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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원더랜드 포스터. |
현실과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대단하지만 원더랜드라는 판타지 속 사람과 그를 둘러싼 세계는 현실 속 남은 자의 욕망의 산물입니다. 가장 주요하게는 부를 때 언제든 응답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실 속 인물의 상상의 허용치를 넘지 않습니다. 그들은 놀랍도록 아름다우며, 자기 일에 충실하고 현실 속 인물에게 친절합니다. 갑자기 죽어버린 엄마 대신 일을 하러 멀리 떠나 있는 엄마로, 오래도록 식물인간인 연인 대신 우주 먼 곳에 가 있는 연인이 되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완벽한 존재입니다. 비록 전화로만 만날 따름이긴 하지만.
영화의 반전은 떠난 자에게도 욕망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 주는 데 있습니다. 떠나버린 엄마에 대한 그리움만 가능하지 그 엄마를 만나러 간다든가 엄마가 다시 돌아온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어린 딸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그것을 뚫고 역행합니다. 다만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이야말로 가장 판타지에 속한 것인지 모릅니다. 식물인간에서 깨어난 연인은 자신이 남겨진 여자친구가 그리워한 모습이 아닌 것을 깨닫고 그녀의 곁을 떠납니다. 이것은 예상 가능한 현실입니다.
AI 기술이 구현한 놀라운 가상의 세계 역시 현실에 작동하는 욕망의 산물이란 점은 씁쓸합니다. 또한 그것이 판매되고 소비되는 서비스 상품이라는 점도 그러합니다. 그러나 영화의 진정한 미덕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각성을 넘어 현실 속 인물들이 자신을 직면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것은 떠난 자 혹은 떠날 자를 보내는 것으로 구체화됩니다. 남은 딸과 여자친구는 어떻게 될까요? 상상은 관객의 몫입니다. 분명한 것은 그들이 현실의 연장선상에 있는 판타지에 의존하던 상황으로부터 벗어났으리라는 점입니다. 판타지는 판타지일 뿐 현실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 영화의 배경으로 줄곧 등장하는 공항은 이러한 결별을 상징적으로 잘 드러냅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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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