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음성 국제 판소리 축제'가 오는 24일 대한불교 조계종 제5교구 본사 법주사 말사인 음성 가섭사에서 펼쳐진다. 사진은 음성 가섭사. |
음성군과 대한불교 조계종 제5교구 본사 법주사 말사인 음성 가섭사는 오는 24일 오전 11시 가섭사 경내에서 중고제·호걸제 시조 염계달 명창 독공처 기념, '2023 음성 국제 판소리 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음성 가섭사 주지 상인스님. |
'2023 음성 국제 판소리 축제' 안내장. |
충청도는 전라도와 달리, 판소리 명창의 뚜렷한 유적지 명칭(도시) 없이 '중고제'라는 유파 명칭만 내세워 축제를 열어왔다. 그런데 충북 음성군과 가섭사(중고제·호걸제 시조 '염계달 명창'이 10년간 독공해 득음한 장소)가 염계달 명창 유적지인 음성에서 그를 추모하는 국제 판소리 축제를 열게 됐다.
2023년 음성 국제 판소리 축제는 축제 이름에 '국제'자를 삽입, 염계달 소리의 가치와 판소리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염계달은 추천목과 경드름 등의 판소리 창법을 창안했는데, 출연자들은 판소리 5바탕 중에서 염계달 창법이 들어간 한 대목을 소리할 예정이다.
신영희 판소리 국창. |
또 외국인 소리꾼들도 이번 무대에서 판소리 주요 대목을 들려준다. 카메룬 출신의 프랑스 국적 소리꾼인 마포 로르(2018년 프랑스 엘리제궁 한·불 대통령 만찬 공연·TVN 유재석의 유퀴즈 온더 블록 출연)는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을, 아르메니아 출신인 헤본디얀 크리스티나(전남대 국문과 박사과정)는 심청가 중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을 각각 열창한다.
이밖에 김영희 연주자의 '심상건류 가야금산조', 황은진 소리꾼의 춘향가 중 '십장가 뒤의 풍경', 전미선 명인의 해금 독주 '지용구류 해금산조'와 '그리스 음악' 등을 공연한다. 조동언 판소리 명창은 '오소서, 오소서, 그리고 가소서'의 민요 무대를 꾸민다. 소리북과 장구는 이승엽 대구시립국악단 단원이 맡는다.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장 저서(염계달 명창과 수궁가 앞 표지). |
뿐만 아니라, 이번 음성 국제 판소리 축제에서는 판소리 국제 교류 세계화를 위한 '국제 문화예술 자매결연'도 추진된다. 음성 가섭사는 이날 부탄왕국과 MOU(업무양해각서)를 체결한다. 가섭사와 부탄왕국은 이번 MOU를 계기로 앞으로 상호 전통가무악 초청 공연, 연구, 출판 등 국제 문화 교류를 이어갈 예정이다. 특히 김한영 주한부탄왕국명예총영사관은 이날 부탄 왕국의 귀환 탱화를 음성 가섭사에 기증한다.
2023년 음성 국제 판소리 축제 추진단장이자, 음성 가섭사 주지 상인스님은 "음성 가섭사에서 염계달 명창 이름을 걸고 전국 판소리 3대 축제 중 하나인 중고제·호걸제 축제를 마련하게 됐다"며 "올해 판소리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걸작으로 지정된 20주년인데, 올해 음성 국제 판소리 축제를 시작으로 장차 음성을 세계적인 판소리의 고장으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염계달 명창은 중고제와 호걸제 판소리의 원류 명창으로 순조(1800~1834년 재위), 헌종(1834∼1849 재위), 철종(1849~1863년 재위) 때 활약한 '판소리의 아버지'로 통한다. 타고난 판소리 천재였던 그는 10년간 변변한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걸식을 하며 외진 사찰에서 상투에 끈을 달아 천정에 매고 잠을 떨치면서 혹독한 독공을 했다. 그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8명창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혔고, 왕으로부터 동지 벼슬 직함을 얻기도 했다. 그는 독공 당시, 반나체로 다니는 등 자유분방한 기인의 풍모도 지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회 규범에 얽매이지 않았던 기질은 중고제, 호걸제의 시초를 여는 독창적인 판소리를 개척하는 데 원동력이 됐다는 게 '염계달 명창과 수궁가' 저자 노재명 관장의 견해다.
염계달은 추천목과 경드름 등의 창법을 창안했다. 이런 창법은 전반적으로 밝고 재기발랄하고, 호탕함을 느끼게 한다. 그의 활달하고 호방한 풍모가 잘 반영된 소리라고 할 수 있다.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장 저서 '염계달 명창과 수궁가'에 따르면 그는 판소리 열두 바탕 중에 특히 장끼타령, 흥보가, 춘향가, 수궁가를 잘 불렀는데, 그의 중고제·호걸제 수궁가 일부가 동편제 수궁가에 전파돼 현재까지 불리고 있다.
손도언 기자 k-55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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