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응급환자에 대한 대학병원의 의료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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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응급환자에 대한 대학병원의 의료거부

송은석 변호사

  • 승인 2024-12-12 17:11
  • 신문게재 2024-12-13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송은석 변호사
송은석 변호사
현 정부에서 의대생 정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서를 대학병원을 떠났고, 2024년 2월 23일에는 보건의료 재난 위기 경보 단계가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되었다.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의료현실은 말 그대로 '대란'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한 수준이다. 이러한 의료대란은 수술환자들의 수술이 미뤄지고, 특히 응급실에 전문 인력이 부족하게 되면서 응급환자들이 대학병원 응급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소위 뺑뺑이를 돌다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거나 수 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까지 가서 진료를 보게 되는 사례들까지 뉴스에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오늘은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응급환자를 받지 않았다가 시정명령을 받은 사건이 있어 소개해 보고자 한다.

지난 해에 있었던 사건인데, 대구에서 A양이 4층 건물 높이에서 추락하여 머리와 발목을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119 구급대가 출동하였고, 구급대는 A양을 싣고 인근 병원 두 곳에 전화를 하였지만 두 병원 모두 A양의 상태에 대한 중증도 분류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채 수용을 거부했다. 구급대는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장에게 전화를 걸어 A양의 수용을 요청하였으나, 센터장은 신경외과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A양의 수용을 거부했다. A양을 태운 구급대는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수용을 거절당하고 다른 병원 응급실에도 전화를 하여 수용을 요청하였지만 수용을 거절 당하였고, 구급대는 급한 마음에 또 다시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전화를 하였지만 여전히 거부당하였다. 이렇게 4곳의 병원에서 모두 수용이 거절당한 A양은 구급차 안에서 심정지가 발생하였고, 핫라인을 통한 전원 요청 수용으로 가톨릭대 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됐지만 안타깝게 사망하였다.

위 사건에 대해서 보건복지부가 조사를 실시하였고, 조사 결과 응급의료에관한법률 제30조에 따라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어 있는 병원인 대구가톨릭대병원에게 '응급의료기관으로서의 업무 수행 부적정'이라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위 처분 내용은 ① 구급대의 수용 능력 확인에 대한 정당한 사유 없는 거부는 응급의료법 위반 사항으로 시정하여야 하고, ② 시정명령 이행기간(6개월) 동안은 재정 지원이 중단되며, ③ 시정명령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이 취소된다는 행정처분이었다.

이에 대한 처분에 대해서 대구가톨릭대병원은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서울행정법원은 대구가톨릭대병원을 상대로 한 이러한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소송 과정에서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신경외과 전문의가 모두 부재 중이라는 점을 알리면서 신경외과 및 정형외과 진료가 가능한 다른 병원을 추천하거나 신경외과 이외의 다른 과목에 대한 진료는 가능하다고 답변하였을 뿐 응급의료를 거부·기피한 사실은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병원은 "A양이 외상성 뇌손상을 입었던 것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응급환자에 해당하지 않고, 외상성 뇌손상을 입었다면 신속하고 전문적인 처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병원에는 전문의가 없어 현실적인 치료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조치였다."라고도 주장했다.

위와 같은 주장에 대해서 서울행정법원은 "응급의료를 요청한 자 또는 응급환자로 의심되는 환자에 대해 기초 진료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응급의료 거부·기피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였다. 즉 응급의료를 요청하거나 응급환자로 의심이 되는 환자에 대해서 기초 진료를 해서 응급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절차 없이 무조건 환자를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이다.

응급환자에 대해서 응급의료에관한법률 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지만 법에 규정한 응급환자인지 여부에 대해서 기초 진료 조차를 거부한 것은 응급의료를 거부한 것이라고 판단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이 항소심 등에서 어떠게 판단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응급실 대란이 발생된 현 시점에서 대학병원의 응급실 운영에 경종을 울리는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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