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화마(火魔) 뚫고 개미 군단 뭉친 고향사랑기부제

  • 정치/행정
  • 대전

[월요논단] 화마(火魔) 뚫고 개미 군단 뭉친 고향사랑기부제

고두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 승인 2025-03-30 17:06
  • 신문게재 2025-03-31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2025021001000643400025291
고두환 대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비영리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글로벌기빙(Global Giving)>에서는 '한국 산불 피해 복구 모금함(South Korea Wildfire Relief Fund)'이 열렸다. 전 세계 36개국에서 재난 지원을 하는 <피스윈즈(Peace Winds)>는 다국적 재난지원팀을 꾸려 경북 산불 현장에 파견했다. 29일 오전 현재, 사망자 29명, 축구장 6만 7,566개가 불탄 피해 영향 구역(4만 8,238ha), 6,885명 이재민과 4,801곳 시설물 피해, 먹고살 만한 나라 대한민국이 맞이한 이번 산불 피해는 해외에서까지 구호의 손길이 이어질 정도로 막심하다.

대게의 고장, 경상북도 영덕군은 전국 최초로 산불 긴급 모금을 고향사랑기부제 민간 플랫폼 위기브에서 시작했다. 지난해, 11억 원으로 경북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1위를 차지한 영덕군의 최우수 답례품은 반건조 오징어였는데, 산불로 제공 업체 공장이 전소됐다. 위기브 고객센터에서 기부자들에게 답례품 발송이 늦어질 수 있다는 양해 전화를 돌리던 중, 기부자들이 컴플레인하기보다는 오히려 격려하며 다시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경우를 목도한다.



영덕군은 그간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생활 민원 기동처리반을 운영했다. 노령층 위주 1~2인 가구가 즐비한 영덕군 사정상, 전화 한 통으로 전등을 갈고 방충망을 수리해주는 주민 체감 복지 정책을 추진했다. 큰 예산이 들지 않지만, 기존 세금으로 하기 어려운 정책을 펼쳤던 기부 효능감을 뉴스레터, 알림톡 등을 통해 접한 기부자들은 우리 돈이 소중히 잘 쓰이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있었다. 개미들은 군단이 되어 순식간에 29일 현재, 4억 6천만 원을 위기브에서 영덕군에 기부하게 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애초에 '고향에 기부하자'는 컨셉으로 시작됐다기보다는, 모든 것이 집중된 서울수도권 사람들에게 '제2의 고향을 갖자'는 컨셉으로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다. 제2의 고향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그 지역을 책임지는 생활인구로 자연스럽게 발전하기를 원했던 게 원조 격인 일본 고향납세제 전반에 투영되어 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때, X(엑스·옛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로 고향사랑기부를 무안에 하는 것이 자리 잡게 되고, 이틀간 13억 원이라는 모금액이 삽시간에 몰리게 된다. 기부자들과 전라남도 무안군의 관계는 단순히 기부 한 번에서 끝난 게 아니라, 지역 특산품으로 답례품을 받고, 무안군으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으면서 이어지게 된다. 결국, 고향사랑기부제로 이어진 인연은 지역 입장에서 '제2의 군민이다', '제2의 시민이다'는 관점으로 파생되어 잘 관리하려고 마음먹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의 선례를 보자면, 이런 흐름이 심화되어 복수주소제가 시행되고, '거주 인구보다 생활 인구가 세수 측면에서 나은 경우가 있다'는 사례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런 일들은 열악한 지자체가 얼마나 신의성실한 민간 거버넌스를 만나 시너지를 내는지로 귀결된다.

근로소득자 입장에선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돌려받을 결정세액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향사랑기부제는 10만 원 기부할 때, 13만 원을 돌려받게 되는 신박한 제도인 셈이다.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고향사랑기부제로 경북 산불 피해 지원을 하는 다양한 방식들이 안내되는데, 현재 대중교통 플랫폼 <티머니GO> 앱에 접속하면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페이코(Payco)> 앱에서는 해당 기부에 참여할 시, 5,000포인트를 지급한다. 실익과 의미가 있는 제도에 개미 군단들은 기꺼이 뭉친다. 대중은 빠르고, 현명하고, 따뜻하지만 무엇보다 이성적이다. 고향사랑기부제에서도 그렇다.

/고두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민주평통 대전 동구협, 한반도 평화공존 대내외 정책 모색
  2. 세종시 '상권' 고립무원…새로운 미래 없나
  3. 대전 진보교육감 단일화 미참여 맹수석·정상신 후보 "단일화 멈춰야"
  4. ‘저희 동아리가 만든 자동차랍니다’
  5. 석유 사재기·암표상 집중 단속… 민생물가 교란 범죄 뿌리 뽑힐까
  1. [사설] '차기 총선 통합론' 더 현실적 대안인가
  2. 345㎸ 입지선정위 논의 3개월 남아… 지역사회 우려 해소는 '제자리'
  3. [세상읽기]'대전 3·8민주의거' 그 날의 외침
  4. [내방] 김도완 대전지검장
  5. 대전사람 10명 중 8명 "지역치안 안전해"… 대전경찰청 안전 설문조사 진행

헤드라인 뉴스


무산된 대전충남 행정통합… 지방선거 화약고 불보듯

무산된 대전충남 행정통합… 지방선거 화약고 불보듯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이 사안이 6·3 지방선거 여야 최대격전지 금강벨트의 화약고가 될 전망이다. 더욱이 행정통합 성공에 따른 논공행상이 아닌 실패로 인한 책임공방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커 휘발성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 따르면 통상 공직선거 한 달 또는 늦어도 공식선거운동 기간을 전후해 각 당은 시도별 공약을 발표하기 마련이다. 올 지방선거가 6월 3일 치러지는 점을 감안하면 5월 초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5월 21일께에는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여진다. 충청권의 경우 여야 가릴 것 없이 이미 지역..

20년 숙원 해결 기대감 높였던 대전역세권 복합 2구역, 아직 첫 삽 못떠
20년 숙원 해결 기대감 높였던 대전역세권 복합 2구역, 아직 첫 삽 못떠

시행사가 사업설명회까지 열면서 착공의 기대감을 높였던 대전 역세권 복합2구역 개발 사업이 첫 삽을 뜨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중동분쟁으로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고,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착공이 계속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대전시와 지역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2월 예정이었던 대전 역세권 복합2구역의 착공이 연기됐다. 대전역세권개발의 핵심 사업인 복합2구역 사업은 대전역 동광장 주변 2만8391㎡ 부지에 1184가구 공동주택과 호텔·컨벤션·업무·판매시설을 집약하는 초고층 복..

`정부세종청사` 이전 흔들기 시도… 지역 정치권 규탄
'정부세종청사' 이전 흔들기 시도… 지역 정치권 규탄

인구 39만 명 벽에 갇힌 세종시. 2020년 중앙행정기관 이전기(1단계)도 미완으로 남아 표류하고 있는 현실. 행정 기능만 덩그러니 놓인 세종시의 정상 건설을 뒤흔드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해양수산부에 이어 올해 지방선거철을 맞아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의 이전을 공약하는 일이 반복되면서다. 김민석 총리와 행정안전부까지 나서 "추가 이전 계획은 없다"는 사실을 못 박았으나 선심성 약속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세종시 여·야 정치권에 이어 세종특별자치시의회(의장 임채성)가 12일 이에 대한 규탄의 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반갑다 야구야! 반갑다 야구야!

  • 내가 최강소방관 내가 최강소방관

  • ‘저희 동아리가 만든 자동차랍니다’ ‘저희 동아리가 만든 자동차랍니다’

  • 개학기 등하굣길 ‘안전하게’ 개학기 등하굣길 ‘안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