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유성점 모습. 사진은 이상문 기자 |
홈플러스 대전 유성점에서 실외골프연습장을 운영 중인 정은영 대표는 최근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받았다. 실외골프연습장의 임대 권리가 만료돼 다른 사업자가 선정됐다는 내용이었다.
20년 가까이 오랫동안 공들인 사업장이 한순간에 사라지게 될 처지가 된 것.
정 대표는 "6개월 전 홈플러스가 사업자 선정 입찰을 한다고 할 때는 '왜 나랑 재계약을 하지 않고 이렇게 하지' 하는 서운한 마음에도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입찰에 참여했다"면서 "최선을 다해 준비해 참여했는데 작은 희망마저 사라지게 됐다"면서 허탈해 했다.
정 대표 측에 따르면 홈플러스 측이 계약 기간 10년 만료 후 단기계약만 해오다 재계약 불가 입장을 밝혔고, 이에 재계약을 요청하며 계약조건과 시설 운영 계획을 제안 했지만 거부 통보를 받았다.
정 대표 측은 미흡한 점을 보완해서라도 계약갱신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홈플러스는 경쟁입찰을 진행했다.
정 대표에게 이곳은 삶의 전부다. 정 대표의 부친이 홈플러스의 전신인 까르푸 측의 권유로 거액을 투자해 골프연습장 사업에 가족이 뛰어들었다. 당시에는 철골구조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게 정 대표의 얘기다. 그물망부터 연습시설까지 가족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이후 자신과 동생이 청춘을 바치면서 17년 간 사업장을 유지, 운영해 왔다. 골프연습장 사업은 특수성을 갖고 있다. 대규모시설이다 보니 사업지 찾기가 쉽지 않고, 많은 시설 투자금이 들어간다. 사업장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더욱이 운동시설은 회원 관리가 생명이다. 사업장을 옮기는 것은 20년 가까이 운영하면서 회원들과 가진 신뢰 관계가 한순간에 다 허물어는 것을 의미한다. 정 대표는 당장 직장을 잃게 될 수도 있는 직원들과 자신의 골프장을 이용하시는 회원님들부터 떠올렸다.
정 대표는 "골프는 '인생'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회원님들의 애경사를 챙길 만큼 유대 관계가 많이 생겼다"면서 "그만둘 생각을 하니 회원 분들 한 분, 한 분이 눈에 밟힌다"고 안타까워했다.
정 대표는 대기업인 홈플러스 측에도 아쉬운 마음이 크다. 대기업이 17년을 함께한 임대인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도 임대료 한번 밀린 적이 없었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더욱이 홈플러스에서 원하는 부분이 있으면 물어보지도 않고 챙겼다고 자신했다. 예를 들어 안전상의 문제로 방풍 벽을 철거해야 해 영업을 상당 기간 하지 못했지만 버텼고, 이로 인해 시설투자비용이 크게 늘었을 때도 감내했다.
정 대표는 "코로나 이후 이제 막 다시 날개를 펴볼까 했는데 홈플러스에서 날개를 꺾어버렸다"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대기업의 일방적인 결정에 내 삶의 20년 가까이가 하루 아침에 없어지게 됐다. 대기업의 파트너십이 아쉽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본사 측은 "홈플러스 유성점은 기존 운영사와의 계약 기간 만료에 따라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공개 입찰 방식을 통해 운영사 선정 절차를 진행했다. 기존 운영사도 동일하게 참여했으나 선정되지 않았다"며 원론적이 답변을 내놨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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