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보안의 경고, 이제는 '행동(A.C.T)'할 때다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보안의 경고, 이제는 '행동(A.C.T)'할 때다

진승헌 ETRI 인공지능데이터보안연구실 책임연구원

  • 승인 2026-01-08 15:39
  • 신문게재 2026-01-09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60108092956
진승헌 ETRI 인공지능데이터보안연구실 책임연구원
2025년은 대한민국 사이버 보안 역사에 있어 수많은 도전과 과제를 남긴 한 해였다. 연초부터 주요 인프라 전반에서 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매달 잇따랐다. 해커의 공격이 고도화된 것은 사실이나, 본질적인 문제는 기술 격차가 아닌 지켜지지 않은 '보안의 기본'에 있었다. 디지털 신뢰의 근간이 방치된 기초 위에서 흔들린 것이다. "내 정보는 이미 공공재"라는 사람들의 자조 섞인 탄식은 정부와 기업의 위기 대응 체계가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주는 서글픈 증거다. 사고의 양상은 제각각이었으나, 그 근본 원인은 놀라울 만큼 단순하고 동일했다. '설마'라는 안일함, 누적된 기술 부채, 그리고 관리의 사각지대였다. 2025년의 사건들은 해커가 얼마나 정교해졌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기본을 놓치고 있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특히 '국가 신경망'인 통신 분야의 사고는 이러한 총체적 난국을 보여주었다. 통신사 A는 핵심 시스템의 비밀번호를 평문으로 저장하는 등 초보적인 관리 수칙조차 무시해 침투를 허용했다. 통신사 B는 수많은 펨토셀 장비가 사실상 만능키나 다름없는 '단일 인증서'에 의존하는 설계상의 안일함이 드러났다. 기초적인 키 관리 원칙만 지켰어도 막을 수 있었던 구조적 결함이었다. 통신사 C의 경우, 사고 자체보다 불투명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불투명한 소통과 증거 보전 실패는 기술적 피해를 넘어 경영적 신뢰를 무너뜨렸다. 결국 통신 인프라는 인증 실패와 은폐라는 '기본기 부재' 탓에 뿌리째 흔들렸다. 금융과 전자상거래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금융권은 이미 알려진 취약점 패치를 미루는 등 기초적인 '보안 수칙'을 방치해 화를 키웠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퇴직자의 서명키(Signing Key) 회수 절차에 허점이 드러나, 방치된 내부 권한이 외부 공격의 교두보로 악용되었다. 이는 최신 솔루션 도입보다 취약점과 계정을 빈틈없이 통제하는 '철저한 운영 관리'가 선행돼야 함을 시사한다.

보안이 기술과 관리의 문제라면, 사고 대응은 기업의 '태도와 신뢰'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지난 1년간 대중이 진정으로 분노한 것은 해킹 피해 그 자체가 아니었다. 오히려 사고를 축소하거나 뒤늦게 알리며 책임을 피하려던 일부 조직의 무책임한 모습이었다. 결국 위기 앞에서의 은폐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경영상의 재앙이 된다.

무너진 디지털 신뢰를 다시 세우기 위해, 필자는 2026년 기업 경영진과 보안 조직이 '다시 기본으로(Back to Basics)' 돌아가 즉각 실행해야 할 'A.C.T 전략'을 제안한다.

첫째, Authentication Integrity(인증 무결성)다. 한 번의 침투로 망 전체가 위태로워지는 취약한 공용 키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기와 사용자별 고유 식별 체계를 구축하고, 접속 시마다 신원을 재검증하는 '제로 트러스트' 모델을 보안의 새로운 상식으로 확립해야 한다. 둘째, Comprehensive Visibility(포괄적 가시성)다. 지켜야 할 자산을 모르면 어떤 방어 전략도 무용지물이다. 경계 보안을 넘어 코어망, 단말, 클라우드 등 전 영역의 자산 현황을 실시간 파악하고, 모든 이벤트를 통합 분석하는 강력한 '보안의 눈'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셋째, Transparency & Traceability(투명성과 추적성)다. 위기 시 정보 공유는 도덕적 의무를 넘어 기업의 핵심 생존 전략이다. 위변조가 불가능한 기록 관리와 신속하고 정직한 정보 공개만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안전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다.

해커의 창은 인공지능으로 무장해 날로 정교해지는데, 우리의 방패는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채 위태롭게 서 있다. 2025년의 사고가 단순한 비용 처리가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되려면,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다. 안일한 관행을 도려내는 처절한 혁신과 기본의 회복, 그리고 생존을 위한 즉각적이고 결단력 있는 행동(ACT)뿐이다. 진승헌 ETRI 인공지능데이터보안연구실 책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송언석 "이재명 대통령 표 무효 처리돼야"
  2. 대전 찾은 송언석 “李 대통령 투표용지 노출 의혹…비밀투표 원칙 훼손”
  3. 문봉길 충남선관위원장, 사전투표 현장점검
  4. 한국스마트혁신기업가협회, 5월 가정의달 기념 인문학 특강 성료
  5. 대청병원, KB라이프파트너스 HO&F지사 업무협약 체결
  1. [세종시 동네 공약 해부] 어진·나성 표심 가를 핵심은… “문화·상권 활성화” vs “교육·정주환경 개선”
  2. 6·3 지선 사전투표 첫날 마감…대전 10.75%·세종 12.52%·충남 11.46%·충북 11.93%
  3. 장철민, 조상호 지원 사격 "세종의 새 미래 그려나갈 적임자"
  4. 소진공, 법률자문 등으로 폐업 경영위기 소상공인 법률지원 강화
  5. 박수현 "민선8기 성과 등 지적, 충남 현주소 파악하기 위한 발언"

헤드라인 뉴스


[드림인대전] 바이올린 소녀! 대전에서 인생 2막 링을 흔들다

[드림인대전] 바이올린 소녀! 대전에서 인생 2막 링을 흔들다

조금 전까지 링 위에서 매서운 주먹을 날렸던 아웃파이터가 인터뷰 자리에 앉자 영락없는 24살 청춘으로 돌아왔다. 대전시체육회 소속의 복싱 선수 서연주(24)씨 이야기다. 링 아래에선 대전의 유명 빵집 이야기로 눈을 반짝이지만, 링 위에만 서면 무대를 평정하는 독보적인 정상급 테크니션으로 변신한다.국내 여자 아마 복싱 선수는 아직은 저변이 얇다. 타 종목에서 전향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은 편이다. 서연주 선수 역시 태권도를 하다 전향한 케이스다. 출발은 늦었음에도 성장 속도는 매섭다. 태권도로 다져진 유연하고 빠른 스텝은 복싱에 그대로..

프랜차이즈 카페마다 말차라떼·밀크티 카페인 함량 최대 `4배`
프랜차이즈 카페마다 말차라떼·밀크티 카페인 함량 최대 '4배'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판매 중인 말차라떼와 밀크티 카페인 함량이 업체별로 최대 4배 차이가 벌어지는 조사가 나왔다. 2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카페 6개 브랜드의 말차·녹차라떼 6종과 밀크티 6종 등 총 12개 차음료를 대상으로 품질과 안전성, 가격 등을 비교한 결과 카페인 함량은 1잔 기준 45~172mg였다. 제품 간 최대 4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우선 말차·녹차라떼 중에선 빽다방 말차라떼가 93mg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스타벅스 제주 말차 라떼 81mg, 이디야 커피 말차라떼 70mg, 컴포즈커피 그린..

`경비실이 빈소가 됐다`, 서산 경비노동자 사망에 노동계 강력 규탄
'경비실이 빈소가 됐다', 서산 경비노동자 사망에 노동계 강력 규탄

서산지역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70대 경비노동자가 경비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예고된 사회적 참사"라며 서산시와 고용노동부를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서산태안위원회와 노동시민사회단체는 28일 공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또 한 명의 고령 경비노동자가 차가운 경비실 바닥에서 생을 마감했다"며 "언제까지 경비실을 노동자의 빈소로 방치할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들은 26일 새벽 서산의 한 아파트 경비실에서 휴식 중이던 70대 경비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열악한 노동환경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소중한 한표 행사하는 시민들 소중한 한표 행사하는 시민들

  • 사전투표하는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사전투표하는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 지방선거 후보자들과 함께 투표하는 박용갑 국회의원 지방선거 후보자들과 함께 투표하는 박용갑 국회의원

  • 사전투표소 설치 사전투표소 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