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선생의 시네레터] 영웅의 전사(前史)와 가족의 환원 '블랙 위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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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의 시네레터] 영웅의 전사(前史)와 가족의 환원 '블랙 위도우'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1-07-15 18:03
  • 신문게재 2021-07-16 9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블랙위도우
이 영화는 블랙 위도우인 나타샤 로마노프의 전사(前史), 즉 이전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영웅의 이전 이야기를 보여준 본 시리즈를 떠오르게 합니다. '본 아이덴티티'(2002), '본 슈프리머시'(2004), '본 얼티메이텀'(2007) 등에 등장한 주인공은 이전의 영웅들과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다이하드' 시리즈의 존 맥클레인 형사,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에단 헌트, '007'시리즈의 제임스 본드에 대하여, 우리는 그들의 전사를 알지 못합니다. 어디서 태어났고, 어떻게 자랐는지,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영화 속에서 영웅적으로 등장해서 영웅적으로 사건을 해결합니다. 아마도 이런 영웅들의 기원은 미국 영화의 원형이라 할 서부 영화 속 보안관일지 모릅니다. 바람처럼 나타나서 악당을 물리치고 또 바람처럼 사라지는 사나이 말입니다.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은 쾌남이 되지 못합니다. 뛰어난 능력을 지녔지만 부도덕한 거대 조직의 욕망에 이용당했다는 것을 알고 그곳으로부터 뛰쳐나옵니다. 불안과 우울, 정체성의 혼란 등 그는 이전 시기 전통적 영웅들과는 너무나 다릅니다. 영화 '블랙 위도우' 속 나타샤 역시 그러합니다. 거대한 조직에 의해 레드룸에서 훈련받아 초인적 능력을 지니게 됐으나, 그녀는 자신을 길러낸 곳으로부터 이탈합니다. 그녀는 국가나 민족 혹은 정의, 도덕 등 가치의 표상이 아닙니다. 그녀 역시 본처럼 국가 조직에 의해 추적당합니다.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그들이 요구하는 미션을 수행하기보다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입니다. 생존도, 투쟁도 자신의 몫입니다.



나타샤 로마노프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어린 시절부터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이유는 그녀의 정체성과 관련됩니다. 확장적으로 이해하자면 그녀를 길러낸 레드룸 시스템은 이 시대의 교육이라는 제도가 지닌 욕망을 은유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슈퍼파워를 지닌 영웅을 만들어 국가나 기업의 욕망을 달성하는 부속품 노릇을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영화는 이러한 일에 이 시대의 가족이 또한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이용당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슬프기는 그럼에도 나타샤의 동생인 옐레나는 위장된 가족으로 지냈던 시절을 그리워합니다. 그리고 결국 영화는 가족의 가치로 돌아옵니다.

레드룸의 파괴로 끝이 나는 이 영화가 가족을 환원하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가족이란 욕망의 도구가 아니라 정체성의 원천인 관계의 출발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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