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화상 상봉장만 덩그러니…시간 없는데 남북 대치만

  • 사회/교육
  • 사건/사고

이산가족 화상 상봉장만 덩그러니…시간 없는데 남북 대치만

2021년 충청권 실향민 4159명…5년 사이 1351명 감소
화상상봉장 마련 됐으나 사용되지 못하고 있어

  • 승인 2022-01-26 17:26
  • 수정 2022-01-26 18:45
  • 신문게재 2022-01-27 3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wrewrw
대전적십자사에 설치돼 있는 화상상봉장 (사진=김지윤 기자)
"몇 번이나 북에 있는 가족에게 연락을 해보려 했지만 잘 안됐어. 언젠가 만날 수 있길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대전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김창선(101)씨는 명절을 앞두고 북녘에 있을 가족 생각에 한숨을 깊게 내뱉었다.



김 씨는 황해도에서 3남 2녀 중 맏이로 태어나 1950년 6·25 전쟁 발발 직후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피난 행렬에 올랐다. 전쟁이 끝나고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벌써 72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리움을 가슴에 켜켜이 쌓아왔다. 가족을 찾아주십사 수차례 연락을 시도하며 관계 기관에 도움을 청했지만 '확인할 수 없습니다'라는 답변이었다.

김 씨는 사진 한 장 없이 어머니와 형제의 얼굴조차 잊을까, 내가 없을 때 후손이 찾아오지는 않을까 고향 모습과 가족들 특징을 수첩에 빼곡히 적어가며 마른 숨을 지키는 중이다.



남북의 민족명절 설날이 다가왔지만, 이산가족들은 북녘에 있는 가족과의 교류조차 어려운 현실을 올해도 감내하고 있다. 26일 대전세종적십자사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충청권 실향민은 4159명에 달한다. 그러나 2016년 이후 5년 사이 1351명이 감소했다. 다수 이산가족 1세대들이 반백년 이상의 시간을 버텼지만, 결국 이산의 한을 풀지 못하고 눈을 감고 있다.

특히, 대전세종적십자사는 '화상상봉장'을 설치해 북에 있는 가족을 화면으로라도 만날 여건은 마련했으나 남북관계가 경색되며 이산가족을 모시지 못하고 있다. 북한과의 정치적 교류 불발이 수시로 일어나면서 2007년 3차례 화상상봉을 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15년이 지난 현재까지 가족과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대전적십자사 관계자는 "명절 때마다 가족은 찾았는지 형제와 통화 할 수 있는지에 관해 묻는 이산가족들이 많지만 쉽게 연결해 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산가족은 가족의 생사 여부만이라도 알고 싶다며 정부의 뚜렷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정석 이북도민회대전연합 회장은 "명절 때마다 이산가족 상봉을 언급하며 우리에게 기대감을 안겨 줬지만 오랜 기간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잠시 만나는 단일성 상봉은 이산가족에게 어쩌면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이벤트 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년 부동산 제도 달라지는 것은?
  2.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8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3. 대전 교육공무직 파업에 공립유치원 현장도 업무공백 어려움
  4. 인도 위 위협받는 보행자… 충남 보행자 안전대책 '미흡'
  5.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1. "내년 대전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 필요"… 대전 시민단체 한목소리
  2. 대전권 9개 대학 주최 공모전서 목원대 유학생들 수상 영예
  3. [인터뷰]"지역사회 상처 보듬은 대전성모병원, 건강한 영향력을 온누리에"
  4. 충남개발공사 '고객만족경영시스템' 국제표준 인증 획득
  5. 박정현 "기존 특별법, 죽도 밥도 안돼"… 여권 주도 '충청통합' 추진 의지

헤드라인 뉴스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전남을 시작해 충청권을 가로질러 수도권으로 향하는 초고압 송전망이 농경지와 주택가, 학교 일원을 경유해 건설될 것으로 예상돼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에 또다시 대규모 국가산업단지를 신설하고 입주 기업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려 지방에 대규모 송전선로를 건설할 때 환경권과 생활권 침해 피해는 지역에 돌아온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17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앞으로 대전을 관통해 건설될 예정인 '신계룡-북천안 345㎸ 송전선로 시설 계획을 규탄하는 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정부는 2022년부터 2036년까지 송변전설..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이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글로벌 AX(인공지능 전환) 혁신도시'로 거듭난다. 대전시와 한남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KT, 비케이비에너지(주), ㈜엠아르오디펜스는 17일 '한남대 AX 클러스터 및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연구기관과 AI 전문기업을 지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거점센터는 한남대 캠퍼스 부지 7457㎡ 규모에 2028년까지 건립될 예정이다. 이날 협약식에..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