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회한의 세월, 사랑의 노래 '인생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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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회한의 세월, 사랑의 노래 '인생은 아름다워'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2-10-27 17:02
  • 신문게재 2022-10-28 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인생은 아름다워
남편은 왜 그리도 무뚝뚝하고 불친절할까요? 또 아내는 왜 그렇게 아픈데도 남편과 자식들에게 잘할까요? 오래전 그는 꿈을 접었고, 그녀는 사랑을 놓쳤습니다. 못난 남자, 자신감 없는 여자입니다. 그리고 아내의 인생 끝자락이 두 달여 앞으로 예고되었습니다. 그들은 다시 돌아갑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으니 옛 시간의 자리를 찾아갑니다. 극장으로, 모교로, 첫사랑 남자가 산다는 섬으로.

꿈이 있던 때, 사랑으로 부풀었던 때를 추억하는 길에 노래가 있고, 춤이 있습니다. 잠시나마 현실로부터 벗어나 환상을 경험합니다. 내러티브는 멈춰 서고 정서가 화면 가득 넘쳐납니다. 텔레비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떠오릅니다. 주인공들은 바로 그 시절 그 고등학생 세대입니다. 드라마에서도 그 시절의 노래가 흘렀었습니다. 영화는 마치 <응답하라 1988>의 후일담 같습니다. 오랜 세월 후의 회한과 그리움이 있습니다.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 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 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이 있었음을 잊지 말고 기억해 줘요.' 노랫말 한 구절이 영화가 마침내 도착한 곳이 어디인지 알려 줍니다. 아내는 가고 남은 사내가 흔적을 더듬습니다. 진한 울림이 보는 이들을 사로잡습니다.



류승룡과 염정아의 노래와 춤, 연기는 딱 적절합니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습니다. 노래를 너무 잘하거나 춤이 흠잡을 데 없도록 매끄러웠다면 소위 생활인의 정서라 할 것이 드러나지 않았을 겁니다. 다소 투박하고 서툰 부분이 오히려 내러티브의 진행과 잘 맞습니다. 그들은 6급 승진에 줄곧 쓴잔을 마셨고, 자식들 뒷바라지하느라 변변한 옷 한 벌 가져보지 못했으니까요. 하여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2008)가 아바의 명곡들로 기억되는 데 비해 이 작품의 노래들은 스토리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습니다. 더불어 어린 오세연 역을 맡은 박세완의 목포 사투리와 연기가 빼어납니다.

영화의 향유층 연령이 점점 높아진다는 걸 생각하게 됩니다. 중년 이상의 세대들을 주인공 삼아 그들의 정서와 이야기로 120분을 채운 이 작품 역시 그러한 흐름 속에 있습니다. 문화의 다양성은 다양한 향유층을 기반으로 합니다. 그러니 이런 흐름은 일면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신세대들이 모바일이나 태블릿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이른바 손안의 미디어를 통해 영상문화를 즐긴다는 점은 영화의 위기로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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