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올랑 새책]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면?

  • 문화
  • 문화/출판

[올랑올랑 새책]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면?

  • 승인 2022-01-06 11:13
  • 신문게재 2022-01-07 9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올랑올랑-벤
▲이미지=게티이미지 뱅크
호랑이해다. 호랑이는 우리에게 남다른 존재다.

단군신화에도, 전래동화에도 호랑이는 등장한다. 한반도 땅 모양을 호랑이에 빗대기도 하고, 스스로를 '호랑이 민족'이라고 부른다.



88올림픽의 마스코트를 호랑이로 만들만큼 호랑이의 의미는 각별하다.

이렇게 남다른 대상이지만, 정작 우리가 호랑이를 볼 수 있는 곳은 동물원이다. 하지만 동물원 우리 속 호랑이는 우리가 그리고, 생각해온 용맹하고 매서운 존재가 아니다. 멍한 눈으로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무기력한 거대한 몸뚱이일 뿐이다.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물원 존폐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야생 동물을 우리에 가둬놓고 전시하는 동물원을 둘러싼 비인도적 논란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코로나19로 방치된 민간 동물원 문제가 대두되면서 또다시 동물을 가둬놓고 구경하는 동물원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사실 호랑이로 대두된 동물 뿐 아니라 아쿠아리움에 갇힌 돌고래 등도 논란이 계속됐다.

사람의 지능에 육박하는 돌고래는 스스로가 갇혀 있는 것을 인지할 수 있어서 상당수가 수족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22년 현재 국내 수족관에 갇혀 있는 고래류는 22마리다. 환경 보호 단체들은 하루빨리 비인도적인 돌고래의 야생 방류를 촉구하고 있는 이유다.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물원 존폐 논란이 일고 있지만 불과 1세기 전 만해도 인간이 동물원에 전시되기도 했었다.

19세기 식민지 확장에 몰두했던 유럽 제국주의는 원주민 몇 명을 우리에 가둬놓던 전시에서 원주민 촌락에 가두고 이들의 삶을 구경거리로 만드는 인간 동물원 건설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슬프게도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인들도 일본 박람회에서 전시되기도 했었다.

동물을 전시하고 구경하는 일이 비 인도적이긴 하지만 사람을 전시하고 구경하는 일만큼 분노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과거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던 노예제 역시 오늘날 들어서는 어떤가.

계급의식과 인종의식, 성별의식, 환경의식을 통합한 혁명적인 세계관을 가진 '벤저민 레이'의 일대기를 집필한 책이 출간됐다.

대부분의 유럽인들이 인간을 속박하는 일이 달과 별과 태양이 뜨는 것처럼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시대에 태어난 '벤저민 레이'(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갈무리 펴냄, 304쪽)대서양 노예무역상들의 해상 대학살을 고발한 인물이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노예제가 없는 세상을 상상했던 벤저민 레이는 동굴에 살며 스스로 옷을 만들어 입었고, 억압된 사람들이 강제로 동원돼 생산한 상품을 소비하기를 거부했다.

미국에서 노예폐지론이 나온 2세기 전부터 노예제 폐지를 주장한 벤저민 레이는 실제로 퀘이커교가 내부에서 노예제도를 폐지한 최초의 집단이 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저자는 17세기와 18세기에 가장 먼저 책을 출판했던 노예제 비평가들은 모두 변변찮은 출신의 노동자들이라며 이들의 평범하고 고된 노동생활의 노예들의 처지에 공감할 수 있는 토대가 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지구상의 가장 급진적인 사람으로 평가 받는 벤저민 레이를 통해 우리가 가진 기득권과 당연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오희룡 기자 huil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이차전지 선도도시 대전] ②민테크"배터리 건강검진은 우리가 최고"
  3. 대전시 2026년 정부예산 4조 8006억원 확보...전년대비 7.8% 증가
  4. 대전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공유재산 임대료 60% 경감
  5. [기고]농업의 미래를 설계할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
  1. [문화人칼럼] 쵸코
  2. [대전문학 아카이브] 90-대전의 대표적 여성문인 김호연재
  3. 농식품부, 2025 성과는...혁신으로 농업·농촌의 미래 연다
  4. [최재헌의 세상읽기]6개월 남은 충남지사 선거
  5. 금강수목원 국유화 무산?… 민간 매각 '특혜' 의혹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산단 535만 평 조성에 박차…신규산단 4곳  공개

대전시, 산단 535만 평 조성에 박차…신규산단 4곳 공개

대전시가 산업단지 535만 평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4일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신규 산단 4곳을 공개하며 원촌 첨단바이오 메디컬 혁신지구 조성 확장안도 함께 발표했다. 대전시의 산업단지 535만 평 조성계획은 현재 13곳 305만 평을 추진 중이며, 이날 신규 산단 48만 평을 공개해 총 353만 평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원촌 첨단바이오 메디컬 혁신지구는 유성구 원촌동 하수처리장 이전 부지를 활용한 바이오 중심 개발사업이다. 당초 하수처리장 이전 부지에 약 12만 평 규모로 조성계획이었으나,..

꿈돌이 협업상품 6개월 만에 23억 매출 달성
꿈돌이 협업상품 6개월 만에 23억 매출 달성

대전시는 지역 대표 캐릭터 '꿈돌이'를 활용한 지역기업 협업 상품 7종이 출시 6개월 만에 2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꿈돌이 라면'과 '꿈돌이 컵라면'은 각각 6월과 9월 출시 이후 누적 110만 개가 판매되며 대표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첫 협업 상품으로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1월 말 기준 '꿈돌이 막걸리'는 6만 병이 팔렸으며, '꿈돌이 호두과자'는 2억 11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청년일자리 창출과 사회적경제 조직 상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도 '꿈돌이 명품김', '꿈돌이 누룽지',..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2년 7월 민선 4기 세종시 출범 이후 3년 5개월 간 어떤 성과가 수면 위에 올라왔을까. 최민호 세종시장이 4일 오전 10시 보람동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수도를 넘어 미래수도로 나아가는 '시정 4기 성과'를 설명했다. 여기에 2026년 1조 7000억 원 규모로 확정된 정부 예산안 항목들도 함께 담았다. ▲2026년 행정수도 원년, 지난 4년간 어떤 흐름이 이어지고 있나=시정 4기 들어 행정수도는 2022년 국회 세종의사당 기본계획 확정 및 대통령 제2집무실 법안, 2023년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국..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 급식 차질로 도시락 먹는 학생들 급식 차질로 도시락 먹는 학생들

  •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