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사기 공동정범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사기 공동정범

송은석 변호사

  • 승인 2025-05-22 16:45
  • 신문게재 2025-05-23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송은석 변호사
송은석 변호사
보이스피싱 범죄는 강력한 단속과 처벌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그 수법이 진화되면서 많은 피해자를 만들고 있는 범죄수법이다. 이러한 보이스피싱 범죄의 주범들은 주로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 근거지를 두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수령해 오는 소외 현금수거책을 이용하여 보이스피싱 범죄를 완성시킨다. 그런데 소위 현금수거책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보통은 SNS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구인광고를 보고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금수거책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완성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적 분담을 하고 있어 수사기관에서는 현금수거책도 사기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하고 있다. 그런데 현금수거책으로 기소된 사람들 중에서는 사기죄의 공동정범이 아니라 방조범에 불과하다고 다투는 경우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대법원에서는 현금수거책도 방조범이 아니라 사기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선고한 바가 있다.

이 판결의 사실관계를 간략히 보면,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채무완납증명서를 받아서 출력하고 피해자에게 채무완납증명서를 주면서 현금을 수령한 죄로 기소되었고, A씨는 재판과정에서 사기죄의 공동정범이 아니라 방조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을 했다.

1심에서는 "A씨가 보이스피싱 범죄의 세부적인 범행 계획을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보이스피싱 조직원과의 연락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면서 그들과 일체가 돼 범행을 저지른 이상 단순한 방조를 넘어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된다."라고 하면서 사기죄의 공동정범으로 유죄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런데 2심에서는 1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판결을 뒤집어서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A씨가 별다른 사회적 경험이 없고 보이스피싱 관련 범행으로 처벌받은 경력이 없으며 모자 등을 착용하지 않은 채 피해자들을 만났던 점에 근거하여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수거하는 범죄의 일부라는 것을 미필적으로라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이처럼 1심과 2심이 결론을 달리하였는데, 대법원은 항소심의 무죄 판단을 다시 뒤집어서 유죄 취지로 판결하였다. 대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저으로 뜻이 통해 범죄에 기여하고 범죄 실현 의사가 결합돼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며 전체 보이스피싱 범행 방법이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또한 대법원은 이러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행 수법 및 폐해는 오래전부터 언론 등을 통해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다는 점을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은 종전에도 보이스피싱 범죄의 현금수거책도 방조죄가 아닌 정범으로서 처벌을 하여야 한다는 기존의 판결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현금수거책을 구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구인광고를 하고 사회적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방심하면 정말 속을 수도 있는 수준으로 치밀하게 한다고는 하지만 길거리에서 누군가에게 채무완납증명서를 주면서 현금을 받아서 송금하는 방식의 현금 수거 방법은 일반적인 금융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또한 현금수거책의 현금 수거로 인하여 보이스피싱 범죄가 완성되기 때문에 법원이 실제 현금수거책에 대해서 선고하는 실형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정말 보이스피싱인지 모르고 현금수거책으로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가담하게 된 사람이 전혀 없다고도 할 수는 없지만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자들이 대부분 서민들이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들이 아닌 만큼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이 되어 이러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 5-2생활권 첫 주택 공급 포문…'우미린 센터파크'
  2. 세종시 청렴도 하락세, "공정한 인사와 상호 존중이 해법"
  3. 차주 없다고 압수한 블랙박스 '위법'… 반복되는 경찰 수사 절차 논란
  4. 여름 반기는 주황빛 능소화
  5. 충남교육청 7월 1일자 인사 단행… 부이사관 승진 2명 등 총 652명 규모
  1. [대전MZ로그]"평범한 건 싫어요"···각양각색 소품을 나만의 취향대로 개성있게 꾸미는 2030 소비 트렌드
  2. 전신주 구리 접지선 훔쳐 한전에 2500만 원 손해 끼친 50대 검거
  3. "당연히 이길 줄 알았는데"…아쉬움으로 끝난 월드컵 응원
  4. 개원 준비로 분주한 대전시의회
  5. '외부 연구수주로 인건비' 출연연 PBS 폐지 '임무중심 거점으로'

헤드라인 뉴스


[대전MZ로그] ‘내 멋’대로 꾸민다… 2030세대 커스텀 열풍

[대전MZ로그] ‘내 멋’대로 꾸민다… 2030세대 커스텀 열풍

'평범한 볼펜과 모자, 신발 등을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커스텀으로 변신~!'최근 SNS를 중심으로 자신만의 취향을 담아 물건을 꾸미는 이른바 '꾸미기 문화'가 2030세대의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기자가 직접 가 본 대전 서구의 한 소품가게는 수많은 종류의 파츠와 와펜이 알록달록한 컬러를 빛내며 매장 한가득 진열돼 있어 소비자의 구매욕과 골라보는 재미를 자극하고 있었다. 게다가 키링과 신발, 가방, 볼펜 등도 함께 판매하고 있어 현장에서 바로 소품을 꾸밀 수도 있었다. 매장을 운영하는 임한나 씨는 "SNS와 팝업스토어를 꾸..

차주 없다고 압수한 블랙박스 `위법`… 반복되는 경찰 수사 절차 논란
차주 없다고 압수한 블랙박스 '위법'… 반복되는 경찰 수사 절차 논란

교통사고 현장에 남겨진 차량에서 경찰이 블랙박스 SD카드를 영장 없이 압수한 것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고 차량이 현장에 남아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유류물 취급한 경찰의 절차 판단이 재판에서 부적절하다고 확인된 것이다. 과거 분실 휴대전화 마약 수사 사례처럼 경찰이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로 배척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현장 경찰의 증거 확보 역량과 적법절차 이해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대전지법에 따르면 제3-1형사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 위반(..

KAIST "세계 최초 양방향 `브레인 로봇` 기술 개발 나서"
KAIST "세계 최초 양방향 '브레인 로봇' 기술 개발 나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사람의 뇌 신호로 외골격 로봇을 실시간 제어하고, 로봇이 감지한 촉각·힘 정보를 다시 뇌에 전달하는 차세대 뇌-로봇 인터페이스 플랫폼 개발을 시작했다. 기계공학과 공경철·김정 교수 연구팀은 ㈜엔젤로보틱스와 함께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 플래그십 과제로 세계 최초 양방향 'Brain-to-Robot'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과제는 4월부터 2032년 12월까지다. 뇌 신호로 커서를 움직이거나 스마트폰을 제어하는 뇌 인터페이스 기술은 이미 인체 임상 단계에 진입해 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갈고닦은 기술의 향연 갈고닦은 기술의 향연

  • 대한민국 패배에 실망하는 축구팬…32강 진출 불투명 대한민국 패배에 실망하는 축구팬…32강 진출 불투명

  • 개원 준비로 분주한 대전시의회 개원 준비로 분주한 대전시의회

  • 여름 반기는 주황빛 능소화 여름 반기는 주황빛 능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