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울긋불긋 단풍처럼 오색 찬란한 꿈을 키우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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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울긋불긋 단풍처럼 오색 찬란한 꿈을 키우는 여행

장주영 / 대전도시과학고등학교 교사

  • 승인 2021-11-11 14:0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우리 학교 드론지형정보과 학생들. 소중하고 귀한 아이들에게 인생의 반전이 될 계기를 심어줄 수는 없을까? 안락한 교실을 떠나 그들이 보지 못한 바깥 세상을 보여주면 어떨까? 코로나로 많은 것들이 생략, 취소, 연기, 축소되는 것이 일상이지만, 어느덧 11월이 되어 끝나가는 학년을 뜻깊게 마무리 할 수는 없을까?

여러 선생님들의 고민에 찬 발문과 강한 의지로 이번 여행이 드디어 행동으로 옮겨졌다. 드론지형정보과 1, 2학년을 위한 이번 여행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학생들에게 대규모 토목 건설 현장을 보여주기. 둘째, 품격있는 카페가 있는 미술관 관람하기. 이를 통해 교과서와 실습으로만 배운 수업 내용을 확인하고 진로에 대한 미래 모습을 직관적으로 확인하는 것, 그리고 맛난 차와 고급 쿠키, 수준 높은 전문 작가들의 미술 작품을 통해 뇌를 확장시키고 감성을 풍부하게 하는데에 목적을 두었다.

비바람치는 궂은 날이었지만, 하늘도 우리를 돕는지 막상 야외 활동을 할 때는 찬 바람도 굵은 비도 나타나지 않았다. 수 조원이 투입된 54만평 고덕 국제화 도시를 버스로 투어하며 대규모 토목 현장을 시찰했다.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는 3만평 아파트 공사 현장은 1층 시공 중이었다.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철근으로 기둥을 세우고 콘크리트를 타설하여 지반 공사를 튼튼하게 진행 중이었다. 또 거푸집도 제거하지 않은 채 양생 작업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학습하기 좋았다. 토목과 교사인 권혜경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건설재료와 공법 등 수업과 연계한 전공 내용들을 알려주셨고, 허경열 선생님은 아파트 시공 현장 상공으로 드론을 띄워 촬영과 비행 조종 시범을 보였다.

이상천 현장 소장님은 우리 학생들에게 '여러분은 진로를 참 잘 정했다'라는 머릿말로 자부심을 심어주며 강연을 시작했다. 정리한 내용을 옮겨본다.

1. 토목 기술자는 희소성이 있다. 진로를 잘 선택해서 왔다. 토목 현장이 열악하여 기피하다 보니 끝까지 끈기를 가지고 토목 업계에 남는 비율이 10% 미만이다. 값어치가 매우 크다.

2. 기술 면모만 있다면 계속 우상향하며 도로, 항만, 터널, 택지 등 무궁무진한 영역에 진출할 수 있다.

3. 앞으로의 AI 기술 발전이 있더래도 토목 기술자들은 대체불가이다. 왜? 토목 시공 측량은 사람과 대면화하여 현장에 투입되는 필연적 작업이 있다. 즉, 기계만이 아닌 사람의 기술로만 가능한 작업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세대까지는 이 기술을 대체할 인공지능은 없을 것이기에 미래 값어치가 매우 크다.

4. 단점은 무엇이 있을까? 현장이 한 자리에서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전국으로 이동이 많다. 가족과 떨어져 지낼수도 있으나 새 지역에서 다양한 사람을 사귈 수도 있는 장점으로 승화 시켜보자.

5. 드론지형정보과에서 작은 꿈에 머물지 말고 여러 분야에 큰 꿈을 키워두어라. 목표가 없는 사람은 누가 인도해주는 길로 가며, 목표가 있는 사람은 앞장서서 자기의 목표와 미래의 값어치에 근접하게 된다. 조금은 어렵지만 노력할 만 하다. 큰 보답이 올 것이다.

6. 고교 졸업 후 이 기술을 살려서 취업하는 자가 있고, 이보다 더 나아가 대학에 가는 자가 있다. 차이는 무엇일까? 대학 진출의 목표를 가졌다면 선생님들이 지도 편달을 해주시지만, 고교졸업 후에 현장에 들어오면 많은 경험치 축적은 가능하다. 그러나 고교 졸업자는 한계가 있다. 기능사로는 한계가 있고 그 위에 기사가 있다. 여기서 기능사와 기사의 다른점은 고졸과 대졸의 차이를 넘어 현장의 소장 자격에도 큰 차이가 있다. 기능사를 하여 자격 취득 후 3년동안 현장 경험 후 5억 규모 현장 소장이 된다면, 토목 기사를 취득하면 50억 규모 현장 소장이 될 수가 있다.

7. 토목업계 선배로서 권해줄 말은 드론지형정보과에 온 것은 발만 담근 것이다. 발목만 담그지 말고 목까지 푹 빠져라. 그래서 큰 목표를 이뤄 현장 소장도 되고 토목업계 대표도 되면 좋겠다. 고소득 직종이다.

8. 경험과 능력이 축적이 되면 현장이 '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보인다. 그 수준으로 올리는 것은 여러분의 몫이다. 그런 꿈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은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진입을 했다면 뜻한 바를 이루고자 노력하자. 고졸 후에 실무 투입이나, 대졸 후 신입 투입은 본인의 판단이지만 목표는 크게 가지자.

9. 토목의 갈 길은 공무원, 공사, LH, 일반 건설사에도 갈 수 있다. 갈 길은 내가 정하면 된다. 여기서 정한 목표를 얻고자 한다면 정보 습득도 필요하다. 곧 다가올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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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도시과학고등학교 드론지형정보과 학생들
내년이면 특성화고부터 고교학점제가 시행된다. 의무적 이수 시수는 줄고 늘어난 자유 시간 속에 학생들의 선택의 폭은 넓어질 것이다. 즉, 학생들에게 동기부여와 진로탐색을 위한 정보 제공이 절실하다. 본교 손주민 수석교사는 '학생들에게 섬에 가기 위한 배를 만드는 기술을 가르침에 있어 그 섬에 보물이 있음을 먼저 알려줘라'라고 교사 연수를 한 바가 있다. 이상천 현장 소장님의 '토목은 돈이다'로 일축되는 강연이 바로 보물섬을 알려준 것이 아닐까?

아침은 우리 학교 복지 교사인 김은경 선생님이 준비해 주신 두툼한 계란 김밥, 간식은 현장에서 선물로 제공해 준 희귀한 춘천 감자빵과 음료, 점심은 목살 스테이크. 잘 먹으니 여행이 풍요롭다.

마지막 코스인 천안 '리각미술관'으로 6人의 아트프로展을 보러 갔다. 회화로는 거침없는 붓질로 여러 질감을 표현한 추상화, 아름답고 편안함을 주는 풍경화, 작고 앙증맞은 무당벌레 입체 모형을 회화에 덧붙여 자연의 모습을 생동감있게 표현한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조형물에는 폐철사와 우산대 같은 오브제로 표현한 창의적인 예술품이 근사했다. 가장 재미있고 화끈했던 작품은 '돈'으로 꽉찬 입체 공간 속의 빈 카우치 소파다. 오만원권, 만원권, 100달러 미화 지폐와 동전으로 벽이 도배되고 돈들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곳에서 눕듯이 기대는 안락한 의자. 우리 모두 좋아하는 자본주의 산물! 이 작품은 돈에 대해 체면을 지키는 우리의 가식을 읽어내는 거짓말 탐지기 같다. 학생도 교사도 '돈' 앞에서 정신줄 놓고 보기만해도 입꼬리가 올라간다. 본능의 민낯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용감한 작품 앞에서 오늘 여정과 일맥상통하는 '갬성적' 정점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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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로 도색된 전시관
미술관 내 카페에서 우리 아이들은 추운 몸을 녹여주는 달콤한 초콜릿 차와 바삭한 크림샌드를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마무리 짓겠다. 일단, 재미 가득하고 전혀 부담없는 가을 여행이었기를. 그리고 어느 순간, 여행 안에 숨어있는 작은 의미들이 생각나 삶의 동력이 되기를. 11월, 울긋불긋 단풍처럼 오색 찬란한 꿈을 이루길 기원한다.

장주영 / 대전도시과학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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