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음악, '나'를 표현하고 '너'를 공감하여 '우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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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음악, '나'를 표현하고 '너'를 공감하여 '우리'가 되다

아산 인주중학교 교사 이재희

  • 승인 2025-01-23 14:16
  • 신문게재 2025-01-24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20250123_아산 인주중 교사 이재희
이재희 교사.
음악의 본질은 무엇일까? 최근 음악 교사인 나에게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이다. 나는 많은 생각 끝에 음악의 본질이 감정 표현에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 표현은 남의 감정이 아닌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며, 표현의 주체가 되는 '나'에 대한 인식과 앎, 성찰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렇게 깨달은 '나'에 대한 것이다.

나는 실용음악, 음악교육을 전공하고 예술 강사를 거쳐 교사로 학교 현장에 들어왔다. 나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음악으로 함께 하는 즐거움을 느꼈고, 더 많은, 더 즐거운 시간을 함께하고자 노력했다. 재미있고 다양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수업을 수없이 고민했고 다양한 교수법을 익혔다. 또 연수와 외부 활동에 끊임없이 참여해 나를 채우고, 수업을 만들어갔다. 그렇게 나의 교육은 잘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반복되는 수업, 일상 속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빠진 수업을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당시 나는 문화예술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여기서 동서양 철학으로 '나'를 탐구하는 수업을 접했고, '나'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한 공자의 논어를 만났다. 무심코 읽던 책에서 한 구절을 읽고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

자왈 고지학자 위기,금지학자 위인(子曰 古之學者 爲己, 今之學者 爲人). 옛날의 학자는 자기를 공부했는데, 오늘 날의 학자는 남을 공부한다.



그랬다. 나는 내가 빠진 삶을 살고 있었다. 남이 좋다는 수업만 따라 하고, 남의 반응만 살피며 내가 빠진, 음악의 본질이 빠진 수업을 하고 있었다. 이후 나는 내 삶과 수업 모든 걸 되돌아보게 됐다. 그동안 나의 수업은 '나', '내 감정'보다 '행위'에 먼저 집중하고 있었고, '행위'를 통해 '나'를 보는 수업으로 순서가 반대였다. 이를 발견하고 나의 모든 수업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특히 예술 강사로 아이들과 만나던 때부터 하던 '대중음악 녹음 프로젝트 수업'부터 재구성했다. 먼저 내가 학교 현장에 오게 된 이유를 되돌아봤고, 수업에 담고자 하는 것의 본질과 철학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완성된 수업을 2024학년도 인주중 전교생 아이들과 함께했다. 아이들은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과 감정을 느끼고 인식하는 과정을 선행했다. 이를 토대로 내 목소리를 녹음해 들으며 성찰하고, 음악으로 나를 표현하며 모두 함께 노래를 녹음하는 활동을 경험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나를 생각하고, 서로를 바라보게 됐고, 아름다운 모든 목소리가 담긴 영상과 추억을 만들어 냈다.

이렇게 '나'를 담았을 뿐인데 많은 게 달라졌다. '나 자신'이 담긴 수업으로 교사로서의 나를 돌아보고, 나의 이야기가 담긴 수업을 통해 아이들과 교감하게 됐다. 아이들은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내 감정과 내면을 마주하게 됐다. 또 자신을 돌아보게 된 만큼 주변 친구를 돌아보는 힘을 얻었다. 그렇게 서로를 몸소 느끼며 음악에 공감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관계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나와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끼리의 관계가 개선됐다. 더불어 녹음 과정에서 담임선생님, 타 교과 선생님들과 함께했는데, 이를 통해 아이들과 선생님 간의 모든 관계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그렇게 우린 음악을 매개로 소중한 '나'를 돌아보면서 '너'를 이해하고, 완전하고 아름다운 행복한 '우리'를 느꼈고, 다시 '나'에게 돌아와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나도 채워야 할 결핍의 교육자가 아닌 '완전한 나'로 거듭났다.

올해도 '나'를 알고 표현하는, '나'의 이야기로 '너'와 함께 노래해 '우리'가 되는 녹음, 교과 융합 뮤지컬 수업을 아이들과 함께했다. 담임으로서도 '나'를 성찰하는 긍정의 한마디 활동과 같이 '나'라는 본질이 담긴 교육을 통해 '나'로 물들이고 있다.

한 학년도가 끝나가는 지금, 아쉬움과 걱정보다 수많은 '나'와 함께 할 행복한 새 학년이 기다려진다. 학교 안 모두가 '나'를 챙겨 항상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긍정의 힘이 널리 퍼지길 바라며, 논어의 구절과 함께 글을 마친다.

군자 무본 본립이도생(君子 務本 本立而道生). 군자는 근본에 힘쓰는데 근본이 서야 도의가 산다./아산 인주중학교 교사 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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