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동물보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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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동물보다 사람

  • 승인 2025-12-18 17:05
  • 신문게재 2025-12-19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정연헌-변호사
정연헌 변호사
나는 어린 시절 소, 돼지, 닭, 개, 토끼와 함께 살았다. 그들은 모두 가축이었다. 송아지가 조금 자라면 코뚜레를 하고 밭에 나가 쟁기질을 배웠고, 닭은 알을 낳기 위해 닭장에 들어앉았다. 강아지는 학교에서 돌아온 나를 반갑게 맞아주며 들과 산을 함께 뛰놀던 친구였지만, 이들은 결국 장날이면 팔려가거나 밥상에 오르곤 했다. 당시에는 그들이 가축에 불과했기에 어린 마음에도 상처가 크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며 우리 사회는 선진국으로 발전했고, 동물의 지위도 크게 달라졌다. 강아지는 가축에서 반려동물로, 이제는 또 하나의 가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권이 신장된 만큼 동물권도 두터워졌다. 1991년 제정된 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 행위를 2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데 그쳤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법은 최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되었다. 보호 범위도 포유류와 조류에서 파충류·양서류·어류까지 확대되었으며, 학대 행위의 유형도 세분화되었다. 실제로 경기도에서 발생한 길고양이 학대 사건에서는 징역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되기도 하였다. 이는 동물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처벌 강도가 점차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4년,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의 간청에 못 이겨 푸들 강아지를 입양했다. 이름은 '초코'. 대소변 가리기, 앉아·일어서·기다려 등을 가르치고 나니 훌륭한 가족의 일원이 되었다. 초코가 있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아들들이 사춘기에 접어들어도 방을 걸어 잠그지 않는 것이었다. 문을 닫아 놓으면 초코가 가서 방문을 긁어대니 결국 열어둘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열린 공간에서 화목하게 지낼 수 있었다. 강아지는 대소변만 가려도 칭찬을 받는다. 그러나 아들들은 나이가 들수록 칭찬받는 횟수가 줄어든다. 나는 초코를 보며 아들들에게도 기대 수준을 낮추어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칭찬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가족 관계는 원만하게 유지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나에게 강아지는 강아지일 뿐, 가족이나 반려자의 반열에 오른 것 같지는 않다. 강아지가 사람에게 무조건적인 애정을 주고 끝없는 스킨십으로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줄여주며 정서적 안정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식이 태어나 울고, 웃고, 뒤집고, 기고, 일어서고, 걷고, 말하게 되면서 주는 기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식이 성장하며 인격적으로 독립해 나가고, 성인이 되어 동등한 인격체로서 갈등과 사랑을 나누며 정을 쌓는다. 이런 관계는 한낱 강아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키우며 험한 인생을 헤쳐가는 배우자, 인생의 많은 부분을 함께 한 친구들처럼 서로 독립적이고 동등한 관계에서야 '가족'이나 '반려'라는 말이 어울린다. 자식을 낳는 대신 강아지를 키우고, 친구를 만나는 대신 강아지와 놀다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깊은 정과 사랑을 잃을지도 모른다.

물론 동물은 약자다. 약자를 존중하는 사회는 성숙한 사회다. 그러나 그 존중이 지나쳐 사람보다 동물이 더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에는 동물권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사람 사이의 폭력이나 언어적 학대에는 무덤덤해지는 모습도 보인다. 동물학대범이 사회적 지탄을 받는 만큼, 사람을 향한 폭력도 결코 가볍게 다뤄져서는 안 된다.

동물권과 인권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다만 균형이 필요하다. 동물에게는 보호와 배려를, 사람에게는 존중과 사랑을. 그 균형이 무너질 때 사회는 왜곡된다. 동물학대에 공분을 표하면서도 사람에 대한 학대에는 무심하다면, 그것은 진정한 정의가 아니다.

결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사람 중심'이다. 동물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정서적 안정을 주는 소중한 존재다. 그러나 인간만이 서로를 동등하게 존중하며 갈등과 화해를 통해 성숙해가는 존재다. 동물을 사랑하되, 사람을 더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정연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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