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당위와 존재의 갈등과 화해 '코다'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당위와 존재의 갈등과 화해 '코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2-04-07 16:14
  • 신문게재 2022-04-08 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영화코다
영화는 첫 장면을 바다에서 시작합니다. 가난하고 영세한 어부 가족이 작은 배 위에서 일합니다. 아빠, 엄마, 오빠 그리고 딸. 앞의 세 사람은 농인(聾人)입니다. 그리고 딸인 루비는 듣고 말할 줄 아는 코다(Child of deaf adult)입니다. 이 평범해 보이는 영화는 출발부터가 범상치 않습니다. 보통 사람들에게 가족과의 관계가 존재를 지탱하는 근거가 되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준비와 노력이 당위가 되는 것과 루비는 다릅니다. 그녀에게 가족은 무겁고 힘든 당위입니다. 반면 넓은 세상을 향한 도전은 존재의 자유가 됩니다.

가족들이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루비는 통로가 됩니다. 가족과는 수어로, 세상과는 말로 소통합니다. 채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소녀가 어린 시절부터 감당해 온 무거운 짐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마땅히 해야 하는 것도 알겠는데, 가족들은 고마워하기는커녕 으레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하는 거로 여깁니다. 그녀는 그녀대로 걷고 싶은 길이 있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며, 해 보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지금 그녀에겐 사랑과 자유가 충돌하고 있습니다.

출렁이는 바다 위의 낡고 오래된 배는 루비네 가족을 비유합니다. 위태롭고 벗어날 길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바다에서 벗어나 육지로 갑니다. 수어의 세계로부터 노래의 세상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녀가 부르는 노래를 가족은 알지 못합니다. 노래의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그녀의 선택과 노력을 수용하려 하지 않습니다. 벌어 먹고살아야 하는 무거운 짐을 어린 딸이자 동생인 루비에게 의존하려 합니다.

이 영화가 감동을 주는 부분은 이 견고하고 무거운 틀이 깨지고 이해와 소통의 길을 여는 데 있습니다. 루비는 무대 위에서 노래할 때 수어로도 함께 합니다. 가족들을 위한 겁니다. 루비 아빠는 노래 연습하는 그녀의 목을 손으로 느낍니다. 청각장애인 특유의 예민하고 섬세한 감촉으로 말입니다. 마침내 루비는 넓은 세상을 향해 떠납니다. 당위의 사랑을 뒤로하고 존재의 자유를 선택합니다. 누구도 그녀를 비난할 수 없습니다.



가족들이 무대 위에서 아름답게 노래하는 루비를 바라볼 때 영화는 음 소거 상태가 됩니다. 듣지 못하면서도 느끼고 소통하는 장면을 그려냅니다. 평범한 성장 영화처럼 보이는 이 작품이 실은 비범하고 심오한 경지에 도달하고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구도동 식품공장서 화재…통영대전고속도로 검은연기
  2. 유성복합터미널 공동운영사 막판 협상 단계…서남부터미널·금호고속 컨소시엄
  3. 11월 충청권 3000여 세대 아파트 분양 예정
  4. 대전권 대학 대다수 기숙사비 납부 '현금 일시불'만 가능…학부모 부담 커
  5. 김장 필수품, 배추와 무 가격 안정화... 대전 김장 담그기 비용 내려가나
  1. 대전교육청 교육부 시·도교육청 평가 '최우수'
  2.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전국 신청률 97.5%… 충청권 4개 시도 평균 웃돌아
  3. ‘여섯 개의 점으로 세상을 비추다’…내일은 점자의 날
  4. 대전대 박물관, 개교 45주년·박물관 개관 41주년 기념 전시회 개최
  5. 최고 1436% 이자 받아챙긴 40대 대부업자 실형

헤드라인 뉴스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대전과 세종, 충북을 통합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이 본격화 됐다. 4일 국토교통부와 대전시에 따르면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급행철도인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 민자적격성 조사는 정부가 해당 사업을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이번 통과는 CTX가 경제성과 정책성을 모두 충족했다는 의미로 정부가 민간 자본을 유치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

11월 13일 수능 당일 8시 10분까지 입실해야… 모바일 신분증 `불가`
11월 13일 수능 당일 8시 10분까지 입실해야… 모바일 신분증 '불가'

13일 열리는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 수험생은 8시 10분까지 시험실에 입실해야 하며 반드시 수험표와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단 모바일 신분증은 인정되지 않으니 주의가 요구된다. 교육부는 4일 이 같은 내용의 수험생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교육부는 수험생들을 향해 수능 하루 전인 12일 예비소집에 반드시 참여해 수험표를 수령하고 시험 유의사항을 안내받을 것을 당부했다. 수험표에 기재된 본인의 선택과목을 확인해야 하며 시험 당일 시험장을 잘못 찾아가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위치를 파악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시험 당..

與野 대표 대전서 맞불…지방선거 앞 충청표심 잡기 사활
與野 대표 대전서 맞불…지방선거 앞 충청표심 잡기 사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약 7개월 앞두고 여야 지도부가 잇따라 대전을 찾아 충청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4일 한남대에서 특강을 했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5일 대전시청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주재하는 등 충청권에서 여야 대표가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거대 양당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내년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금강벨트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전략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5일 대전시청에서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내년도 국비 확보 현황과 주요 현안을 점검한다. 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 전국 최고의 이용기술인은? 전국 최고의 이용기술인은?

  •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