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의심하고 의심하고 또 의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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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의심하고 의심하고 또 의심하자

정연헌 변호사

  • 승인 2024-12-19 16:59
  • 신문게재 2024-12-20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정연현-변호사
정연헌 변호사
보이스피싱 범죄는 1997년 대만에서 시작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국세청직원 사칭 환급금 사기사건'을 시작으로 매년 피해금액이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분석자료에 따르면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금액 1965억원으로 전년도보다 514억원 증가하였다

먼저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하는 과정을 보자.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수사기관,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여 "계좌가 도용되어 범죄에 이용되었다. 공범이 아님을 증명하려면 대출을 받아 금융감독원에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현금이나 수표를 요구한다. 그 외에도 대환대출 명목으로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지인을 사칭하여 금전을 요구하는 등 수법은 다양하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특수부 검사를 사칭하는 위압적인 전화를 받았을 때의 그 당혹감. "범인들과 한패가 아니냐, 구속하겠다"는 으름장에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자신의 무고함을 밝히려고 허우적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뭔가 찜찜한 생각이 들어 검찰청에 전화했는데 '당신은 수사중'이라는 답변을 들었을 때의 좌절과 절박함을. 그러나 이런 전화를 받았을 때는 당장 전화를 끊는 것이 상책이다. 보이스피싱 범인들의 말을 확인하기 위하여 그 전화기로 검찰청 등에 전화하는 것은 자살행위와 같다. 전화가로채기 수법으로 공범들이 전화를 받기 때문이다. 일단 전화를 끊고 주위에 있는 누구에게라도 자신에게 발생한 일을 말해야 한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 쪼드라든 마음이 풀리고 판단력도 함께 돌아온다. 친지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돈이 왜 필요한지, 갚을 능력은 되는지 시간을 갖고 확인한다. 그런데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검사나 경찰관 등을 사칭하면 그 권위에 눌려 판단력이 흐려진다. 우리나라는 민주화된지 30년이 넘었고, 수사기관도 권력기관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서비스 기관이 된지 오래다. 의심하고 또 의심해도 누가 잡아가지 않는다. 수사기관은 출석을 요구할 뿐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또 요즘 로맨스 스캠(Romance Scam)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도 많다. 로맨스 스캠이란 사랑이라는 의미의 '로맨스'와 신용사기를 뜻하는 '스캠'의 합성어이다. 로맨스 스캠 사기꾼은 SNS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이성에게 접근하여 상대와 계속적으로 친분을 쌓은 뒤 결혼이나 사업 따위에 자금이 필요하다며 상대에게 돈을 요구하여 가로챈다. 사기꾼은 잘생긴 외국인 남성이나 예쁜 백인 여성 사진을 이용해 극적인 허구의 스토리를 만들어 SNS를 통하여 피해자에게 접근한다. 처음에는 피해자와 공동 관심사를 찾거나 비슷한 취미생활을 빌미로 대화를 시작하여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고 믿음을 쌓는다. 외로움 등 내적 결핍이 있는 사람들에게 잘생기고 예쁜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며 사소한 일상을 공유하게 될 때, 자신을 정서적으로 위로하며 공감해 줄 때, 그 사람은 그 외국인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로맨스 스캠 사기꾼은 피해자에게 자신과의 미래를 꿈꾸게 하고, 결혼이나 동거를 이야기하며 피해자가 자신에게 몰입하게 하고, 피해자를 정서적으로, 심리적으로 장악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다가 서서히 마각을 드러낸다. 처음에는 사소한 이유로 돈을 요구하다가 점차 새로운 핑계를 대면서 추가적인 거액의 입금을 요구한다. 선물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여 고가의 선물을 택배로 보낼 것인데 통관비가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 명목은 참으로 다양하다. 사랑에 눈이 먼 피해자는 점점 사기꾼에게 몰입되어 판단력을 상실하고 사기꾼은 더 이상 뜯어낼 돈이 없을 때까지 피해자에게 돈을 요구한다. 로맨스 스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하여는 SNS에 너무 자세한 개인정보나 사생활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내면의 결핍에 휘둘리지 않도록 평소에 독서나 명상 등 내면근육을 키우는 습관이 필요하다. 또 SNS를 통하여 알게 된 사람이 금품을 요구하면 사소한 금액도 거절하고, 피해가 발생하면 경찰에 신고하여야 한다.



의심하고 또 의심하자. SNS에서 나에게 다가오는 멋진 이성은 물고기에게 다가오는 낚시꾼의 맛난 미끼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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