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물로 본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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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물로 본 중국

김덕균 중국산동사범대학 한국학연구소장

  • 승인 2025-11-30 16:38
  • 신문게재 2025-12-01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김덕균
김덕균 소장
지금부터 대략 30년 전 그때도 산동사범대학 교수로 있을 때의 일이다. 주말이면 주변 지인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제남시 북쪽에 흐르는 황하를 찾아 휴식을 즐기곤 했다. 교과서에서만 접하던 황하를 처음 본 순간, '에계계'란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황하의 물줄기는 참으로 초라한 모습이었다. 지금은 준설공사와 곳곳에 보를 설치한 까닭에 수량이 풍부하지만, 그때만 해도 늦가을에서 봄 사이 갈수기에는 비록 강폭은 넓어도 흐르는 물은 작은 하천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고 여름철 강수량이 많은 것도 아니기에 제남의 황하는 늘 졸졸졸 흐르는 하천과도 같았다.

여름 장마철, 아주 간혹 특별히 비가 많이 내리기라도 하면 쉽게 범람하는 것도 황하였다. 자주는 아니어도 언제 어떻게 범람할지 모르는 변화무쌍한 강이 황하였기에 지도상의 황하는 그때그때 위치가 달랐다. 오랜 세월 진한 황톳물이 퇴적물로 쌓이면서 강 수위는 주변 지대보다 높아졌고, 비가 조금만 내려도 홍수위험은 매우 높았다. 비가 많은 지역이라면 애당초 홍수 대비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겠지만, 비가 워낙 적은 지역이라 홍수대비 시설이 부족한 까닭에 홍수에 오히려 취약했다. 그래서 자주는 아니어도 아주 간혹 황하가 넘치기라도 하면 평원지대는 온통 물바다가 됐다. 그래도 홍수보다는 갈수기의 물 부족이 더 큰 문제였다.



반면 강수량이 풍부한 남쪽의 장강 유역은 삼협댐과 같은 홍수조절 시설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해마다 여름만 되면 물난리를 반복했던 지역이다. 요즘 수리시설이 곳곳에 들어섰으니 망정이지 옛날 수리시설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오죽했겠는가. 이를 해결하려는 역대 지도자들의 몸부림 또한 대단했다. 우임금 같은 전설적 지도자는 성공적인 치수덕분에 최고 자리에 까지 올랐다. 수나라는 장강의 풍부한 물줄기와 척박한 황하를 연결하려는 운하건설을 시도했고, 여기에 너무 많은 공력을 들인 까닭에 나라가 망하기도 했다. 덕분에 당나라를 비롯한 이후 들어선 왕조들이 그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역사 속에서도 밥하는 사람과 밥 먹는 사람은 따로 있었던 셈이다.

이렇듯 풍부한 물줄기의 장강과 메마른 황하의 특징이 강과 하의 개념으로 자리했고, '남강북하(南江北河)'란 말이 나왔다. 둘 다 6천, 5천 킬로 이상의 엄청난 물줄기를 자랑하지만, 흐르는 수량이 달랐기 때문에 강은 큰 물줄기, 하는 작은 물줄기, 곧 하천의 뜻이 됐다. 물론 이것은 옛날을 기준한 것이고, 지금처럼 수량이 늘어난 황하의 모습을 보면 맞는 것은 아니다. 강과 하의 개념이 이렇게 정립되면서, 북쪽에 있는 강들의 이름엔 규모와 관계없이 해하(海河), 요하(遼河)처럼 하가 붙었고, 남쪽에서는 한강(漢江), 주강(珠江), 상강(湘江)처럼 강이 붙었다.



그리고 장강과 황하의 중간지대에 흐르는 강들 이름은 수(水)라고 했다. 수수(洙水), 사수(泗水), 회수(淮水), 위수(渭水), 낙수(洛水) 등인데, 이들 지역에서 중국의 주요문화와 사상이 나오고, 정치 행정의 중심이 됐다. 수수와 사수에서 춘추전국시대 공맹유학사상이 나왔고, 회수는 중국의 중심부임을 증명하는 여러 이야기들이 회자되었다. 회수 남쪽에서 자라는 귤나무를 회수 북쪽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속담이 대표적이고, 난방시설의 유무도 회수가 기준이다. 농작물도 회남에서는 쌀을, 회북에서는 밀을 주로 재배한다고 하며 회수가 중국의 중심부임을 증명했다. 위수는 주나라이후 당나라까지 도읍이 있던 관중과 장안이 있는 지역이고, 낙수는 중국 최초의 글자 갑골문과 '주역(周易)'의 기원이 된 낙서(洛書)가 발견된 지역이자 대제국을 건설한 한나라의 수도가 근처에 있다.

그러고 보면 중국문명은 북으로 하(河), 남으로 강(江)이 있고, 그 중간에 수(水)가 있어서 대부분의 문명과 문화가 여기서 나왔다. 또 이들 물줄기가 문화문명의 경계선을 이루었으니, 중국의 물을 '남강북하'로 말하기보다는 거기에 '중수(中水)'를 더해 '남강북하중수'라 함이 더 맞을 듯하다.

/김덕균 중국산동사범대학 한국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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