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우리의 대학은 안전한가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우리의 대학은 안전한가

김정겸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23-06-26 10:48
  • 신문게재 2023-06-27 19면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김정겸
김정겸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대학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 소식은 적지 않다. 춘천의 한 대학에선 실험실에서 가스가 폭발해 대학원생이 화상을 입고 실려 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고, 얼마 전엔 학생이 대학 안에서 쓰레기 수거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초중고 학교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이 모여 학업과 연구에 매진하는 대학은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해야 할 장소다. 대학 캠퍼스에서 지속해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에 안타까움을 이루 말할 수 없고, 대학교수로서 책무감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

여러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정부와 대학에서는 안전 확보를 위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생 집단연수 시 안전 확보를 위한 매뉴얼과 '대학 실험·실습실 사고통계 및 예방 가이드'를 배포하고 CCTV 증설 및 순찰을 강화했다. 대학에서는 지역 경찰서와 협력하여 대학생 순찰대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거나 캠퍼스 내 건물에 대한 출입통제시스템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도 작년 국정감사에서 제시된 한국교육시설안전원의 자료에 의하면 최근 6년간 대학 연구실에서 총 1387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으며, 2019년 발표된 교육부의 대학안전관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에서 발생하는 부상 등 생활사고가 매년 평균 5500여 건, 교통사고 240여 건, 식중독을 포함한 보건사고가 130여 건에 이른다고 한다. 교육부의 2021년 '대학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 실태조사 보고서'에선 2021년 한 해 동안 접수된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390여 건에 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에선 1990년 '범죄의 인지 및 캠퍼스 안전에 관한 법률', 일명 '클러리법'을 제정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캠퍼스의 보안 및 화재 안전 정책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2013년엔 캠퍼스 세이브법을 통해 대학 내 성범죄에 대한 적극적인 예방조치 및 인식 프로그램의 운영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에선 공동체 생활의 유지와 화재 예방, 건강, 보안 등을 위한 대학 전체의 안전관리 규정은 물론, 대학별 별도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해외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첫째, 국가적 수준에서 대학 내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나 제도를 마련하고, 지속해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과 '교육시설 등의 안전 및 유지관리 등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우리 일상의 급격한 변화로 법률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동 킥보드와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의 경우 안전 보장을 위한 효과적인 규제가 부재한 상황이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요구 조사 등을 통해 이러한 제도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학 자체적으로 안전을 보장하는 환경의 조성이 필요하다. 옥스퍼드 대학과 같은 세세한 지침을 마련하거나 캠퍼스 내 안전을 위한 시설을 확대하고, 노후화된 시설을 점검, 보수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 연구되고 있는 지능형 CCTV의 도입도 고려해볼 만하다. 지능형 CCTV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이상 상황의 발생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이를 관리자에게 즉각적으로 안내함으로써 안전사고의 발 빠른 대처와 2차 피해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

셋째, 대학 구성원이 지닌 안전 불감증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무리 제도와 시설의 개선을 통해 안전이 보장되는 환경이 마련된다고 할지라도 안전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다면 필연적으로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소방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대학 캠퍼스에서 발생한 화재가 총 71건인데, 이 가운데 약 20%에 달하는 15건이 부주의 때문에 발생한 것이기에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대학 구성원이 안전에 민감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안전의식 교육과 캠페인 등이 필요하다.

안전은 공기와 같다. 학생들이 행복하고 편안한 대학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의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곧잘 그 소중함을 잊곤 한다. 이는 바로 큰 피해로 돌아온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소중한 우리 학생들을 위협할 수 있다. 안전에 대한 대비는 다다익선이다. 안전에 있어 지나친 건 없다. 우리의 대학은 정말 안전한지 매일 같이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김정겸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청주서 국내 최초 고고학 대박… 운천동서 고려 ‘청석탑’ 온전하게 나왔다
  2. 담양군, 전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 최우수상·우수상 석권
  3. 전쟁 끝났는데 홀짝제 풀리나…차량 2부제 완화 여부 관심
  4. 성남 원도심, 대규모 정비사업 본격화…도시 균형발전 시험대 오른다
  5. 충남대 통합 찬반투표 앞두고 쟁점 재점화…17일 대토론회
  1. [현장의 사람들] 불길이 남긴 흔적 쫓아 원인 밝힌다…대전동부소방서 곽맹걸·이태규·김재능 화재조사관
  2. "우주에서 본 지구, 협력이 답이었다" 우주인 이소연 박사 대전ISS서 강조
  3. 가축방역 최전선 '공중방역수의사' 처우 개선 '첫 단추' 끼웠다
  4. 충청권 의료현안 정조준 복지부 국립대병원 육성안…상경진료·치료가능 사망률 효능 주목
  5. 오석진 인수위, 17일 첫 업무보고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반도체 패키징 벨트 `호남 투자론`에 제동 우려

충청권 반도체 패키징 벨트 '호남 투자론'에 제동 우려

<속보>=충청권을 중심으로 추진되던 반도체 후공정 투자 구도에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역 사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본보 6월 11일자 1면 보도> 더구나 국가균형발전 기조 속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호남권 반도체 투자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충청 정치권에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투톱의 충청권 기존 투자 계획 이행은 물론 신규 투자 등을 위해선 지역 정치권의 전력투구가 요구된다. 17일 지역 정·관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3년 충남 천안·온양을 첨단 패키..

대전의 아들 황인범 월드컵서 아시아 유일 베스트일레븐 선정
대전의 아들 황인범 월드컵서 아시아 유일 베스트일레븐 선정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눈부신 경기력을 뽐낸 '대전의 아들' 황인범이 월드컵 선수들 중 베스트 일레븐에 뽑히며 활약을 인정받았다. 글로벌 축구 콘텐츠 매체인 '매드 풋볼(MAD FOOTBALL)'은 월드컵 조별리그 A~H조 1차전 중간 베스트 일레븐을 선정했다. 황인범은 4-3-3 포메이션으로 선정된 베스트일레븐에서 미드필더의 한 자리를 차지하며, 아시아권에선 유일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남은 미드필더 두 자리는 자말 무시알라(독일), 페드리(스페인) 등이다. 황인범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청년이 미래-2편]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대전시가 잇는 청년들의 인연
[청년이 미래-2편]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대전시가 잇는 청년들의 인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지만, 도대체 어디서 만날 기회를 찾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인연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은 있어도 일상 속에서 만남의 기회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비대면 문화와 개인화된 생활방식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접점이 감소한 데다, 학업과 취업 준비, 바쁜 직장 생활 등으로 인해 관계를 형성할 시간적 여유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또한, 온라인 중심의 만남이 늘면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만남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데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로운 만남'을 갈망하는 청년들을 위해 대전시가 마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 접시꽃에 담긴 여름 접시꽃에 담긴 여름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