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흔적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흔적

  • 승인 2022-05-11 16:59
  • 신문게재 2022-05-12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효인 증명사진
임효인 사회과학부 기자
2021년 11월 23일 그가 떠났다. 1979년 군사쿠데타로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이듬해 광주라는 도시를 봉쇄한 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도 모자라 수년 동안 자기 마음대로 한 나라를 주무른 전두환 이야기다. 한 나라의 국민 대다수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게 흔한 일이 아닐 텐데 그에 대한 국민의 생각과 평가는 어느 한 쪽으로 많이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의 죄에 대한 사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비판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름만 들어도 심기가 불편해지는 그 이름을 최근 또 듣고 있다. 대전에 오랜 전통을 가진 고등학교에 '전두환대통령각하방문기념' 표지석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지난해 한 시민이 자신이 곧잘 찾는 학교에 전두환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시민단체에 제보했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당시 그 시민은 분개한 상태였다고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학생들이 오가며 쉽게 볼 수 있는 화단에 떡하니 그 흔적이 세워져 있었다. 표지석에 당시 각하가 왜 방문한 건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1981년 9월 25일 당시 신문을 찾아보니 그때 전두환은 "16대 기능경기대회가 열리고 있는 충남기계공고에 들러 홍○○ 대회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소퍼 만들기, 제화, 선반 등 분야별 대회장을 둘러보며 참가 선수들을 격려했다." 학교 방문에 앞서선 연구단지에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과학기술자와 점심을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2020년 5월 29일 국가보훈처는 전두환이 쓴 국립대전현충원 현판을 떼고 안중근 서체로 바꿔 달았다. 전두환 친필 현판을 교체한 것을 놓고 김창근 대전충청5·18민주유공자회장은 "학살자 전두환에 대한 국민 정서를 감안하고 현충원의 장소적 의미와 역사성을 감안한 국가보훈처의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오랜 시간 현판 교체를 요청한 뒤에 응답했다는 점에선 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정도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분명한 건 역사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당연한 일이 당연하게 되는 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5·18민중항쟁기념대전행사위원회를 비롯한 지역 시민단체는 공립학교 정원에 이런 기념물이 세워져 있다는 사실을 규탄하며 대전교육청 앞에 섰다. "전두환이라는 반인도적 범죄자가 남긴 오욕의 역사를 바로 세워 역사정의를 실현하고 후대에 올바른 역사의식과 민주시민의식을 고양하기 위해서도 전두환을 미화하고 찬양하는 모든 기념시설물 철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당장 철거와 함께 지역 모든 학교를 조사해 이런 시설물을 없애야 한다고도 소리를 높였다. 2020년 충북교육청이 전직 대통령 관련 모든 교육시설을 전수조사해 공립학교 7곳에 남아 있던 전두환의 흔적을 지운 것을 예로 들며 늦었지만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며 대전교육청이 전두환 방문기념 표지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웠다. 알면서 그대로 방치했다는 것인가 싶고 학생들은 그것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걱정이다. 박정희와 노무현 대통령 방문기념비도 함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는데, 그래서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전두환과 두 전 대통령의 흔적을 함께 둬도 된다는 말인가 잠깐 생각했다. 무엇이 옳은 일인지, 무엇이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인지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을 이들이 전향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임효인 사회과학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르포] "짠, 대전한화생명볼파크로!" 선양오크소맥, 한화팬심 저격하다
  2. '영원한 2인자' 고 김종필 탄생 100주년, 중용·통합의 정신 기린다
  3. 천안법원, 보관 중인 돈을 돌려주지 않은 60대 변호사 '벌금 2000만원'
  4. 천안시, 공무원 기후위기 대응 역량 강화 특강
  5. 천안시, '손 씻기·위생관리' 수족구병 예방수칙 당부
  1. 천안직산도서관, '손 끝에서 살아나는 작은 세상' 운영
  2. 천안시, 26일 '제16회 작은도서관 학교' 운영
  3. 서산 해미천서 여중생 2명 익수 사고, 1명 끝내 숨지고 1명 회복 중
  4. [문화 톡]현대적 관점에서 바라본, 여성 공무원 사기 앙양방안-중도일보 게재된 박노승씨 석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5. [2026 월드컵] 한국,남아공전 비기기만 해도 32강 진출… 확률 91% 전망

헤드라인 뉴스


허태정 호(號) 긴축재정 공식화 하나…트램 0시축제 뇌관

허태정 호(號) 긴축재정 공식화 하나…트램 0시축제 뇌관

22일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 인수위원회 1차 브리핑이 예정된 가운데 지역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전시가 당면한 각종 현안에 대해 허태정 호(號) 노선을 가늠하고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 등에서 드러난 민선 8기 민낯에 대해 메스를 들이댈지 여부도 관심사다. 허태정 인수위는 이날 오전 11시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지난 9일 가동 이후 인수위원장이 시행하는 첫 기자회견을 연다. 이 자리엔 박정현 인수위원장, 이은구 부위원장, 박노동 운영간사 등이 참석한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21일 중도일보와 통화에서 "업무보..

국내 `동전주` 219개 상장폐지 기로…대전 3~5개 기업 `위기`
국내 '동전주' 219개 상장폐지 기로…대전 3~5개 기업 '위기'

7월부터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되는 1000원 미만의 '동전주'가 국내 증시의 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지역에서도 3~5곳의 상장사의 주가가 1000원 안팎에 머물고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국내 증시 상장사 중 주가 1000원 미만인 종목은 총 219개로 집계됐다. 전체 2877개 상장사 중 7.6%에 해당하는 수치다. 코스닥 상장사가 148개로 가장 많았고, 코스피 상장사가 42개, 코넥스 상장사 29개였다. 대전지역 소재의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은 3개..

2027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부결에 소상공인 `탄식`... "처지 외면한 처사" 비판
2027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부결에 소상공인 '탄식'... "처지 외면한 처사" 비판

2027년 최저임금을 업종별 차등 적용안이 최저임금위원회 표결 끝에 무산되면서 소상공인들의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어려운 경기 상황에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업 등은 다른 업종보다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해야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상공인들의 처지를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달리 적용할지를 놓고 표결했지만, 반대 14표, 찬성 11표, 무효 1표로 출석위원 과반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노사는 최저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 나라를 위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나라를 위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