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연구실과 매장 사이, 지역 스타트업의 제3의 길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연구실과 매장 사이, 지역 스타트업의 제3의 길

박정용 한남대 교수

  • 승인 2025-09-04 16:56
  • 신문게재 2025-09-05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박정용 교수
박정용 한남대 교수
지역 창업 활성화 방안을 이야기할 때마다 수도권에 편중된 스타트업 지원 인프라에 대비하여 지역에도 '기술 스타트업 발굴 육성'과 '투자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맥락이다. 따라서 지역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창업지원 정책을 살펴보면 대부분 기술 기반의 혁신적 스타트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지역의 창업지원에서 반드시 간과해서는 안 되는 현실이 있다. 최근 10여 년간 정부 창업지원 사업을 통해 발굴된 지역 기업들을 살펴보면, 전통적인 기술벤처도 아니고 일반적인 자영업도 아닌 독특한 성격의 기업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예를 들어, 지역 전통시장의 스토리를 발굴해 체험형 관광 콘텐츠로 개발하는 기업, 은퇴 과학기술인의 경험을 활용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업, 지역 공예가들과 협업해 현대적 감각의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 등이다. 이들은 첨단기술보다는 '아이디어'와 '기획력'을 바탕으로, 고정 매장보다는 '프로젝트'와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한다. 이런 기업들의 특징을 보면, 기존의 창업 분류 체계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있다.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단순한 서비스업도 아니다. 오히려 지역의 문화적 자산, 인적 자원, 사회적 니즈를 창의적으로 연결하는 '소셜 이노베이션' 성격이 강하다.

문제는 이런 기업들이 기존의 창업지원 체계에서 애매한 위치에 놓인다는 점이다. 기술 혁신도가 높지 않아 기술 스타트업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그렇다고 일반 소상공인 지원 정책에도 잘 맞지 않는다. 투자 유치 가능성도 낮아 액셀러레이터들의 관심 대상에서도 멀어진다.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어쩌면 지역 창업생태계의 실질적 주인공들이다. 지역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고도 창의적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지역의 고유한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무엇보다 지역민의 실제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비즈니스를 창출한다. 경력 단절이나 이주민 여성들이 기존과는 다르게 취업뿐 아니라 창업에도 도전할 기회가 열린다. 또한 앞으로 점점 고학력, 고경력 은퇴 시니어 계층이 두터워 지면서 이들에게도 창업의 기회가 열릴 것이다.

만약 지역 농산물과 전통 공예를 결합한 체험 키트를 개발해 온라인으로 전국에 판매하면서 동시에 지역 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이 있다면, 이러한 기업은 기술창업자보다는 지역 창업가이면서 일반 시민 창업가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업모델은 이른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1000억 매출의 기업 하나만큼, 10억 매출 기업 100개를 육성하는 것도 새로운 가치를 가진다. 그리고 앞으로의 시대는 어떠한 가능성이 열려있는지 확언할 수 없다.

이러한 '제3의 스타트업'들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원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첫째, 평가 기준의 다양화를 통한 발굴과 육성, 지원이다. 매출 성장률이나 기술 혁신도 보다는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 지역 자원의 활용도, 지속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둘째, 지원 방식의 유연화다. 대규모 자금 지원보다는 네트워킹 기회 제공, 멘토링 연결, 협업 공간 제공 등이 이들에게는 더 유용할 수 있다. 특히 지역 내 다양한 주체들과의 협력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성공 모델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유니콘 기업이나 대규모 투자 유치가 아니더라도,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해 지속적인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가치를 높이는 기업들을 성공 모델로 인정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연결자' 역할의 중요성이다. 지역 대학, 지자체, 시민단체들이 이런 기업들과 지역 사회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 창업지원 정책이 보다 포용적이고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되고, 창업가들이 주도적으로 창업커뮤니티를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지역은 기술 혁신만큼이나 중요한 '지역 혁신'의 새로운 시민 창업가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신세계, 가정의 달 맞이 푸드트럭 '부릉부릉'
  2. 대전 헤레디움 '이봉 랑베르: 예술가의 곁에서'展
  3. 대전 괴정동 옛 예지중고 건물서 불… 15분 만에 진화
  4. 재선 도전 김태흠 충남도지사, "4년 동안 성과, 도민들이 판단할 것"
  5. 대전과학기술대, 지역 스포츠·헬스케어 인재 양성 장학금 기탁식
  1. 5차 석유 최고가격제 또 동결
  2. 대전 검정고시 891명 합격… 초등 합격률 98%
  3. 한밭새마을금고, 어버이날 특식 지원 활동 후원
  4. 이병학 충남교육감 예비후보, "충남교육의 공정성과 기본을 바로 세울 것"
  5. "반드시 성과로 증명할 것"…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 재선 출마 공식 선언

헤드라인 뉴스


서산교통, 공용버스터미널 인근 인사 사고, 공식 사과

서산교통, 공용버스터미널 인근 인사 사고, 공식 사과

서산교통(대표이사 안광헌)이 7일 서산공용버스터미널 인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와 관련해 시민들에게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 안전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번 사고는 7일 오전 10시께 서산시 동문동 서산공용버스터미널 앞 도로에서 발생했으며, 길을 건너던 80대 보행자가 시내버스 차량에 치여 관내 중앙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과 관계기관은 사고 운전자 진술과 CCTV,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날 사고 발생 이후 서산지역사회에서는 터미널..

전 세계 초능력 히어로 국립중앙과학관 집결… `비밀 신입 요원` 모집
전 세계 초능력 히어로 국립중앙과학관 집결… '비밀 신입 요원' 모집

전 세계 초능력 히어로 캐릭터가 대전에 자리한 국립중앙과학관에 모여 비밀 신입 요원을 모집한다. 하반기 '초능력 비밀 아카데미' 개관에 앞서 국민 관심을 모으기 위한 이벤트다. 국립중앙과학관은 16~17일 과학관 사이언스터널에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이색 과학 축제 '초능력 히어로 박람회: 비밀 아카데미 신입 요원 모집'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하반기 창의나래관에 선보이는 '초능력 비밀 아카데미'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새로운 비밀 요원을 모집하고 훈련시킨다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관람객은 초능력과..

"국힘, 반쪽 공청회 책임져라" 지역사회 거센 비판
"국힘, 반쪽 공청회 책임져라" 지역사회 거센 비판

국회 행정수도특별법 공청회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것을 두고,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의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법안 공동발의에 참여한 가운데, 이미 개최가 합의된 논의의 장에 집단 불참한 것은 사실상 공청회를 무력화하고, 행정수도특별법 추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인식에서다. 특히 공청회 자체가 법안 처리의 분수령으로 평가받았던 만큼, 국회 논의 동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43개 전국·세종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행정수도특별법 제정 범시민대책위원회(가칭)는 8일 오전 '행정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작은 지구촌에서 즐기는 세계인 어울림 대축제 작은 지구촌에서 즐기는 세계인 어울림 대축제

  • 5차 석유 최고가격제 또 동결 5차 석유 최고가격제 또 동결

  • 유성온천 문화축제 준비 ‘이상무’ 유성온천 문화축제 준비 ‘이상무’

  • ‘공정선거 함께해요’ ‘공정선거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