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22강 유언비어(流言蜚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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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22강 유언비어(流言蜚語)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5-10-22 14:05
  • 수정 2025-10-22 14:0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222강 流言蜚語(유언비어):물처럼 흐르고 벌레처럼 기어다니는 말(아무 근거 없이 널리 퍼진 소문)

글자 : 流(흐를 유/류) 言(말씀 언) 蜚(바퀴벌레 비) 語(말씀 어)



출처 : 司馬遷(사마천)의 史記(사기)

비유 :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는 근거 없는 소문이나 뜬소문(선거 때나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혼란을 조장할 목적으로 유포되는 경우가 많음.)



요즈음 언론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사회적 뉴스를 접할 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내용들이 많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가짜 뉴스들이 홍수처럼 밀려다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인을 비방하거나 모함하는 수준으로 사용되던 유언비어가 이제는 정치적으로 번져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실정에 까지 이르렀다.

그 한 예로 이명박정부 때 미국에서 수입되는 소고기에 대한 광우병의 유언비어(流言蜚語)가 결국 정권을 바꾸는 목소리의 시작이었고, 목적을 달성한 이후 광우병이란 말은 우리 주변에서 거의 사라졌다. 정권을 노려 민중을 현혹하여 정권을 갈취한 커다란 유언비어임에 틀림없다. 그 후 유어비어를 유포한 그들은 광우병 유언비어에 대한 사과나 잘못되었음을 자인한 바가 없었다.

또 한 번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선 오염수가 우리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유언비어가 외교의 불신마저 불러오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까지 경험했다. 이들 또한 여지껏 그 행동에 대하여 침묵하고 있다.

유언비어는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처럼 순식간에 퍼진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사실을 확인해 보지도 않은 채 덮어놓고 믿는다.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이 드러나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유언비어는 사악(邪惡)하여.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며, 사회적 불안과 혼란을 부추기고. 그 앞에선 진실도 사라진다. 이는 영혼을 갉아 먹히는 이유로, 때론 사람을 죽이거나 큰 피해를 입히는 등 그 폐해가 극심하다. 유언비어가 쉽게 떠도는 사회는 병든 사회라 할 수 있다. 전한(前漢) 경제(景帝) 때 사람 두영은 태후의 조카이자 대장군 지위에 있는 실력자로서 각지의 반란을 진압한 공으로 위기후(魏其侯)의 관작까지 받아 조정 대신들이 모두 그의 앞에서 굽신거렸다. 이때 전분(田粉)이란 간신은 미미한 출신으로서 처음에는 두영의 집에 들락거리며 아첨을 일삼았으나, 그의 누이가 황후가 되는 바람에 벼락출세하여 태중대부(太中大夫)라는 높은 벼슬에 올랐다. 거기다 경제가 죽고 무제(武帝)가 즉위한 후에는 무안후(武安侯)에 봉해져 그 권세는 오히려 두영 장군을 능가하게 되었다. 따라서 예전에는 두영 앞에서 아부하던 많은 고관대작(高官大爵) 들이 이번에는 전분(田粉)한테 몽땅 달라붙어 갖은 아첨을 떨었다.

"이런 몹쓸 인간들 같으니!"

당시 강직하고 호걸풍인 장군 관부(灌夫)는 그런 꼴을 보다못해 분노를 토했다. 어느 날 전분이 연(燕)나라 왕의 딸을 첩실로 들이게 되어 그의 집에서 성대한 잔치가 벌어졌을 때. 두영과 관부 역시 예의상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자리에서 전분이 잔을 쳐들며 술을 권했을 때는 모두 엎드려 축하와 감사를 표하면서, 두영이 전분을 축하하는 의미로 건배를 제의했을 때는 대부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평소부터 심사가 꼬여 있던 관부는 잔을 들고 전분 앞에 걸어가 직접 건배를 제의했다. 그러나 전분은 '이미 많이 마셨다'는 핑계로 그 건배를 받지 않았다. 이에 화가 난 관부는 잔을 내동댕이치며 외쳤다. "어찌 이렇게 무례할 수가 있단 말이냐!"

그 바람에 잔치는 엉망이 되었다. 두영은 관부를 달래어 돌아가도록 했으나, 분노한 전분이 관부를 붙잡아 투옥해 버렸다. 이에 두영은 집에 돌아가자마자 황제에게 상소를 올렸다.

"관부는 나라를 위해 세운 공이 큰 장군입니다. 무안후의 집에서 있었던 소란은 예도(禮道)에 크게 어긋난 사람들에게 발단의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도 무안후는 개인감정으로 관부를 포박한 것입니다."

이 일이 왕태후의 귀에 들어가자, 그녀는 발끈해서 아들인 무제를 찾아가 따졌다.

"가당찮은 놈들이 이 어미와 내 집안을 욕보이려고 하는데, 성상(聖上)께서는 뒷짐을 지고 구경만 하겠다는 것이오?"

입장이 곤란해진 무제는 하는 수 없이 형식적인 탄핵 절차를 밟아 두영을 '주군기망죄(主君欺罔罪)'로 투옥해 버렸다. 이에 전분 일파로 꽉 찬 조정은 왕태후의 입김에 따라 두영에게 '유조위조죄(遺詔僞造罪/임금의 말씀을 속인 죄)'를 뒤집어씌운 것이다. 그것은 사형을 도저히 모면할 수 없는 중죄에 해당되었다.

"아하, 세상 이치가 어찌 이다지도 비정하단 말인가!"

두영은 자기 가슴을 쥐어뜯으면서 탄식해 마지않았다. 더구나 자기를 알아주던 유일한 친구인 관부가 가족들 모두와 함께 처형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 삶에 대한 의지를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 두영은 일체의 식사를 거절한 채 죽기만을 기다렸는데, 어느 날 옥리가 가만히 귀띔해 주었다.

"내년 여름이 되면 특별 사면이 실시된다고 합니다. 그때까지만 참고 견디십시오."

그 말을 들은 두영은 마음을 돌리고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 무렵 장안성 안에 이런 '유언비어'가 떠돌았다.

"두영은 옥중에서도 반성은 커녕 천자를 헐뜯는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말할 것도 없이 전분 일당이 꾸며낸 유언비어였지만, 소문을 들은 무제는 몹시 노하여 두영을 사형(死刑)에 처했다.

말은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너만 알고 있어!"가 유언비어가 되어 친한 사이가 원수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특히 다른 사람을 이야기할 때는 생각과 조심을 더 해야 한다.

口是傷人斧 言是割舌刀 閉口深藏舌 安身處處牢(구시상인부 언시할설도 폐구심장설 안신처처뢰)/입(口)은 사람을 상하게 하는 도끼요, 말은 혀를 베는 칼이니 입을 막고 혀를 깊이 감추면 자신의 안전을 굳게 지킬 수 있다. 명심보감 교훈의 한 구절이다.

한평생을 살면서 남을 칭찬만 해도 다 못하는 세상인데, 비방하고 모함하는 유언비어는 악인(惡人)만이 즐기는 이상한 취미가 아닐까?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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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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