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소비의 제왕, 쿠폰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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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소비의 제왕, 쿠폰의 귀환

원구환 한남대 기획조정처장

  • 승인 2025-08-12 17:15
  • 신문게재 2025-08-13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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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구환 한남대 기획조정처장
한 나라의 임금에게 걱정이 있었다. 나라 살림살이가 냉기를 머금고 있었다. 장터에서 물건이 안 팔리니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고, 새 물건은 만들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일자리는 줄었고, 목구멍을 막아야 하는 사람은 늘어만 갔다.

걱정이 태산 같은 상황에서 홀연히 나타난 한 신하가 강렬한 단어를 써가며 말했다. "전하, 문제는 순환에 있습니다. 물이 고이면 썩듯, 돈이 돌지 않으면 경제도 썩습니다. 이를 타개하는 해결책은 소비입니다. 소비가 늘어나야 시장이 움직이고, 생산이 늘어나며,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의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신하는 또 말했다. "돈을 돌게 하는 사람은 부자일 수도 있고, 저잣거리의 백성일 수도 있습니다. 돈이 돌면 일감이 생기고, 사람을 고용하고, 일자리가 생긴 사람이 다시 돈을 쓰게 됩니다." 이어서 신하는 또 간언한다. "돈을 직접 주지 마시고, 대신 저잣거리 이용권을 주옵소서. 다만, 이용권은 아무 데서나 쓸 수 없게 하여 시장과 가게, 서민의 장터, 지역의 저잣거리에서만 쓰게 하옵소서."



이런 말도 덧붙였다. "나라 살림을 따뜻하게 돌릴 마중물은 어쩌면 금은보화가 아니라 찐빵 한 개 값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손에 쥐어준 이용권 한 장이 누군가의 하루를 바꿔 놓을 수 있습니다. 돈이 흘러야 시장이 숨 쉽니다. 저잣거리 이용권은 그 숨결의 길을 터주는 일입니다." 책사는 현금을 뿌린 나라도 있고, 선대 임금도 비슷한 비책을 사용한 전례가 있음도 주장하였다. 책사의 주장은 1개를 주면 2~3배 곱하기가 되어 돌아온다는 비책이었다.

책사의 주장에 반대하는 신하도 있었다. "나라 살림도 빠듯한데 돈을 마련하기도 어렵습니다. 공짜로 주면 소비 심리를 왜곡시킵니다. 평소 하지도 않았던 소비를 억지로 하게 되어 소비 만족도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저잣거리 이용권은 일시적이기 때문에 지급이 중지되면 소비는 줄고, 오히려 효과는 사라집니다. 특히 일부 업종에만 수요가 몰리면서 시장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퇴행성 업종에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저잣거리 이용권을 반대하는 신하에게 책사는 다시 자신의 주장을 이어간다. "나라 살림살이가 어렵지만, 소비가 잘 되면 생산과 고용도 증가해 나라에 내는 조세도 증가합니다. 낭비성 현금처럼 단순한 무상지원이 아닙니다. 저잣거리 이용권은 지갑을 열게 만드는 정책입니다. 지역상권에 한정하면 지역에 돈이 돌게 할 수 있고, 지역공동체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돈을 뿌리는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고 소비 촉진으로 생산과 고용을 확대하는 점화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저잣거리 이용권에 대한 찬반의견을 들은 임금은 어려운 시기에 나라의 역할이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그리곤 신하에게 명한다. "저잣거리 이용권은 단기 경기 부양용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역경제 선순환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소비는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우리 삶의 리듬이다. 국밥 한 그릇, 서책 한 권, 떡과 약과 하나를 소비하는 것은 누군가의 생산을 지지하는 행동이다. 나라의 돈은 공짜가 아니다. 그렇다고 아껴만 두면 찔끔찔끔하다 끝이다. 그럴 바엔 십시일반의 정신으로 모두가 같이 큰 흐름에 동참토록 설계하라. 나라가 주는 이용권이 백성들의 일상을 더 따뜻하게 만들고, 경제의 톱니를 다시 돌릴 수 있도록 하라. 저잣거리 이용권은 단지 돈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설계하는 일이다. 이용권의 진정한 목적이 지속 가능하도록 체계적으로 실행하라."

그 이후 백성들은 작은 소비에서 즐거움을 찾기 시작했다. 장터의 상인에게, 농부의 손에 돈이 닿기 시작했다. 백성에게는 쓸 수 있는 자유를 줬고, 가게에는 버틸 수 있는 숨통을 틔워줬다. 투기나 사재기용이 아니라 소소하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이 거래되면서 사람과 가게와 시장이 연결되도록 했다. 이후 저잣거리 이용권은 백성들의 신뢰와 삶에 대한 따뜻한 공감이 전제돼야 하고, 지역 회복의 열쇠로서 역할을 해야 함을 알게 됐다. /원구환 한남대 기획조정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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