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예술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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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예술의 향기

민순혜/수필가

  • 승인 2023-12-27 13:47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지난 12월15일 <림스뮤직 송년콘서트>가 대전시 서구 탄방동 '림스뮤직홀'에서 열렸다. 테너 임권묵 교수가 지도하는 'Lim's Music Lectur Concert'로 피아노 반주는 목원대학교 음악대학 고선영 교수이다. 격월로 개최되는 연주회인데도 빠짐없이 관람하는 것은 연주도 훌륭하지만 임 교수님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따스함 때문일 것이다.

특히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고, 그것을 이용하라"는 임 교수의 말씀은 나의 좌우명이 되었다. "오늘의 실수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나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고, 그것을 이용하는 자, 내일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참 승리자가 될 수 있다. 함께 극복해 나가는 림스뮤직 멤버들이 되기를 바란다"고 종종 말씀하셨다.



테너 임권묵 교수는 대전 목원대학교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1987년), 미국 유명 3대 음악 대학 중의 하나인 Manhattan School of Music 대학원을 졸업했다(1993년). 미국 유학과 연주 생활을 마치고 귀국, 지금까지 독창회를 비롯하여 각종 음악회를 600회 이상 출연할 정도로 활발한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

특별히 종교음악에 관심이 많아서 시편 23편, 자신의 음반을 갖고 있으며, Oratorio Messia. Die shopung(천지창조). 등 여러 미사곡과 Beethoven의 9 symphony를 대전시립 합창단과 대전 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한바 있다.



그날 송년콘서트를 마친 후, 자리를 이동하지 않고 그곳에서 리셉션을 가졌다. 바리톤 림스뮤직 김기열 회장이 주축이 되어 멤버들이 다과와 떡, 양념&프라이드 치킨, 꼬마김밥, 피자, 음료수 등을 준비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연주회 못지않게 정겹고 다정한 시간이었다. 예술의 향기가 피었다.

나는 그 분위기를 즐겼다. 삼삼오오 테이블에 둘러서서 그날 연주회 강평을 하기도 하고, 새해에 있을 연주를 말하기도 했다. 밖은 바람이 매섭게 불고 추었다. 그러나 실내는 향기가 솟는 듯했다. 예술의 향기. 대공연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아름다운 정경이었다.

인간은 밥이 아닌 예술로서만 허기진 마음을 채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 미술, 음악 등 예술 활동에 전념할 때는 곧잘 배고픔을 잊곤 하니까 말이다. 여행지에서 조차도 예술 작품을 찾아다니지 않던가.

나는 좀 일찍 그곳을 나왔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만난 문 선생이 차 한잔 어떠냐며 눈짓을 해서다. 공연 끝나고 열기를 뿜어내던 공연장을 뒤로 하고 우리는 둔산동으로 왔다.

시청역 부근, 와인바 세라비 8층 창가에 앉아 자몽티를 주문했다. 주인과 안면이 있던 터, 위스키 조금 넣어달라고 했다. 문 선생도 똑 같이 주문했다. 그리고 말했다. 그동안 잘 지냈느냐고 묻더니, 내게 여전하다고 말했다. 무엇이 여전하다는 건지.

나는 밖을 내려다보는 데 문득 뮌헨 슈바빙가 '제로제(Seerose)' 카페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슈바빙의 레오폴드 거리 뮌헨 지하철 U반을 타고 뮌헨 오데온플라츠(Odeonplatz)역이나 우니베르지테트(Universita˙˙t)역에 하차, 학생들과 예술가들의 거리로 카페나 바 화랑 극장 등이 즐비하다는 그 거리 말이다.

파일리츠쉬 슈트라세 32번지(Feilitzsch Straβe 32번지) 길모퉁이 카페 '제로제' 카페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 첼리스트 문 선생과 같이 있기에 그런 느낌이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도 독일 유학파이니까. 그는 주제도 다양했다. 문학, 미술, 사진, 음악 등

그는 마치 우리가 외국에서 만나서, 한국이야기를 쉬지 않고 말하 듯 독일 이야기를 쉬지않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말을 귓전으로 듣고 있었다. 주말에는 그곳에서 가까운 갑천변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슈바빙에서 가까운 이자르(Isar) 강을 따라 펼쳐진 광활한 영국식 정원을 찾아서 가듯 말이다.

사실 내가 늘 가고 싶던 곳이 독일 뮌헨이다. 불꽃처럼 살다 생을 마감한 여류작가 故전혜린 작가가 머물던 예술과 낭만의 도시 '뮌헨',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아지트 뮌헨 슈바빙 거리에 있는 카페 '제로제(Seerose)'이다.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

내가 처음 독일에 갔을 때는 해외자유화가 막 시작된 1990년대로 한국인이 거의 없을 때였다. 기차를 타고 어딘가 가는데 옆자리에 앉아있던 중년 여인이 내게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기에 "korea"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하면서 "거지가 아직도 많으냐"고 묻는데 그만 정나미가 떨어졌다.

한국 전쟁을 말하는 걸 보니 뭔가 조금 아는 것 같긴 했다. 그러나 그는 독일인으로 영어는 외국어여서 소통하는 데 불편했다. 그러니 한국은 거지가 단 한명도 없다는 것만 말하고 더 말을 안했었다. 그후 독일어를 배워서 다시 갔을 때, 큰 도시에서는 간간이 한국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만 내 일정이 변경되어서 그후는 뮌헨을 방문할 기회가 없었다.

오늘 <림스뮤직 송년음악회>에서 우연히 문 선생을 만나서 뜻하지 않게 독일 이야기를 하니까 즐거웠다.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아지트 뮌헨 슈바빙 거리에 있는 카페 '제로제(Seerose)'에 가고 싶다. 예술의 본고장 그곳에 가기 전에 독일어도 충분히 익혀놓아야 할 것 같다.

민순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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