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전쟁 같은 육아, 그럼에도 아이는 행복이다

  • 정치/행정
  • 대전

[세상속으로]전쟁 같은 육아, 그럼에도 아이는 행복이다

박지숙 대전고용센터 팀장

  • 승인 2025-09-08 17:00
  • 신문게재 2025-09-09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박지숙 대전고용센터 팀장1
박지숙 대전고용센터 팀장
아침마다 아이를 깨워 옷을 입히고 급히 가방을 챙긴다. 아침밥은 겨우 한 숟갈을 먹이고 서둘러 현관문을 나선다. 출근길 어린이집 앞에서 손을 흔들던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지만, 사무실에 들어서면 쏟아지는 일에 정신이 쏠린다. 퇴근길도 다르지 않다. 집에 돌아와 저녁 준비를 하고 아이 숙제를 봐주다 보면 밤 9시가 넘는다. 책 한 장 읽어주다 아이와 함께 잠드는 게 하루의 끝이다.

아이들이 훌쩍 커버린 지금, 함께 할 수 있었던 수많은 순간들을 바쁜 일상 속에서 놓쳤다는 아쉬움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 필자의 육아가 한창이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유연근무제가 있었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직원은 거의 없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도입조차 되지 않았고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에는 사회적 환경이 매우 열악했다.

육아는 끝없는 체력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고된 일이지만, 그 안에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아이를 통해 책임과 기다림, 포용을 배우고, 그 과정을 거치며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 아이가 자라는 시간 속에서 부모도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아빠들의 육아 참여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맞벌이 부부로 두 아들을 키우며 아내의 경력 단절을 안타까워하던 아빠는 10시부터 17시까지 자녀돌봄근무제를 활용해 아이 등하원을 맡았다. 인사상 불이익이 걱정됐지만 이미 여러 직원이 제도를 사용하고 있어 주저없이 신청했다. 그 덕분에 아내는 다시 사회로 복귀해 경력을 이어 갈 수 있었다.



또 다른 아빠는 아이가 영유아기를 지나 유년기에 접어든 시점에 육아휴직을 결단했다. 직장에서 중요한 시기였지만, 7살 9살 두 아들이 하루 10시간을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며 편의점 음식으로 생활하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었다. 아빠와 함께 바둑을 두고 햇볕 아래서 공을 주고 받는 동안 아이들의 마음은 튼튼해져갔다. 아빠는 아이를 키우기 시작한 일이 자신을 성장시켰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한 아빠의 용기는 직장 내 다른 아빠의 육아휴직제도 참여로 이어졌다.

위 사례는 육아가 더 이상 여성만의 몫이 아니며, 최근 아빠 육아휴직이 점차 늘어나며 직장의 문화도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몇 년 사이 부모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시차출퇴근제,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지원, 대체인력 지원금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2025년부터는 부모 각각 1년 6개월의 육아휴직이 가능해졌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시 급여 지원 상한도 인상됐다. 남성 육아휴직 인센티브와 대체인력 지원금 확대는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육아기 유연근무 제도 이용 건수는 1,474명으로 전년도 516명에 비해 약 3배 수준으로 증가했으며,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이를 활용해 육아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사회적으로 더 존중받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이기도 하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아이 양육은 더 이상 부모 개인의 몫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나누어야 할 과제이다. 중국의 "아이 하나를 바르게 키우는 것은 천 가정을 일으키는 것보다 낫다"는 격언과 서양의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값진 시간 투자는 없다"는 속담에서 전해 오듯이 육아는 그 자체로 큰 가치이자 사회 전체의 희망이다.

아무리 제도가 좋아져도 육아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육아를 때론 전쟁 같다라고도 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행복이다"라는 한 부모의 말처럼 아이가 보여주는 웃음, "사랑해"라는 말 한마디, 내 손을 꼭 잡아주던 따뜻함, 고요하게 잠든 얼굴은 모든 고단함을 잊게 만든다. 아이는 우리에게 가장 크고 빛나는 행복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셔츠에 흰 운동화차림' 천태산 실종 열흘째 '위기감'…구조까지 시간이
  2. 노노갈등 논란에 항우연 1노조도 "우주항공청, 성과급 체계 개편 추진해야"
  3. ['충'분히 '남'다른 충남 직업계고] 홍성공업고, 산학 결합 실무중심 교육 '현장형 스마트 기술인' 양성
  4. 대전 중구, 국공립어린이집 위·수탁 협약식 개최
  5. 충청권 국립대·부속병원·시도교육청 23일 국정감사
  1. '충남 1호 영업사원' 김태흠 충남지사, 23일부터 일본 출장
  2. 한화이글스 우승 기원 이벤트
  3. 대전관평초 '학교도서관 운영 유공' 국무총리 표창
  4.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5. [2025 국감] 대전국세청 가업승계 제도 실효성 높여야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KAIST 국내 최대 양자팹 구축 착수

대전시-KAIST 국내 최대 양자팹 구축 착수

국내 최대 규모 '개방형 양자공정 인프라'(이하 개방형 양자팹) 구축에 대전시와 KAIST가 나섰다. 대전시와 KAIST는 23일 이장우 대전시장과 KAIST 이광형 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KAIST 본원에서 '개방형 양자팹 구축 및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양자 산업화 시대를 대비한 필수 기반 시설인 '개방형 양자팹' 구축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마련됐다. KAIST '개방형 양자팹' 구축사업은 국내 최대 규모의 첨단 양자팹 건립과 양자 인프라 시설 및 장비 구축을 포함한 사업으로, 2031년까지 국비 2..

개물림 피했으나 맹견 사육허가제 부실관리 여전…허가주소와 사육장소 달라
개물림 피했으나 맹견 사육허가제 부실관리 여전…허가주소와 사육장소 달라

대전에서 맹견 핏불테리어가 목줄을 끊고 탈출해 대전시가 시민들에게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한 사건에서 견주가 동물보호법을 지키지 않은 정황이 여럿 확인됐다. 담장도 없는 열린 마당에 목줄만 채웠고, 탈출 사실을 파악하고도 최소 6시간 지나서야 신고했다. 맹견사육을 유성구에 허가받고 실제로는 대덕구에서 사육됐는데, 허가 주소지와 실제 사육 장소가 다를 때 지자체의 맹견 안전점검에 공백이 발생하는 행정적 문제도 드러났다. 22일 오후 6시께 대전 대덕구 삼정동에서 맹견 핏불테리어가 사육 장소를 탈출해 행방을 찾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 재난..

[2025 국감] 적자에 차입금 부담만 커져… 충남대병원 재정문제 도마 위
[2025 국감] 적자에 차입금 부담만 커져… 충남대병원 재정문제 도마 위

차입금 부담만 수천억 원에 달하는 충남대병원의 누적 적자액이 1300억 원이 넘고 재원 환자도 줄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국회 교육위원회가 23일 충북대에서 연 충남대·충북대·부속 병원 국정감사에서다. 이날 오전 피감기관 대표로 조강희 충남대병원장과 김원섭 충북대병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문정복(더불어민주당·경기 시흥갑) 의원은 "누적적자가 충남대병원은 1374억 원, 충북대병원은 1173억 원"이라며 "독립 재산제로 운영되는 국립대병원에서 차입금 상환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따져 물었다. 최근 3년간 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 한화이글스 우승 기원 이벤트 한화이글스 우승 기원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