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자가 만나봤'수다'] 대전인디음악협회 박홍순 회장, "선한 일은 모두 도우려 하더라고요"

  • 문화
  • 문화/출판

[최기자가 만나봤'수다'] 대전인디음악협회 박홍순 회장, "선한 일은 모두 도우려 하더라고요"

지역 음악인 양성 및 지역 대중음악 활성화 위해 협회 창립
대전 지역 음악인으로 자선 사업, 재능 기부 활동 지속해
"지역 뮤지션, 시민단체 등 소통의 중심이 되는 협회가 됐으면"

  • 승인 2024-06-04 14:41
  • 수정 2024-11-12 11:02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만나봤수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할수록 지역 뮤지션의 설 자리는 좁아져 왔다. 물리적 거리가 단축되자 공연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가까워진' 서울로 향하면서 지역 아티스트들에 대한 관심은 차츰 줄어들었다. 이렇듯 갈수록 침체되는 지역 대중음악을 살리고 지역 뮤지션을 양성하기 위해 탄생한 조직이 대전인디음악협회(이하 협회)다.

2023년 '음악 도시 대전을 선포하다'를 슬로건으로 출발한 협회는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아이빅아트센터, 문화공감철 등 여러 기관과의 협약을 통해 지역 음악인이 무대에 설 기회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공연뿐 아니라 기부활동이나 사회적 캠페인까지 함께 진행하면서 지역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 위해 힘쓰고 있는 박홍순 초대 회장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KakaoTalk_20240603_104723107
최 기자: 회장님 안녕하세요! 8일에 있는 대작전(大作田) 공연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홍순 회장: 네. 지역 청년, 청소년들에게 공연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든 인큐베이팅 공연이에요.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최: 저도 어릴 적에 음악을 했었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음악을 이어나가고 계시는 대표님이 정말 존경스러워요.

박: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쏟으며 지냈을 뿐인데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네요.

최: 회장님은 어쩌다가 음악을 하게 되신 건가요?

박: 음악은 초등학생 때부터 했어요. 교회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합창단이나 기타 연주 같은 음악 활동을 했었죠. 음악을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했던 건 재수할 때였어요. 그 당시 들국화, 부활, 시나위, 이런 록 밴드가 많이 활동하던 시기였는데, 그 밴드들을 보고 자꾸 기타로 손이 가는 제 모습에 공부를 접고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때 음악 한번 해보겠다고 집에서 발성 연습에 기타 연주까지 소음이 심했을 텐데 이웃분들이 오히려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주시고 도움도 많이 주셨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감사해요.

최: 그럼 회장님은 록 밴드로 데뷔하는 게 꿈이셨던 거네요.

박: 맞아요. 공연도 많이 다니고 녹음 제의도 받았었어요. 그런데 연예인으로 데뷔하는 건 제 성격이랑 안 맞는다는 생각이 컸어요. 안정적인 수입도 없고 낯선 사람을 끊임없이 마주해야 한다는 게 그 당시에는 큰 부담으로 느껴졌었죠. 게다가 당시 여자친구와, 지금은 아내가 됐지만, 결혼을 약속한 상황이어서 안정된 직업을 찾아 데뷔보다는 피아노 조율사로 눈을 돌렸죠.

최: 보컬부터 기타 연주에 피아노 조율까지 하시다니 스펙트럼이 정말 다양하시네요. 일하면서도 밴드 활동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특히 밴드로 활동하면서 자선 사업과 재능기부를 많이 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박: 결혼 후 보증으로 인해 맘고생을 크게 한 적이 있어요. 그때 당시에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힘들었는데 옆에서 아내가 같이 기도하며 이겨내자고 큰 힘이 돼줬죠. 그래서 고민을 주변에 털어놓을 용기가 생겼고, 지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다들 이런 고민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더라고요. 큰 충격이었어요. 이런 일을 겪기 전엔 제가 행복하니 다들 똑같이 행복한 줄만 알고 있었거든요. '내가 여태 주변을 너무 돌보질 못했구나'라고 깨달았어요.

그래서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는 생각에 아마추어 뮤지션들을 모아 밴드를 하나 결성했어요. '상처 난 영혼들'이란 의미의 파인애플 밴드라고 이름을 지었죠. 파인애플을 다르게 읽으면 상처 난 사과잖아요.

최: 아~ 파여있는 사과라서요? 하하

박: 네 맞아요. 밴드를 결성하고 첫 행사로 창단 연주회를 열고 티셔츠를 제작해 얻은 수익금을 무료급식소에 기부하려고 했어요. 이 소식을 듣고는 주변에서 창단 연주회를 여는 데에 도움을 많이 주시고 티셔츠도 금방 매진이 됐어요. 선한 일은 주변에서 항상 도우려고 하더라고요.

KakaoTalk_20240530_203239844_03
최: 저부터도 그런 좋은 일은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 밴드 음악은 직접 작사·작곡하시는 거예요?

박: 그렇죠. 우리 밴드 곡 말고도 외부에서 의뢰받아서 제작도 한답니다. 수입이 꽤 쏠쏠해요. 이것도 인큐베이팅 공연과 같은 맥락인데, 지역 음악인들을 키우고 지원하고 싶은 마음에 곡도 써주고 하는 거죠.

대전에서 지하철이 막 생겼을 때, 처음에는 대합실이 텅텅 비어있었어요. 그때도 한창 음악을 하고 있을 때였으니까 그 공간을 보고 '여기서 공연을 하면 참 좋겠다'란 생각에 무작정 악기를 들고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주말마다 매주 한 역씩 들러서 릴레이 형식으로 공연했죠. 우리 음악을 듣고 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공연을 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의 저처럼 음악이 간절하고 공연을 원하는 후배들을 위해 곡을 써주는 거죠.

최: 이미 음악인으로서 많은 성취를 이루셨는데, 앞으로 대전인디음악협회장으로서 이루고 싶으신 것이 있으실까요?

박: 후배 뮤지션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대전 지역에서 오래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협회장까지 맡게 되다 보니 뮤지션들은 물론이고 기자님 같은 언론인이나 시민단체 등등 인맥을 많이 쌓게 됐어요. 여러 사람을 만나는 위치인 만큼 제가 가운데에서 소통의 중심 역할도 하고, 인재를 키우거나 생소한 장르를 더 키울 수 있게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이 자리가 어떤 시선에서는 영광스럽고 명예로운 자리라고만 생각되겠지만, 사실 선의를 가지고 해야 가치가 더 빛나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큰 욕심 가지지 않고 좋은 마음으로 약한 곳을 돌보는 뮤지션이 되고 싶네요.
최화진 기자 hwajin290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교실 CCTV 설치 근거 생길까… 법사위 심의 앞두고 교원단체 반발
  3. '대량 실직 위기'…KB국민카드 대전 신용상담센터 노동자 150여 명 불안 확산
  4. 어깨·허리 부상 잦은 소방공무원에게 물리치료사협회 '도움손'
  5. "역대 최대 1조 2천억 확보" 김해시, 미래 성장동력·안전망 구축 탄력
  1. 대전교육청 공무직 4일 총파업… 94개 학교 급식 차질
  2. 동구 정다운어르신복지관, 2025년 '정담은 김장나눔'
  3. 4일 밤사이 세종·충남 1~5㎝ 적설 예고
  4.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김장김치 나눔 행사
  5. [2026학년도 수능 채점] 입시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시 전략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행정통합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5극 3특' 체제를 거론하며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다"면서도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원을 넘어섰다. 평당(3.3㎡) 분양가로 환산하면 2797만 원에 달했다. 5일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827만 원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로 1년 새 6.85% 올랐다. 전국 ㎡ 당 분양가는 지난 2021년 530만 원에서 2023년 660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2024년에는 7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은 더 빨라져 9월 778만 원, 10월 798만 원, 11월 827만 원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