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태양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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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태양의 도시

김병윤 대전대 전 디자인아트대학장

  • 승인 2025-02-13 16:58
  • 신문게재 2025-02-14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병윤 전 대전대 디자인아트대학장
김병윤 전 대전대 디자인아트대학장
겨울은 태양이 더욱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차가운 공기와 짧은 해가 지는 시간 속에서 따뜻한 양지가 많이 그립게 되는데 이 시기, 그림을 그리기에 좋은 태양 고도를 지닌 스페인 바르셀로나나, 연중 맑은 날이 가장 많은 도시의 하나로 알려진 이탈리아의 도시국가 산마리노가 생각난다. 우리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등장한 그리스 나바지오 해변의 맑고 푸른 바다도 그림처럼 떠오르며, 따뜻한 태양 빛이 감미롭게 느껴진다.

고대 세계의 불가사의한 유적들에서도 태양은 신앙의 중심이었다. 고대인들은 태양을 신성한 존재로 숭배하며, 이를 기리기 위한 신전이나 기념비적인 건축물들을 세웠다. 또한 도시의 탄생 배경을 이루는 문명의 중심에도 태양은 구심점이었다. 이베리아반도의 마드리드 구도심에는 도시의 중심을 이루는 '푸에르타 델 솔'이 있다. 흔히 '솔 광장'이라 불리는 이곳은 '태양의 문'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해가 비추는 이 곳에 모이면서 많은 이들은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고,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맞이하는 것이다. 매년 12월 31일, 마지막 날의 서막으로 종이 12번 울리고, 솔 광장에서는 포도 12알을 먹는 전통적인 액막이 의식이 진행된다. 이 의식은 사람들에게 한 해를 보내며 새로운 해를 축복하는 의미를 지닌 이 솔 광장과 함께해 온 오랜 전통이 되었다.

또한 솔 광장의 바닥에는 Km 0이라는 표시 동판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마드리드 솔 광장이 스페인 도로망의 중심임을 강조한다. 16세기까지 이곳에는 이베리아반도의 관문 역할을 했던 지금은 사라진 성문도 존재했었고, 이는 마치 파리의 개선문처럼 상징적인 도시의 랜드마크였었다. 한편, 이탈리아 나폴리 음악제에서 등장한 노래 오 나의 태양(O Sole Mio)은 어부들이 운명의 바다를 향해 태양을 기원하며 부른 노래였고,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에서 널리 사랑받는 명곡으로 언제나 우리에게 친근한 애창곡이다.

그리스신화에서 등장하는 태양신은 '헬리오스'였으며, 이집트에서는 '라', 인도에서는 '수리야'가 태양신으로 숭배되었다. 로마의 태양신은 '솔'이었으며, 마드리드 솔 광장의 탄생도 로마 시대 당시 태양 숭배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고대인들에게 태양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으며, 이 신성함은 도시와 건축의 구축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집트 카이로 북동쪽, 그리스식 명칭을 가진 '헬리오폴리스'는 '라의 집'이라 불리었고, 태양신을 숭배하던 중심지로 태어난 대표적 사례도시이다.

헬리오스는 태양 마차를 몰아 동서로 태양을 움직이던 신으로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의 많은 문화적 유산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한편, 태양신 중에서도 음악과 지적 영혼을 상징하는 신은 아폴론으로 신탁도시 '델포이'를 만들었고, 그의 아폴론 신전은 신탁의 성소 역할을 하며, 태양과 관련된 도시 델포이는 신화 속의 '지구 배꼽'이 된다.

바다와 섬들의 나라 그리스에는 대륙과 연결되는 여러 관문이 있는데, 그중 태양신을 기념하는 대표적인 도시는 '로도스'였다. 이곳에는 거대한 헬리오스 상이 세워졌다 하고, 당시 그리스의 기술력과 예술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상징물로, 태양신을 숭배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흔히 헬리오스 동상의 다리 사이로 배들이 지나다녔다 하는 신화가 나은 기념비적 도시이기도 하다.

해발 3,000미터 높이에 위치한 쿠스코와 잉카의 마추픽추는 '잃어버린 도시'라 불릴 만큼 신비로운 유적이다. 이곳에는 태양을 기리는 해시계와 태양의 신전이 있으며, 산 정상에 자리한 요새는 독특하고 비밀스러운 건축적 의미를 지닌다. 태양을 신성시하며, 태양과 깊은 연관을 지닌 마추픽추는 태양신을 기리는 도시로서, 다시 한번 문명의 불가사의 한 힘을 느끼게 한다 .

태양의 도시 헬리오폴리스, 아폴론의 도시 델포이처럼 태양을 중심으로 발원한 도시들은 오늘날까지도 신비로운 유적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으며 태양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중요한 생명체처럼 우리와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는 것처럼(Every day is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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