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병원 내 추락사! 병원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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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병원 내 추락사! 병원 책임은…

송은석 변호사

  • 승인 2025-02-27 16:55
  • 신문게재 2025-02-28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송은석 변호사
송은석 변호사
병원에서 이런 저런 질환으로 치료를 받다가 병원 내에서 투신 자살을 하는 사건이 심심치 않게 발생되고 있다. 이런 경우 환자의 유족들이 병원을 상대로 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곤 하는데, 이런 경우에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한 사례를 보면, A씨는 알코올 의존증과 중등도의 우울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알콜 전문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A씨는 병원의 허가를 받고 산책을 마치고 복귀하던 중 4층과 5층 사이 계단에 위치한 창문을 통해 추락했고 사망에 이르게 됐다. 이 사건에서 유족들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고, 그 근거는 '병원 의료진이 정신적 불안증세가 있는 A씨를 철저히 관리하지 않았다'는 것과 '자살 위험을 예방할 주의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사건에서 과연 병원이 환자를 어디까지 보호하여야 하고 시설을 어떻게 관리하여야 하는지가 쟁점이 된다.



이 사건에서 1심 법원은 '알콜의존증 환자라고 하더라도 자율적인 치료 환경이 필요하며 보호자 동의 하에 산책이 이루어진 경우라면 병원이 모든 동선을 통제할 필요는 없고, A씨가 추락한 창문은 지상에서 160cm 높이에 설치되어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없으며, 알콜 전문 병원의 시설 안전 기준을 위반하지 않았으며 병원 측이 추가적인 안전장치를 창문에 설치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하였다. 유족 측은 항소하였지만 항소심 법원도 원고 패소 판결을 하였는데, 항소심은 'A씨가 과거 환청을 경험했지만 자살 시도나 정신증 병력이 없었고, 입원 당시 진행한 검사에서도 자살 위험성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하고 '알콜 전문 병원 의료진의 보호의무는 구체적 위험성이 있을 때만 발생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병원 측이 계단 창문에 별도의 잠금장치나 차단봉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시설 기준을 위반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 필자가 진행한 또 다른 사례를 보면, B씨가 암 수술을 받고 암 치료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새벽에 창문에서 뛰어 내리겠다고 난동을 피웠고, 이에 병원과 유족은 협의를 하여 개인 간병인을 고용하여 간병을 맡기기로 하였다. 그런데 간병인이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병실을 비운 사이에 B씨가 5층 베란다에서 추락하여 사망에 이르게 된 사건이었다. 이 사건에서도 유족들은 병원 의료진이 환자의 자살 시도 가능성을 인지하였으므로 간병인으로 하여금 B씨에게서 눈을 떼지 말도록 주의를 주고 자리를 비울 경우 의료진에게 미리 고지하도록 주의를 시킬 의무가 있고, 베란다에 난간 외에 안전장치가 없고 시건장치도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1심 법원은 비록 사망 전날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보이기는 하였지만 간병인이 저녁 식사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까지 특별한 이상 징후가 없었고, 입원 목적이 암치료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았을 때 간병인이나 의료진이 환자를 지속적으로 주시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고, 암재활치료를 주목적으로 하는 병원이 추락방지시설을 필수적으로 설치하여야 한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고, B씨가 추락한 베란다 난간의 높이나 시건장치 유무가 관련 시설 규정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두 사건을 종합하여 본다면, 병원 측에 입원 환자의 투신 자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자살 위험성이 있다고 평가되어야 하고,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 병원이 인지를 하고 있어야 하며, ▲병원 시설이 일반적인 시설의 기준을 위배한 경우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설치된 정신재활시설이 아닌 이상 자살에 대한 일반적인 시설 기준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시설이 아닌 이상 자살 위험이 높게 평가된 환자가 아니라면 병원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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