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88강 見月忘指(견월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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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88강 見月忘指(견월망지)

장상현/인문학 교수

  • 승인 2024-02-20 00:00
  • 수정 2024-03-04 11:17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88강 見月忘指(견월망지) : 가리키는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본다.

글 자 : 見(볼 견) 月(달 월) 忘(잊을 망) 指(손가락 지)



출 처 : 능엄경(楞嚴經) 2권 법어(法語)

의 미 : 핵심(核心)을 보지 못하고 눈앞의 것만 본다.



비 유 : 작은 이익 때문에 큰 이익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태도를 말한다.

어떤 목표를 세웠으면 그 목적을 이루는 동안 생길 수 있는 자질구레한 일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느 정도 지나면 자신이 해야 할 일보다는 언제부터인가 남의 일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자신의 일은 소홀히 하다가 그 목적 달성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전국시대 사상가 열자(列子)는 呑舟之魚不遊枝流 鴻鵠飛高不集汚池( 탄주지어불유지류 홍곡비고불집오지/ 큰 물고기는 작은 지류에서 헤엄치지 않고, 높이 나는 큰 기러기나 고니는 더러워진 연못엔 모이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른바 장차 큰일을 도모하고자 하는 자는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큰 공을 이루고자 하는 자는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작은 교훈을 주고 있다. 이는 욕심을 적게 갖고, 오직 자기 일에 정진(精進)함을 뜻함이라고 할 수 있다.

옛날 어느 산골 가난한 집에 한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배가 고파 온 종일 우는 게 일이었다. 아기의 부모는 우는 아이에게 회초리로 울음을 멎게 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매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날도 부모는 우는 아이에게 매질을 하고 있었다.

마침, 집 앞을 지나던 스님이 그 광경을 물끄러미 보다가 불현듯 무슨 생각이 난듯 집으로 들어와 매를 맞고 있는 아이에게 넙죽 큰 절을 올렸다. 이에 놀란 부모는 스님에게 연유를 물었다.

"스님! 어찌하여 제 아이에게 큰 절을 하는 것입니까?"

"예, 이 아이는 나중에 정승이 되실 분이기 때문입니다"고 답하고 스님은 홀연히 자리를 떴다.

그 후로 아이의 부모는 매를 들지 않고 공을 들여 아이를 키웠다. 훗날 아이는 정말로 정승이 됐다.

부모는 그 스님의 안목에 놀라 스님을 수소문하기 시작했고. 우여곡절 끝에 스님을 찾은 부모는 감사의 말을 건네고 바로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스님! 스님께서는 어찌 그리 용하신지요.

빙그레 미소를 짓던 그 노승은 차를 한 잔 권하며 말문을 열었다.

"이 돌중이 어찌 미래를 볼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세상의 이치는 하나지요."

"모든 사물을 귀하게 보면 한없이 귀하지만 하찮게 보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법이지요."

'견월망지(見月忘指)'가 바로 이 말이다. 핵심이 어렵고 힘들다 하여 소홀히 하고 껍데기인 일에 눈을 돌려 나아간다면 이는 본질을 버리고 허실을 좇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의료대란의 충격적인 사건에 직면해 있다. 정부와 강하게 대처하고 있는 전공의(專攻醫)들의 집단행동 예고가 눈앞에 닥쳐온다. 누가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을 보는지 국민들은 알고 있다. 조속히 해결되어 국민을 위한 본질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자면 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만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그 본질일 것이고, 학생들은 공부하는 것, 사업가들은 거짓 없는 정상적인 사업 등이 해당될 것이다.

정치인들이 국민은 버려두고 권력이나 재물, 명예 등을 추구하고 실천한다면 그 본질을 벗어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는 혼탁한 정치권들이 국민들(달)을 보라고 해놓고, 자신들은 국민은 돌아보지 않고 자기욕심(손가락)을 쳐다보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총선(總選)을 앞두고 민심(民心)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달은 무엇이고, 손가락 끝을 보는 게 무엇인지 정치권은 냉정하게 분간해야 된다.

본인들은 혹 모를지라도 국민들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桐千年老恒藏曲 (동천년로항장곡) 오동나무는 천 년이 지나도 제 곡조를 간직하고

梅一生寒不賣香 (매일생한불매향) 매화는 한평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月到千虧餘本質 (월도천휴여본질)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질은 변함없고

柳經百別又新枝 (유경백별우신지) 버드나무는 백번을 꺾여도 다시 새 가지가 자란다.

위는 조선 중기 문신(文臣) 신흠(申欽)이 지은 칠언절구이다.

桐(동/오동나무), 梅/매화나무), 月(월/ 달), 柳(류/버드나무)도 그 본질(本質)과 절개(節介)를 확실히 지키고 살아가는데 하물며 사람들이야…….

장상현/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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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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