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산학연의 지산학연 전환점, ‘지역을 위한 대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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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산학연의 지산학연 전환점, ‘지역을 위한 대학’으로

박정용 한남대 교수

  • 승인 2025-07-17 16:52
  • 신문게재 2025-07-18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박정용 교수
박정용 한남대 교수
대학과 산업계, 연구기관이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산학연 협력체계'는 오랫동안 우리나라 고등교육과 산업 발전의 핵심 구조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제는 새로운 협력 모델인 '지산학연'과 라이즈(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 체계로 전환되는 시점이다. 산학연 체계에서는 기업의 수요에 대학이 맞춰 기술과 인재를 공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지산학연 체계는 지역 문제를 중심에 두고 지자체가 전략과 기획을 주도하며, 지역의 기업, 대학, 시민사회가 함께 해결해 나가는 구조다. 이 변화에 발맞추어, 지역 대학들도 지역문제 해결형 프로젝트 기반 수업, 지역기반 콘텐츠 창작, 시민과 함께하는 리빙랩 프로그램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기술 우선보다 사람 중심, 공동체 중심의 관점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들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대학의 자원과 연계하여 모색할 수 있도록 대학이 먼저 시민사회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대학은 기존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온 시민 단체 및 협회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기존에 산학연 시대부터 협력해 온 기술벤처, 중소기업들 외, 지난 10년간 정부의 창업지원정책을 통해 발굴된 지역의 창업기업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로컬크리에이터, 사회적경제, 예술공예, 콘텐츠 분야 및 청년, 여성 창업기업들은 대부분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창업 아이템이 많다. 규모에서는 소상공에 해당하면서도 자영업과 달리 고정된 매장 운영보다 활발한 대외 활동을 위주로 하므로, 협단체 활동 및 대학과의 협력 활동이 가능하고, 대표자들이 특정 기술보다 창의적 기획 인재들이 많아, 대학생들과 함께 교과수업, 비교과 행사 활동에 참여와 협력이 잘 이뤄진다.

한남대 창업중심대학사업단과 인문사회융합인재양성사업단이 최근 진행한 창업페스티벌은 좋은 사례다. 교내에서 열린 페스티벌에서 한국콘텐츠기업협회 16개 기업들의 전시판매 부스를 운영하면서, 대학생들을 부스마다 배치하고 사전 수요조사 매칭을 통해 대표와 학생들의 진로멘토링을 함께 진행했다. 이후 참여기업과 대학생들의 사후 수요조사를 통해 '로컬창업'이라는 온라인 교과목을 개발하게 되면서, 기업들이 직접 온라인 수업의 강사로 참여하였다. 개발된 온라인 수업은 시민 및 타대학에 공유하며, PBL(프로젝트 수행 중심) 수업으로 진행하여 학생 동아리별로 기업들이 멘토로 참여하고 시제품을 함께 개발하여 결과물을 내고, 이를 연말 해커톤 경진대회를 통해 다시 지자체와 시민사회에 성과를 공유하게 된다. 이런 활동들이 언젠가 대학, 기업, 시민이 함께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 정책 제안, 캠페인 등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협력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수년 전부터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등을 통해 발굴된 ICT, 콘텐츠기업들과 대전사회적경제협의회 기업들, 고경력은퇴과학기술인 등이 서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포럼을 운영해 오다가, 작년부터는 기업들과 대학생들이 만날 수 있는 융합포럼을 확장해서 운영해 온 것이 밑바탕이 된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참여한 지산학연 주체들이 다시 또 다른 대학, 다른 자치구 및 기관들과의 협력으로 이어지고 확장된다. 최근에 결성을 준비하고 있는 가칭 대덕문화예술관광협회는 대덕구의 공예가, 예술강사들이 수년간 협업을 통해 결집되고 있다. 향후 송촌동의 동춘당 및 대덕구청의 김호연재 문학관 건립 계획 등과 연계점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시민들이 직접 지역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모색함으로써, 대학은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교육과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시민들은 대학의 학술적 전문성을 활용하여 더욱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협력 모델이 더욱 확산되고 발전한다면, 우리는 지역 소멸이라는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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