인 것처럼, 언제 올까, 골목 어귀를 서성이던 뒷모습이 주는 여운처럼 무언가를 간절히 기다린다는 것은 약간의 설렘과 약간의 두려움 그리고 마침내 맞이하게 되는 기쁨으로 온전히 내 안에 머문다.

2006년 출간했던 이어령 교수의 '디지로그(digilog)'를 스무 살이 갓 넘은 당시의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였으므로 초침이 움직이는 시계나 필름 카메라 정도만이 아날로그라고 이해했던 무식함이 원인이었다.

디지털로 인해 세상이 잠식된다 해도 인간은 그 속에서 설렘이나 감동을 느낄 수 없다. 이 간극은 결국 아날로그 감성을 찾게 하는 원초적 힘이다. 레트로(retro)가 다시 유행하는 것도 우연은 아닐 거다. 이어령 선생이 보여주고자 했던 핵심은 결국 나처럼 감성적 편식도 말고, 디지털 문명에 쏠리지도 말고 융복합 시대가 원하는 '디지로그형' 인간이 되라는 가르침이었나 보다.
이해미 정치행정부 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한 마리 학이 알려준 기적의 물! 유성 온천 탄생의 전설
  2. [현장취재]정민 한양대 명예교수 에 대해 특강
  3. 천안시체육회-더보스턴치과병원, 체육인 구강 건강 증진 업무협약
  4. 아산시 영인면행복키움, 지역복지네트워크 업무 협약 체결
  5. 아산시, '10cm의 기적' 장애 체험 행사 진행
  1. [숏폼영상] 도심 한복판에서 숲속 공기 마시는 방법
  2. 백석대, 건학 50주년 기념 기독교박물관 특별전 '빛, 순간에서 영원으로'
  3. 아산시립도서관, '자연을 담은 시민의 서재' 진행
  4. 천안시, 성고충상담 담당자 역량강화 교육
  5. 남서울대, 제2작전사령부와 국방 AI 협력 업무협약 체결

헤드라인 뉴스


세종의 낮과 밤, 독서로 사색하고 불꽃 향연 즐기세요

세종의 낮과 밤, 독서로 사색하고 불꽃 향연 즐기세요

'낮에는 책의 향기에, 밤에는 불씨의 향연에 빠져든다.' 제629돌 세종대왕 나신 날을 맞아 낮부터 밤까지 종일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가 5월 15~16일 이틀간 세종 호수·중앙공원 일원에서 펼쳐진다. 올해 세종시는 세종대왕의 창조력과 애민 정신을 기리는 동시에, 시민들이 지역에서 축제의 전 과정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세종 책 사랑 축제'와 '세종 낙화축제'를 연계해 개최할 예정이다. 단순 일회성 행사를 넘어 관람객들이 온종일 세종시에 머무르며 축제의 서사를 완결 짓는 '신개념 체류형 관광' 모델을 제시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천안법원, 뒷차에 깨진 콘크리트 조각 튀어 사망케 한 60대 무죄
천안법원, 뒷차에 깨진 콘크리트 조각 튀어 사망케 한 60대 무죄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9단독은 콘크리트 조각이 튀어 뒤따라오던 차량 탑승자를 사망케 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혐의로 기소된 A(6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세버스 운전기사 A씨는 2024년 10월 15일 아산시 온천대로에 있는 평택-세종간 장영실교를 은수교차로 방면에서 천안시 방면으로 주행하던 도로 위 파손돼 돌출된 콘크리트를 발견하지 못해 이를 밟고 주행하다 뒤따라오던 차량의 조수석에 튀어사망케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비가 내려 속도를 줄였지만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태여서 콘크리트..

보존된 서울 상암 일본군관사와 흔적 없는 대전 일본군관사…"같은 피해 없도록 피해자성 공유 중요"
보존된 서울 상암 일본군관사와 흔적 없는 대전 일본군관사…"같은 피해 없도록 피해자성 공유 중요"

전투가 벌어진 장소를 전쟁유적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전쟁 시설 조성에 동원된 인력과 그 과정도 유적에 포함된다. 일제강점기에 한반도는 일본의 식민지로서 제국 일본의 영역이었으므로 지배를 강압하고 아시아태평양전쟁을 준비한 유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정혜경 일제전쟁유적네트워크 대표는 그의 저서 '한반도의 일제 전쟁유적 활용, 해법을 찾아'에서 "우리 주변에 남아 있는 일제 전쟁유적은 일본 침략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강제동원의 역사에서 피해자성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라며 "피해자성이란 피해의 진상을 파악하고 강제동원 피해자의 아픔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 기자간담회 갖는 이장우 대전시장…오늘 예비후보 등록 예정 기자간담회 갖는 이장우 대전시장…오늘 예비후보 등록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