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누가 살고, 누가 죽을 것인가? '데시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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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누가 살고, 누가 죽을 것인가? '데시벨'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2-11-24 17:45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데시벨
깊은 바다에 좌초된 잠수함. 산소는 점점 줄고, 태풍으로 구조는 지연되는데 절반은 죽어야 나머지 절반이라도 살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영화는 그 극도의 모순과 비정한 사태가 정치적으로 적당히 포장되는 것에 대한 반발을 다룹니다. 벌어진 일에 대한 해석과 의미화의 정당성에 대한 몸부림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어쩔 수 없이 천안함과 세월호를 떠오르게 합니다. 둘 다 깊은 바다에 수많은 목숨을 잃은 사건입니다. 또한 아직도 이와 관련한 우리 사회의 의미화와 해석에 첨예한 대립과 갈등이 존재합니다. 누가, 어떻게, 왜 그렇게 보는가? 그것은 온당한가. 관련자와 그들의 증언을 둘러싼 은폐, 누락, 왜곡, 그리고 거기에 작용하는 권력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허구적 변형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민감한 단면을 보게 합니다.



2차대전 당시 유태인 포로수용소가 있던 아우슈비츠에서의 생존을 바탕으로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이 주창한 의미요법(logotheraphy)과 그 반대편의 입장에서 쓴 프레모 레비의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를 생각합니다. 살아야 할 이유와 의미를 붙들고 견딘 자가 결국 살아남게 되었다는 빅터 프랭클의 견해와 그럼 죽은 자들은 희망과 살 이유를 포기했기 때문에 살지 못했는가 반문하는 프레모 레비의 주장은 모두 타당합니다. 그러나 가라앉은 자든, 구조된 자든 자의와 상관없이 나치의 폭력에 고통과 희생을 당한 자라는 관점에서 비극의 본질을 제대로 통찰하도록 촉구한 프레모 레비의 지적이 더 큰 울림을 줍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다. 그러니 산 자가 제대로 말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죽음은 비로소 제자리를 찾습니다. 남은 자의 몫은 그래서 무겁고 큽니다. 억울한 죽음이 없어야 합니다. 우선은 사전 예방과 안전 대책이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죽음의 의미를 정당하게 새기는 일이 또한 중요합니다.



묵직한 주제를 힘있게 끌고 간 이 영화는 주목과 상찬의 대상이 될 만합니다. 배우들의 열연 또한 그러합니다. 하지만 끝내 흐름에 섞이지 못하고 겉도는 캐릭터와 에피소드는 상당히 문제적입니다. 소위 기레기 문제로 치부하기에 오대오 기자에 대한 코믹한 설정과 사건은 너무나 어울리지 않습니다. 비극과 분노, 고통을 소외시키는 사회적 소음들을 폭발의 기제로 설정한 심리적 접근의 미덕에 흠집이 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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