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대전충남 행정통합 시대, 문화 공공기관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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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대전충남 행정통합 시대, 문화 공공기관의 역할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교수

  • 승인 2026-02-18 15:20
  • 신문게재 2026-02-19 19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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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성 단국대 교수
대전과 충남의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통합을 지역 발전의 전략이 아니라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접근하고 있으며, 찬반 논쟁은 지역주민 간 갈라치기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통합의 본래 목적을 흐리고 지역사회의 피로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행정통합은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중대한 선택이다. 따라서 정치적 계산을 넘어서는 사회적 상상력과 문화적 비전이 필요하며, 그 중심에는 문화 공공기관과 민간문화기구가 서야 한다.

행정통합이 제도적으로 완료된다 해도 시민이 체감하는 통합은 정서적·문화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국내에서도 통합 이후 오히려 갈등이 심화된 사례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통합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의 광역형 기초자치단체를 표방했던 창원·마산·진해의 통합 사례이다. 이 지역은 행정구역은 하나로 합쳐졌으나, 통합 직후 청사 위치 논쟁, 예산 분배 갈등, 지역 간 상대적 박탈감 등이 심화되면서 사회적 갈등이 지속되었다. 소지역주의는 약화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되었고, 시민들은 "행정만 합쳐졌지 마음은 하나 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 사례는 제도가 통합을 강제해도 주민의 정서와 문화가 따라가지 않으면 실질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문화 공공기관의 전략적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그동안 지역의 문화재단들은 "독립성과 자율성"을 표방해 왔지만 실제로는 행정의 하부조직으로 기능하며, 상급 기관의 지시에 따른 소극적 행정을 지속해 왔다. 문화정책을 선도하기보다 예산 집행 기관으로 전락했고, 지역 예술인들에게는 창의성과 실험성을 지원하기보다는 "눈치 보는 기관"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행정 통합의 시기는 이러한 한계를 해소할 절호의 기회이며, 문화행정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회복해야 할 결정적 전환점이다.

대전문화재단과 충남문화관광재단은 통합 시대의 새로운 문화정책 구조를 설계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공동 문화정책 협의체를 구성하고, 통합 문화비전과 광역문화 생태계를 마련하는 것은 두 기관이 맡을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과제다. 또한 정치적 논쟁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적·전문적 입장에서, 통합의 방향성과 문화적 가치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도 요구된다.

문화 공공기관은 주민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정서적 통합을 촉진하는 실천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공동축제, 예술교류, 청년문화 프로젝트, 문화예술교육의 광역 협력은 주민 간 상호 이해를 넓히고 지역 간 문화 격차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경험적 통합은 정치적 논쟁으로 생긴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시민이 스스로 통합의 주체로 참여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동력이다.

민간문화기구의 역할 또한 그 중요성이 결코 작지 않다. 예술가, 생활문화 공동체, 시민문화단체 등은 정치적 프레임보다 시민의 삶에 기반한 통합의 방식을 제안할 수 있는 주체이다. 이들의 창작 활동과 교류 프로젝트는 지역의 이야기를 재해석하고, 대전과 충남의 정서적 간극을 메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민간부문의 자발적 협력은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균형과 소외 문제를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민주적 장치가 될 수 있다.

결국 행정통합의 성패는 제도의 재편보다 문화적 통합의 완성도에 달려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통합을 흔드는 지금, 문화 공공기관은 자율성과 전문성을 회복해야 하며, 민간문화기구는 시민 중심의 통합 공동체 형성을 이끌어야 한다. 창원·마산·진해의 사례는 통합이 선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문화적 기반과 정서적 공감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갈등이 지속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대전과 충남은 이러한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문화가 주도하는 통합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통합, 그리고 새로운 지역 공동체를 여는 가장 현명한 방식일 것이다.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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