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분열된 세계와 자아의 충돌과 고뇌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분열된 세계와 자아의 충돌과 고뇌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2-05-26 15:30
  • 신문게재 2022-05-27 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얼개는 복잡하고, 장면은 스펙터클로 넘쳐나는데 서사는 툭툭 끊겨 전체를 한 줄기로 가늠하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게다가 멀티버스 즉 두 개의 세계가 출몰하니 제목 말마따나 대혼돈입니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한바탕 큰 소용돌이가 벌어졌던 꿈을 깬 주인공이 결혼식장을 찾는 게 실마리입니다. 거기서 그는 신부이자 오랜 친구인 크리스틴과 대화를 나눕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주인공인 스트레인지와 크리스틴은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합니다. 맨 앞의 꿈 장면이 작품 전체의 단서이자 복선이라면 이후 벌어지는 모든 일은 스트레인지와 크리스틴이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 나눈 대화 사이에 놓입니다.

두 개의 세계에 두 명의 스트레인지가 나옵니다. 완다 역시 그렇습니다. 작품 전체로 보면 캐릭터의 분열이고 그와 그녀 입장에서 보자면 자아의 분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초능력 소녀 아메리카와 크리스틴은 줄곧 스트레인지와 함께 합니다. 완다는 두 아들을 둔 다정한 엄마였다가 마녀 스칼렛 위치가 됩니다. 스트레인지는 임무 수행을 위한 능력 발휘와 인간적인 사랑 사이에서 고뇌합니다. 완다 역시 마녀이면서도 아들들에 대한 애정을 거두지 못합니다.

멀티버스 즉 두 세계는 각각 스트레인지와 완다가 평범한 인간적 애정과 비범한 초능력의 극대비적 캐릭터로 구현되는 공간입니다. 양립하기 어려운 두 측면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대인의 심리적, 사회적 상황을 그려내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스트레인지를 오래도록 가슴에 담아 두었지만 결국 다른 남자와 결혼한 크리스틴을 두고 그가 고백하는 장면은 애잔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게 두려웠다고 말하는 그에게 그녀는 두려움을 직면하라고 권고합니다. 초능력의 마녀이면서 모성애 가득한 엄마 노릇까지 하려는 완다를 두려움에 떨며 피하는 아들들은 보는 이의 가슴을 후빕니다. 분열된 자아가 당면해야 하는 대립적 세계의 혼돈과 고통이 영화 속 캐릭터들의 문제만은 아니니 말입니다.



능력을 지니면 행복이 보장되던 옛 영웅들의 영화는 이제 사라졌습니다. 007도 가고, 블랙 위도우도, 제이슨 본도 더 이상 우리네 욕망을 대신 충족시켜 주지 못합니다. 그들 역시 고뇌하고, 갈등합니다. 'multiverse of madness'라는 원제처럼 영화는 자아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마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분열하는 광기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구도동 식품공장서 화재…통영대전고속도로 검은연기
  2. 유성복합터미널 공동운영사 막판 협상 단계…서남부터미널·금호고속 컨소시엄
  3. 11월 충청권 3000여 세대 아파트 분양 예정
  4. 대전권 대학 대다수 기숙사비 납부 '현금 일시불'만 가능…학부모 부담 커
  5. 김장 필수품, 배추와 무 가격 안정화... 대전 김장 담그기 비용 내려가나
  1. 대전교육청 교육부 시·도교육청 평가 '최우수'
  2.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전국 신청률 97.5%… 충청권 4개 시도 평균 웃돌아
  3. ‘여섯 개의 점으로 세상을 비추다’…내일은 점자의 날
  4. 대전대 박물관, 개교 45주년·박물관 개관 41주년 기념 전시회 개최
  5. 최고 1436% 이자 받아챙긴 40대 대부업자 실형

헤드라인 뉴스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대전과 세종, 충북을 통합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이 본격화 됐다. 4일 국토교통부와 대전시에 따르면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급행철도인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 민자적격성 조사는 정부가 해당 사업을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이번 통과는 CTX가 경제성과 정책성을 모두 충족했다는 의미로 정부가 민간 자본을 유치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

11월 13일 수능 당일 8시 10분까지 입실해야… 모바일 신분증 `불가`
11월 13일 수능 당일 8시 10분까지 입실해야… 모바일 신분증 '불가'

13일 열리는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 수험생은 8시 10분까지 시험실에 입실해야 하며 반드시 수험표와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단 모바일 신분증은 인정되지 않으니 주의가 요구된다. 교육부는 4일 이 같은 내용의 수험생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교육부는 수험생들을 향해 수능 하루 전인 12일 예비소집에 반드시 참여해 수험표를 수령하고 시험 유의사항을 안내받을 것을 당부했다. 수험표에 기재된 본인의 선택과목을 확인해야 하며 시험 당일 시험장을 잘못 찾아가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위치를 파악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시험 당..

與野 대표 대전서 맞불…지방선거 앞 충청표심 잡기 사활
與野 대표 대전서 맞불…지방선거 앞 충청표심 잡기 사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약 7개월 앞두고 여야 지도부가 잇따라 대전을 찾아 충청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4일 한남대에서 특강을 했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5일 대전시청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주재하는 등 충청권에서 여야 대표가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거대 양당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내년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금강벨트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전략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5일 대전시청에서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내년도 국비 확보 현황과 주요 현안을 점검한다. 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 전국 최고의 이용기술인은? 전국 최고의 이용기술인은?

  •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