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굶주리는 대학, 재정지원이 절실하다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굶주리는 대학, 재정지원이 절실하다

김정겸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22-12-26 18:46
  • 신문게재 2022-12-27 19면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김정겸
김정겸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대학들이 굶주리고 있다. 이는 등록금을 통한 재원확보가 어려워진 상황에 기인한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대학은 정원 미달 위기에 놓여 있으며, 물가의 지속적 상승에도 등록금은 사실상 14년째 동결 상태이다. 재정난을 이유로 폐교 절차를 밟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고, 일부 대학들은 노후화된 건물 보수를 미루거나 냉난방비를 아끼는 방식으로 재정난을 견디고 있다.

그러나 대학들의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정부지출 대비 고등교육 공교육비 비중은 OECD 국가 중 매우 낮은 편이다. 2022년 교육부에서 발표한 'OECD 교육지표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정부재원의 고등교육 공교육비 비율은 2019년 기준으로 0.6%에 그치고 있다. OECD 평균이 0.9%임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고등교육 공교육비의 상대적 비중을 살펴보더라도 OECD 평균이 정부재원 66%, 민간재원 30.8%(해외재원 포함) 수준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정부재원 38.3%, 민간재원 61.7% 수준으로 정부재원보다는 민간재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공교육비 투자현황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2022년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11,287달러로 초·중등교육의 1인당 공교육비 15,210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는 OECD 평균인 17,559달러의 약 64% 수준에 불과한 것이며, 대다수의 OECD 국가들이 초·중등교육보다 고등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는 현실과 대비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대학 재정지원은 대학혁신지원사업이나 국립대학육성사업,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과 같이 특정한 목적을 지닌 사업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그렇다 보니 선정 과정에서 대학 간에 과도한 경쟁이 발생하거나,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정부가 강조하는 분야만을 연구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사업 선정 이후에도 대학의 여건이나 환경, 특성을 고려한 교육 및 연구보다는 정부에서 제시한 사업별 목적에 따라 예산이 계획되고 활용되기 일쑤다.



이제는 대학에 대한 안정적인 재정지원과 함께 질적 제고 방안에 대해 고민할 때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재정지원의 규모 확대와 더불어 법제화를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 대응책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영국 정부는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방법의 하나로 블록 그랜트(block grant)를 활용하고 있다. 영국의 블록 그랜트는 평가를 통해 대학에 분배되고 있으며, 학생국(Office for Student, OfS)에서 집행하는 교육교부금과 리서치 잉글랜드(UK Research England, UKRE)에서 집행하는 연구교부금으로 구분되어 제공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영국의 대학에 2021년 기준 각각 13억 2900만 파운드, 16억 2900만 파운드 규모에 달하는 재정지원이 이루어졌다.

재정지원 방안과 함께 대학의 연구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도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정부에서는 교육이나 연구를 위해 총액만을 결정하여 대학에 예산을 제공하되, 집행의 자율권은 대학에 부여하는 블록 펀딩 방식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지원되는 예산은 대학이 지향하는 목표와 우선순위에 따라 자율적 집행이 가능하므로 중장기 과제의 안정적 수행을 보장하고 위험성 높은 과제에도 도전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기 위해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안', '고등교육재정교부법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안'이 통과되면서 대학이 안정적으로 재정을 확보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그치지 말고 이번에 통과된 재정 안을 계기로 대학에 지속적인 재정지원을 보장할 제도적 방법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대학은 국가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기관 중 하나로,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육성할 뿐 아니라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산업 및 기술발전에 이바지한다. 대학의 성장은 곧 국가 번영으로 이어짐을 잊지 말고 대학에 대한 양적·질적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한우리·산호·개나리, 수정타운아파트 등 통합 재건축 준비 본격
  2. 대전충남통합市 명칭논란 재점화…"지역 정체·상징성 부족"
  3. 대전 유성 엑스포아파트 지구지정 입안제안 신청 '사업 본격화'
  4. <속보>갑천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현장에 잔디 식재 정황…고발에도 공사 강행
  5. 대전교육청 종합청렴도 2등급→ 3등급 하락… 충남교육청 4등급
  1. 이재석 신임 금융감독원 대전세종충남지원장 부임
  2. [중도초대석] 임정주 충남경찰청장 "상호존중과 배려의 리더십으로 작은 변화부터 이끌 것"
  3. 주택산업연구원 "내년 집값 서울·수도권 상승 유지 및 지방 상승 전환"
  4. 대전세종범죄피해자지원센터, 김치와 쇠고기, 떡 나눔 봉사 실시
  5.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대전둔곡초중, 좋은 관계와 습관을 실천하는 인재 육성

헤드라인 뉴스


김태흠-이장우, 충남서 회동… 대전충남 행정통합 방안 논의

김태흠-이장우, 충남서 회동… 대전충남 행정통합 방안 논의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주도해온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만났다. 양 시도지사는 회동 목적에 대해 최근 순수하게 마련한 대전·충남행정통합 특별법안이 축소될 우려가 있어 법안의 순수한 취지가 유지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고 밝혔다. 가장 이슈가 된 대전·충남광역시장 출마에 대해선 김 지사는 "지금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부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불출마 할 수도 있다 라고 한 부분에 대해선 지금도 생각은 같다"라고 말했다. 이장우 시장은 24일 충남도청을 방문, 김태흠 지사를 접견했다. 이 시장은 "김태흠..

정청래 "대전 충남 통합, 法통과 되면 한 달안에도 가능"
정청래 "대전 충남 통합, 法통과 되면 한 달안에도 가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4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해 "충남 대전 통합은 여러 가지 행정 절차가 이미 진행되어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면 빠르면 한 달 안에도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서울특별시 못지 않은 특별시로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통령실에서 대전 충남 의원들과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통합단체장을 뽑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여당 차원에서 속도전을 다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백마강을 휘감아 도는 물길 위로 백제대교가 놓여 있다. 그 아래, 수북정과 자온대가 강변을 내려다본다. 자온대는 머리만 살짝 내민 바위 형상이 마치 엿보는 듯하다 하여 '규암(窺岩)'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이 바위 아래 자리 잡은 규암나루는 조선 후기부터 전라도와 서울을 잇는 금강 수운의 중심지였다. 강경장, 홍산장, 은산장 등 인근 장터의 물자들이 규암 나루를 통해 서울까지 올라갔고, 나루터 주변에는 수많은 상점과 상인들이 오고 가는 번화가였다. 그러나 1968년 백제대교가 개통하며 마을의 운명이 바뀌었다. 생활권이 부여읍으로 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