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24강 김현감호(金現感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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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24강 김현감호(金現感虎)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2-05-31 14:1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24강: 金現感虎(김현감호) :김현과 호랑이 처녀의 비극적인 사랑

글자 : 金(성 김 / 쇠 금), 現(나타날 현), 感(느낄 감), 虎(범 호)

출처 : 삼국유사(三國遺事)

비유 : 남편을 출세시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함

5월의 마지막 날이다.

가정의 달이 지나간다. 지난번 화요칼럼 내용으로 부창부수(夫唱婦隨)를 게재(揭載)했다. 5월 21일이 부부의 날이었기 때문이다.

5월을 보내면서 가정의 달이 아쉬워 동물이 사람으로 변하여 남편에 대해 지극한 애정으로 희생한 우리나라의 고사를 다시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 이야기는 신라(新羅) 때 김현(金現)이라는 사람과 호랑이처녀 사이에 일어난 비극적인 사랑과 호랑이처녀의 희생을 통한 김현의 입신(立身)을 그리고 있다.

당시 호랑이가 많이 나타나서 사람들을 해치자 이 피해를 막기 위해 절을 짓고 이런 유형의 이야기를 지어냈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 호랑이처녀가 자신의 세 오빠를 살리고 나라의 혼란을 없앤 점과, 자신과 정을 통한 김현을 출세시키기 위해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신을 보여주며, 특히 인간보다 짐승인 호랑이가 뛰어난 사랑과 희생정신을 발휘한 점에서 또 다른 교훈을 주고 있다.

신라 풍속에 해마다 2월이 되면 초파일(初八日)에서 15일까지 서울의 남녀가 다투어 흥륜사(興輪寺)의 전탑(殿塔)을 도는 복회(福會)를 행했다.

신라 제 38대 원성왕(元聖王) 때에 김현(金現)이라는 낭군(郞君)이 있었는데 그가 밤이 깊도록 혼자서 탑을 돌기를 쉬지 않았다. 그때 한 처녀가 염불을 하면서 따라 돌다가 서로 마음이 맞아 눈치를 주고받더니 탑 돌기를 마치고 으슥한 곳으로 가서 정(情)을 통하였다.

그리고 처녀가 집으로 돌아가려 하자 김현이 따라나서니 처녀는 사양하고 거절했지만 김현은 억지로 따라갔다. 길을 가다가 서산(西山)기슭에 이르러 한 초가집으로 들어가니 늙은 할머니가 처녀에게 물었다. "함께 온 자는 누구냐." 처녀가 사실대로 말하자 늙은 할머니는 말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없는 것만 못하다. 그러나 이미 저지른 일이어서 나무랄 수도 없으니 은밀한 곳에 숨겨 두거라. 네 형제들이 나쁜 짓을 할까 두렵다." 하고 김현을 이끌어 구석진 곳에 숨겼다. 조금 뒤에 세 마리 범이 으르렁 거리며 들어와 사람의 말로 말했다. "집에서 사람냄새가 나니 요깃거리가 어찌 다행하지 않으랴" 라고 하자 늙은 할머니와 처녀가 세 마리 호랑이를 꾸짖었다.

"너희 코가 잘못이다. 무슨 엉뚱한 소리냐." 이때 하늘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너희들이 즐겨 생명을 해치는 것이 너무 많으니, 마땅히 한 놈을 죽여 악(惡)을 징계하겠노라." 세 짐승은 이 소리를 듣자 모두 근심하는 기색이었다.

처녀가 "세 분 오빠께서 만약 멀리 피해 가서 스스로 징계하신다면 내가 그 벌을 대신 받겠습니다" 하고 말하니, 모두 기뻐하여 고개를 숙이고 꼬리를 치며 달아나 버렸다. 처녀가 들어와 김현에게 말했다. "처음에 저는 낭군이 우리 집에 오시는 것이 부끄러워 짐짓 사양하고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숨김없이 감히 진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와 낭군은 비록 종족은 다르지만 하루저녁의 즐거움을 얻어 중한 부부의 의를 맺었습니다.

세 오빠의 악(惡)함은 이미 하늘이 미워하시니 한 집안의 재앙을 제가 당하려 합니다. 그러므로 제가 보통 사람의 손에 죽는 것이 어찌 낭군의 칼날에 죽어서 은덕을 갚는 것만 하겠습니까. 제가 내일 시가(市街)에 들어가 사람들을 해치면 나라 사람들은 저를 어찌 할 수가 없어서, 임금께서 반드시 높은 벼슬로써 사람을 모집하여 저를 잡게 할 것입니다. 그 때 낭군은 겁내지 말고 저를 쫓아 성 북쪽의 숲속까지 오시면 제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김현은 말했다.

"사람이 사람과 사귐은 인륜의 도리지만 다른 유(類)와 사귐은 대개 떳떳한 일이 아니오. 그러나 일이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진실로 하늘이 준 축복인데 어찌 차마 배필의 죽음을 팔아 한 세상의 벼슬을 바라겠소."

처녀가 말했다.

"낭군은 그 같은 말을 하지 마십시오. 이제 제가 일찍 죽는 것은 대개 하늘의 명령이며, 또한 저의 소원입니다. 그리고 낭군님의 경사이며, 우리 일족에겐 복이요, 나라 사람들에게는 기쁨입니다. 한 번 죽어 다섯 가지 이로움을 얻을 수 있는 터에 어찌 그것을 마다하겠습니까. 다만 저를 위하여 절을 짓고 불경(佛經)을 강론하여 좋은 과보(果報)를 얻는데 도움이 되게 해 주신다면 낭군님의 은혜, 이보다 더 큼이 없겠습니다." 그들은 마침내 서로 울면서 작별했다.

다음날 과연 사나운 범이 성안에 들어와서 사람들을 몹시 해치니 감히 당해 낼 수 없었다.

원성왕(元聖王)이 듣고 영을 내려, "범을 잡는 사람에게 2급의 벼슬을 주겠다."고 하였다. 김현이 대궐에 나아가 아뢰었다. "소신이 잡겠습니다." 왕은 먼저 벼슬을 주고 격려하였다. 김현이 칼을 쥐고 숲속으로 들어가니 범은 변하여 낭자(娘子)가 되어 반갑게 웃으면서, "어젯밤에 낭군과 마음속 깊이 정을 맺던 일을 잊지 마십시오. 오늘 내 발톱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모두 흥륜사(興輪寺)의 간장을 바르고 그 절의 나발(螺鉢) 소리를 들으면 나을 것입니다"하고는, 이어 김현의 손에 들려진 칼을 뽑아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김현이 숲속에서 나와서, "범은 쉽게 잡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연유는 숨기고, 다만 범에게 입은 상처를 그 범이 시킨 대로 치료하니 모두 나았다.

김현은 벼슬에 오르자, 서천(西川) 가에 절을 지어 호원사(虎願寺)라 하고 항상 범망경(梵網經)을 강론하여 범의 저승길을 인도하고 또한 범이 제 몸을 죽여 자기를 성공하게 해 준 은혜에 보답했다.

김현은 죽을 때에 지나간 일의 기이함에 깊이 감동하여 이에 붓으로 적어 전하였으므로 세상에서 비로소 듣고 알게 되었으며, 그래서 이름은 논호림(論虎林)이라 했는데 지금까지도 그렇게 일컬어 온다.

비단 5월 21만 부부의 날이 아니라 일 년 내내 부부의 날로 오순 도순 살아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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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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