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뮤지컬 영화를 통해 만나는 안중근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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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뮤지컬 영화를 통해 만나는 안중근 '영웅'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3-01-05 14:32
  • 신문게재 2023-01-06 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영웅
첫 장면. 끝없이 펼쳐진 설원을 한 사내가 걸어옵니다. 카메라는 아주 멀리 있습니다. 원작 뮤지컬의 무대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장면입니다. 영화는 그렇게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방식으로 작품을 시작합니다. 끝 장면 역시 그러합니다. 형장의 교수대 앞에서 생을 마감하기 직전의 주인공을 카메라는 줌인과 클로즈업으로 아주 가까이 보게 합니다. 이 또한 무대 위의 뮤지컬 배우를 보는 방식과 다릅니다. 이렇게 우리는 안중근이라는 문제적 사내를 영화를 토해 뮤지컬과 다르게 만납니다.

스크린은 무대와 다릅니다. 한정된 공간이지만 변화가 가능합니다. 무대가 압도적 현장감으로 관객을 몰입시키는 데 비해 스크린은 관객으로 하여금 다양한 시점에서 인물과 상황, 시대를 바라보게 합니다. 객관적 관찰, 냉철한 성찰과 더불어 정서적 공감과 극도의 동일시가 가능합니다. 무대가 한 장면, 한 장면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고, 나머지를 관객의 상상을 통해 채워나가는 데 비해 영화는 그 상상을 더 구체적으로 재현하며 무대를 확장해 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원작 뮤지컬의 포맷을 따라갑니다. 인물, 사건, 노래들이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극 영화의 전개와 다르게 진행됩니다. 이른바 '긴장과 이완', '부분의 독자성'이라 할 만한 일들이 펼쳐집니다. 스토리와 노래가 번갈아 진행되면서 스토리 부분에서 정서적으로 이완되었다가 노래 부분에서 긴장과 몰입이 고조됩니다. 특히 독창자의 노래 부분에서 영화는 뮤지컬 무대의 한 장면을 거의 똑같이 재현합니다. 핀 조명이 노래 부르는 배우를 비추어 도드라지게 하는 동안 다른 배우들은 어둡게 처리된 공간에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그대로 멈춰 서 있습니다. 내러티브 역시 멈추고 관객은 오로지 배우 한 사람의 노래와 동작에 빠져들게 됩니다. 정성화, 김고은 등이 빼어난 솜씨로 노래하고 움직일 때 우리는 작품 전체의 흐름과 연결되지만 동시에 독자적 완결 구조를 지닌 한 장면을 만납니다. 정서적으로 가장 고양되면서 아울러 공연 양식 특유의 볼거리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육사의 '광야' 한 대목이 떠오릅니다. '지금 눈 내리고 /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100여 년 전 암울한 고난의 시대에 높은 뜻을 품고, 목숨을 바쳐 빛줄기를 낸 귀한 인물의 자취가 이제도 우리가 걸어갈 길을 비춰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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