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Y-zone 프로젝트: 3대 하천 재발견] 물줄기는 줄었지만 마음은 평안

[대전 Y-zone 프로젝트: 3대 하천 재발견] 물줄기는 줄었지만 마음은 평안

  • 승인 2021-10-19 00:00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컷-3대하천

 




드디어 하상도로와 이별… 하천과 풀밭만 가득한 공간
시끄러운 차량 소리 없어 안전 위협받지 않아 '평안'
큰 조형물은 없어도 대전천 즐기는 시민 발길 이어져
 


KakaoTalk_20211017_224705531_10
대전천④[하천을 비롯한 자연만 있어도, 사람은 모인다]
이번 대전천 걷기 일정은 4주 만이었다. 4주가 지난 뒤 처음 대전천 걷기를 나섰을 때와 날씨가 많이 쌀쌀해져 있었다. 4주 만에 나선 이번 걷기의 소감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정말 걸을 만하다'고 말이다. 이번 코스는 가오교에서 시작해 옥계교 부근까지 향한 뒤, 다시 가오교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가오교에 언더패스가 있었지만, 걷는 동안 본 콘크리트는 그것뿐이었다.

그동안은 기사를 위해 의무감으로 과제처럼 걸음을 옮겨왔던 과정이라면, 이번엔 마실 나온 기분이었다. 도로 하나 없었을 뿐이었는데 산책을 나온 기분으로 편히 걸을 수 있었다. 미미하지만 하천이 흘러가는 물줄기 소리와 곤충들이 우는 소리까지. 당초 걷기를 계획했을 때 상상했던 모습이었다.

*쌀쌀한 날씨도 막지 못한 발걸음
나름 따뜻하게 입고 나왔다고 생각했는데도 너무 추웠다. 이런 날씨에 사람이 있으려나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하상도로가 없어 유난히 하천 옆에 조성된 잔디밭이 넓었다. 그래서인지 그간 보지 못했던 체육시설이나 휴게공간 등이 많았다. 체육시설, 휴게공간 할 것 없이 사람들이 상당했다. 어르신들은 곳곳에 설치된 기구를 이용해 운동하고 계셨고, 휴게공간엔 산책을 나온 이들이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평안해 보였다. 특히 보행자 도로 옆에 항상 존재했던 하상도로가 없으니 더더욱 그랬다. 천천히 걷거나, 잠시 멈춰서 있거나, 갑자기 뛰어가는 반려동물을 따라가도 안전에 위협이 될만한 차들이 없으니 말이다. 이곳도 보행자/자전거도로가 넓은 편은 아니었지만 위험한 상황이 펼쳐지진 않았다. 차량 소리만 없었을 뿐이었는데 뒤에서 자전거 소리가 나면 바로 피할 수 있었다.

KakaoTalk_20211017_224705531_14
돌 징검다리에서 본 대전천 모습. 수심이 깊어 보이진 않는다. 사진=김소희 기자
*줄어든 물줄기… 그래도 평안
만족스러워하며 발걸음을 옮기는데 문득 하천이 유난히 작아졌단 느낌을 받았다. 목척교 부근을 걸을 땐 그래도 바로 하천 옆을 걷는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여긴 하천이 풀로 가려져 잘 보이질 않았다. 돌 징검다리를 쪽으로 향하자 왜 하천이 눈에 띄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 수심 자체가 깊지 않았다. 예전엔 대전천에 어린 아이들이 나와 물장구를 치며 놀았다고 했는데, 수심을 보니 위험해 보이진 않았다.

KakaoTalk_20211017_224705531_07
옥계교 인근에 위치한 대전천 꽃단지. 운동시설과 어우러져 있다. 사진=김소희 기자
대전천 꽃
대전천 꽃단지 모습. 사진=김소희 기자
옥계교 근처에 다다르니 꽃단지를 발견했다. 저번 걷기 때에도 찾기에 나섰는데, 그땐 잘못 알았던 모양이다. 확실히 꽃단지라고 하기엔 규모가 작았다. 하지만 꽃단지 사이로 운동기구가 있었고, 그걸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가득했다. 하천과 꽃 안에서 여가 생활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대전천_1
대전천변 입구에 주차된 화물차. 사진=김소희 기자
* 천변 입구에 늘어선 차량 중 유난히 많은 화물차

대전천은 유등천과 갈라지는 지점인 삼천교 인근에서부터 하천 입구 중심으로 주차된 차들이 상당했다. 주차선이 그어져 있는 곳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도 주차 차량이 많았다. 그곳에서 봤던 차량은 대부분 승용차였지만, 이번 걷기에선 유난히 화물차들이 많이 보였다.

주거단지와 상업지역이 형성된 지역이 아닌, 주거단지와 공업단지가 이뤄진 지역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우뚝 솟아 있는 아파트 등은 많이 보이질 않았으며, 대부분 오래된 주택이나 빌라, 그리고 공장뿐이었다.

대전은 대전천을 중심으로 도시가 성장했다. 소모품이 오랜 시간이 지나면 낡고 때가 타듯 도시도 자연스럽게 낙후된 셈이다. 그동안의 걷기를 돌이켜보면, 대전천은 발원지로 향할수록 더 낙후된 공간으로 향하는 기분이 들게 했다. 원도심만을 가로지르는 하천인 만큼 당연히 대전에 있는 국가하천과는 비교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천을 중심으로 도시가 성장했으나, 신도심을 중심으로 성장이 이뤄지면서 대전천 인근은 더딘 성장을 하고 있다.

KakaoTalk_20211017_224705531_11
얕은 수심이지만 야생동물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사진=김소희 기자
*시민 공간의 하천은 천(川)만 있어도 충분

이번 대전천 걷기를 하면서 느꼈던 건 사람이 모이는 데엔 대단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하상도로가 가득했던 중촌동 인근 대전천은 차량만이 가득했기에 사람이 없는 건 당연했다. 은행동 부근은 원도심 중심부에 존재한 데다 음악분수 등 다양한 조형물로 유동인구가 늘었다. 4번째로 나선 대전천 가오교~옥계교는 별 게 없었다. 하상도로도, 음악분수 같은 조형물도 말이다. 하천과 드넓은 잔디만 가득했는데도 시민들은 이곳을 찾아, 본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하천이 대전시민을 위한 공간이 되기 위해선 거창한 게 필요할까 싶었다. 개발되지 않은 하천과 풀밭만 있어도 충분했다. 거기에 누구든지 3대 하천을 즐길 수 있게 도시재생까지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 있을까.

KakaoTalk_20211017_224705531_02
대전천을 걸으면 하천은 잘 보이진 않지만, 갈대가 날리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사진=김소희 기자

다음 걷기는 대전천의 발원지인 만인산 계획하고 있다. 대전시청 유튜브를 통해 본 발원지는 과하게 표현하자면, 도랑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 비록 힘찬 물줄기는 아니지만 원도심을 가로지르며 묵묵히 흐르고 있는 대전천을 보는 의미도 남다르게 다가올 듯싶다. /대전천=김소희 기자

 

KakaoTalk_20211017_164235900
대전천 걷기 인증샷.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정부·민주당, 행정수도특별법·행복도시특별법 최우선 처리 약속
  2. 대전 구도동 수소생산시설 최적지 제시…개발제한구역 규제 '걸림돌'
  3. 세종 행정수도 '11월' 중대 기로… 법안 심사에 예산 확보전까지
  4. 충청권 광역철도 1단계 총사업비 5716억원 확정… 사업 추진 속도 내나
  5. 오석진 교육감 국제중·고 설립 내년 기반마련…원도심 교육격차 해소할까
  1. 천문연, ‘우주 팽창 논쟁’ 암흑물질로 새로운 접근 나선다
  2. 대전 서구, 갈마문화공원에 1.6㎞ 무장애 둘레길 조성
  3. 대청호보전운동본부 25주년 기념... 앞으로 25년 논의
  4.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
  5. 천안·아산지역상생발전위원회, 아산탕정2집단에너지사업 조속 추진 촉구

헤드라인 뉴스


머크, 대전 추가투자 가능성 시사… 지역경제 동반성장은 과제로

머크, 대전 추가투자 가능성 시사… 지역경제 동반성장은 과제로

머크(Merck)가 대전 생산센터 준공을 계기로 추가 투자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대전 바이오산업의 확장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KAIST와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연구시설 확충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대전이 머크의 아시아·태평양 생산거점을 넘어 연구개발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열린 머크 대전 생산센터 준공식에서 머크 독일 본사와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대전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대규모 생산시설 건립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외국인투자지역 입주에 따..

국비확보에 `온통대전` 캐시백 더 준다… 최대 18%, 11월 15일까지 한시적 적용
국비확보에 '온통대전' 캐시백 더 준다… 최대 18%, 11월 15일까지 한시적 적용

대전시가 정부의 추가 국비 지원을 확보하면서 지역화폐 온통대전의 캐시백 혜택이 한시적으로 최대 18%까지 확대된다. 29일 대전시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로부터 추가 교부받은 국비 7억 9500만 원과 기존 확보한 국비를 활용해 이날부터 11월 15일까지 온통대전 캐시백 비율을 일반 시민 15%, 복지대상자 최대 18%로 상향한다. 이번 조치는 전국적인 소비 활성화 행사인 '2026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과 연계해 추진하는 것으로 고물가와 소비 부진으로 위축된 지역 소비를 촉진하고 소상공인의 매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기획-③] 두 번의 주민투표에도 끝나지 않은 오사카의 선택
[기획-③] 두 번의 주민투표에도 끝나지 않은 오사카의 선택

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해법으로 추진된 충남·대전 행정통합이 첫 출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다시 출발선에 섰다. 하나의 경제·생활권을 구축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주민 동의와 재정·권한 이양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해졌다.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는 것만으로 통합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행정통합을 경험한 일본과 대만 역시 행정 효율화와 재정 기반 강화라는 기대 속에 주민 갈등과 재정 부담, 지역 간 불균형이라는 숙제를 마주했다. 본보는 일본의 헤이세이 대합병과 오사카 행정체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 ‘포기마다 정성 담아’…맛있는 이웃사랑 ‘포기마다 정성 담아’…맛있는 이웃사랑

  • 미래 진로직업 체험 미래 진로직업 체험

  •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