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그 검사 꼭 필요한가요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그 검사 꼭 필요한가요

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 승인 2023-06-08 13:58
  • 신문게재 2023-06-09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세상보기)
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진료실에서 흔히 겪는 상황이다.

의사: 환자분께는 ○○ 검사가 필요합니다.

환자: 그 검사 꼭 필요한가요?

환자는 지금 검사를 받고 싶지 않다. 경제적 문제일 수도 있고, 검사 시행에 따른 불편 때문일 수도 있다. 금식이 필요한 검사라면 대개 예약이 필요하다. 다시 병원을 찾아야 하고, 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 진료 시간도 내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검사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조영제가 들어가는 검사가 대표적이다. 내시경 검사처럼 기구가 체내에 삽입되는 검사는 더욱더 피하고 싶다.

이전에 검사와 관련한 안 좋은 기억이 있을 수도 있다. 불편과 통증을 무릅쓰고 힘든 검사를 하고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경험이 있다면 선뜻 검사에 응하기가 망설여진다.

진료하는 의사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다. 특정 질환 진단을 위한 필수 검사라면 답변이 간단해진다.

의사: 정확한 진단을 위해 꼭 하셔야 합니다. 검사를 하지 않으면 진단을 내리는 것이 불가능하고, 그 진단에 근거한 치료를 시작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검사가 필수가 아니라면 설명이 길어진다.

의사: 진단을 위해 반드시 검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검사를 하면 현재 환자분 상태에 대해 그만큼 더 알 수 있습니다. 그중에는 물론 검사를 하지 않으면 전혀 알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필자의 진료 분야인 비뇨의학 영역에서 요로 결석을 예로 들어 보자.

요로 결석, 특히 요관 결석은 특징적인 통증 양상이 있다. 환자의 병력, 증상을 듣고 간단한 진찰을 통해 잠정 진단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잠정 진단을 근거로 시행할 수 있는 치료는 간단한 약물치료로 통증을 조절하고, 자연 배출을 기다리는 정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영상 검사를 통해 결석의 위치나 크기를 정확히 알아야 적절한 치료가 가능해진다.

다시 진료실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흔히 추가되는 질문이 있다.

환자: 꼭 지금 해야 할까요? 조금 기다렸다가 경과를 보고 하면 안 될까요?

의사: 가능하지만 그럴 경우 기다리는 만큼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게 됩니다.

다음 질문도 흔히 듣는다.

환자: 건강검진에서 정상이었는데 꼭 검사해야 하나요?

건강검진력은 아주 중요하다. 검진 기록을 가져오게 하여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공단에서 매년 하는 검진은 기본적인 검사로만 구성되어 제외된 항목이 많다. 다행히 추가 옵션이 들어간 사설 의료기관 종합검진에 해당 검사가 있으면 그 결과를 참고할 수 있다.

다음은 가끔 듣는 질문이다.

환자: 선생님, 저는 아무 증상도 없고 불편하지도 않은데, 검사 안 하면 안 되나요?

두말할 필요 없이 그런 상황에서도 몸에 숨은 이상이 있을 수 있다. 그중에는 진단이 늦어질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질환도 있다. 더욱이 비뇨기계암들은 초기에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특히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전립선암은 초기에는 인지 가능한 증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통증은 암이 진행해 뼈까지 침범한 이후에나 나타난다. 다행히 최근 국내에서는 혈청 PSA 검사가 각종 종합검진에 포함되어 조기 진단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신장암이나 방광암의 경우 육안으로 보이는 혈뇨는 암 덩어리 크기가 어느 정도 커져야 나타난다. 그 전에는 무증상이거나 소변 검사에서 현미경적 미세혈뇨가 나타나는 정도이다. 미세혈뇨가 있을 때 신장에 대한 영상 검사와 방광내시경 검사가 필요한 이유이다.

검사가 무분별하게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임상적으로 필요한 검사라면 환자에게 검사가 필요한 이유를 잘 설명하고 적시에 시행되게끔 하여야 한다.

의사는 검사에 의해 얻어진 추가 정보에 근거해 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고, 환자는 올바른 진단에 기반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여기에는 물론 의료인의 직업윤리와 의사-환자 간 신뢰 관계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집 좁아 에어컨 무상지원도 못 받아" 폭염에 노숙 택한 쪽방주민
  2. 새 정부 출연연 혁신 정책에 쏠린 눈… PBS·종사자 처우 등 개선 전망
  3. 대전노동청, 2025년 제1차 정기통합 워크숍 성료
  4. 마을어장에 '수상낚시터' 허용, 어촌에 새 활력 기대
  5. [박현경골프아카데미]스크린 골프장 주인이 회원들과 내기 골프를 쳤다는데.. 결과는?
  1. 세종미래전략산업펀드, 1호 투자 기업 큐노바 선정
  2. '국정기획위와 세종시' 첫 만남...지역 현안 얼마나 담길까
  3. 세종 대안·특수학교 수요 증가… 학교 추가설립 속도 낸다
  4. "韓 정치 승자독식 깨야"…지방분권 강화도 양극화 해법
  5. ‘시원하게 장 보세요’

헤드라인 뉴스


여·야 전대 레이스 본격화… 충청 주자들 선전할까

여·야 전대 레이스 본격화… 충청 주자들 선전할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전당대회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충청 주자들의 선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에선 황명선 국회의원(충남 논산·계룡·금산)이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황 의원은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대통령과 같은 길을 걸어온 동지로, 국민주권 정부의 성공을 제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첫 민심의 평가다. 제가 승리를 책임질 야전사령관이 되겠다"고 밝혔다. 충남 논산 출생인 황 의원은 서울시의원과 3선 논산시장을 거쳐 22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뱃지를 달..

이 대통령 “분열과 갈등 격화… 종교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
이 대통령 “분열과 갈등 격화… 종교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격화된 점을 언급하며 포용적인 세상을 위해 종교 지도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종교 지도자들과의 오찬에서 “선거 과정에서 걱정했던 것처럼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분열적이고 대립적이고 갈등이 많이 격화돼 참 걱정”이라며 “종교 지도자 여러분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교라는 게 기본적으로 사랑과 존중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종교 지도자 여러분들의 역할이 더 많이 요구되는 시대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며 “각별한 관심..

세종 공동캠퍼스 `충남대 의대` 9월 문 연다
세종 공동캠퍼스 '충남대 의대' 9월 문 연다

세종시 집현동 공동캠퍼스에 입주하는 충남대 의과대학이 오는 9월 문을 연다. 의정 갈등 여파로 한차례 개교 연기 끝 희소식으로, 앞으로 충남대 의대 입학생들은 의예과 1~2학년 과정을 세종공동캠퍼스에서 보내게 된다. 한석수 세종 공동캠퍼스 이사장은 9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임대형 캠퍼스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충남대 의대가 의정 갈등으로 입주를 못하다 보니 편의시설 미비 등 운영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 자리를 갖춰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세종공동캠퍼스 운영법인(이하 공캠법인)에 따르면 2024년 개교 이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 ‘시원하게 장 보세요’ ‘시원하게 장 보세요’

  • 지상 ‘한산’ 지하 ‘북적’…폭염에 극과 극 지상 ‘한산’ 지하 ‘북적’…폭염에 극과 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