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질문과 답변 사이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질문과 답변 사이

양홍석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장

  • 승인 2026-03-05 16:46
  • 신문게재 2026-03-06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양홍석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장
양홍석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장
"당신은 질문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답변하는 사람인가?" 뜬금없는 질문이겠지만 이번 기회에 곱씹어보자. 필자는 원래 질문을 잘못한다. 아니, 그런 용기도 부족하다. 단순한 궁금증조차 '괜히 질문 잘못해서 욕만 먹는거 아닐까' 하는 회피 본능이 발동해 질문 자체를 스스로 삭제해왔다. 이런 경향은 과거 권위적인 교육 환경의 영향도 컸다. 질문이란 당연히 없어야 하고, 모르면 외워서라도 알아야 했던 시절을 지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질문은 호기심의 표현이 아니라 무능의 증거와 가능한 한 피해야 할 것으로 각인되어 있다.

반면에 답변의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다. 수치로 분석해보면 90%이상은 되는 것 같다. 직무 특성상 상급기관의 사업을 수행하면서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대부분이 상위 담당자의 질문에 답하고 소명하는 것이다. 회의, 보고, 협상, 평가까지 모든 과정은 질문을 전제로 돌아간다. 거기에 이를 증빙하는 서류를 작성하는 행위를 반복해야 답변의 근거가 채워지는 것이다.

곰곰이 돌아보니 나는 성격, 심리, 직관 등 세가지 기제(機制)가 작동하고 있었다. 먼저 성격(性格)이다. 나는 성질이 급하면서 동시에 겁이 많은 성격이다. 그래서 상대방이 갑자기 질문을 던지면 이 두가지 성향이 충돌한다. 충돌하면 어느 한 쪽이 이기고 지는 결과가 나오는데 그 결과는 '침묵'이다. 철학적 해석으로 '無(무)' 이고 불교적 해석으로 '空(공)' 으로 해석하겠지만 결국 아무런 소득 없이 빈손으로 돌아선 셈이다. 자기 것도 제대로 챙기지 못해 주변의 눈칫밥만 먹는 내 자신의 난감한 표정, 그 앞에 질문자는 당황하면서 늘 그렇듯 상대방과 자문자답(自問自答) 으로 끝난다. 나는 이런 무기력한 상황을 '자폭'이라고 말한다. 이 '침묵 후 답변' 의 순간은 질문과 답변 모두를 잃어버리는 두려운 순간이다. 가르치는 일을 하시는 분들 그리고 관리자에겐 매우 익숙한 장면일 것이다.

두번째는 심리(心理)다. 성격은 '항상 나타나는 경향, 그 사람 다움' 이고 심리는 '즉시 반응하는 이유, 또는 겉으로 나타나는 자신의 분위기' 정도이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다. 그래서 상대방이 갑자기 질문을 던지면 어찌 벗어나야 할지 여러가지를 분석한다. 주변을 살펴보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지만 결국 나오는 답안은 늘 친숙한 내용으로 구성된 단어들로 실수를 최소화하는 문장을 만든다. 거기에 양념처럼 살짝 포장도 들어가면 무난하다. 가장 비생산적인 과정이면서 조직 안에서는 가장 안전한 방식이다. 문제는 이 방식이 거듭될수록 답변의 밀도가 점점 옅어져 결국 밑천이 드러나는 것이 단점이다.

마지막으로 직관(直觀)이다. 사실 앞서 말한 '침묵'과 '즉각적인 답변'은 모순되어 보이지만 나에겐 두가지의 방어기제이기도 하다. 직관은 타고나기 보다는 수많은 학습과 생각의 결과로 만들어진 후천적 본능이라고 할까. 이 질문이 어디로 흘러갈지, 이 답이 누구의 책임이 될지, 그리고 이 대화가 나에게 어떤 미래가 만들어지는지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수많은 생각 끝에 서슴지 않고 답변한다. 성실하고 성의껏 답변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모든 답변이 완벽할 수 없고 대화는 늘 답변 하나로 끝나는 경우가 없다. 어차피 굴비두름처럼 많은 질문들을 대응하는 답변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질문 한마디 한마디에 성격이 급하거나 북받쳐오르는 감정들을 조율하기에 힘들지만 견뎌야 하는 순간들이다. 반면에 답변 한마디 한마디에 부족함이 끝이 없는 감정도 질문자 입장에서 견뎌야 하는 순간들이다. 그래서 필자는 답변 후에 질문이 더 이상 안들어오길 바란다. 질문이 두려운 게 아니라 질문이 끝없이 책임으로 변해가는 시스템이 두려운 것이다.

이 글을 보았다면 다시 한번 자신에게 물어보자. "당신은 질문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답변하는 사람인가? 어쩌면 질문을 피한 것이 아니라, 책임을 떠맡는 구조를 피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양홍석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윤성원 한남대 총동문회장, 제38대 이사회 및 교류회 개최
  2. [현장에서 만난 사람]강형기 (사)한국지방자치경영연구소 이사장
  3. 박찬우 천안시장 후보, 북면 오이 농가 방문...생생한 현장의 목소리 청취
  4. 임전수가 바꿀 2030년 세종교육… 현안 인식서 본다
  5. '아산 성웅 이순신 축제', '보는 축제' 에서 '머무는 축제'로
  1. 천안법원, 수백억원 가로챈 아쉬세븐 아산지사장 등 일당 징역형
  2. 충남교육청평생교육원, 문해교육 학습장 대상 현장체험학습 실시
  3. 아산시, 1회용품 줄이기 박차
  4. 아산시, 영인산 '산불진화임도 조성사업' 착공
  5. 아산시가족센터, '줍깅' 봉사활동

헤드라인 뉴스


금강벨트 시도지사 선거 범친명 vs 찐보수 대결 구도

금강벨트 시도지사 선거 범친명 vs 찐보수 대결 구도

6·3 지방선거 여야 최대격전지 금강벨트 광역단체장 선거 대진표가 완성단계에 있는 가운데 집권여당 범 친명(친이재명)계와 제1야당 강경 보수파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이런 구도는 더불어민주당 국정안정 국민의힘 정권견제 이번 선거 프레임과도 일맥상통한다는 평가인데 충청 민심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 주목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충청권 광역단체장 4개 선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곳은 국힘 충북지사가 유일하다. 국힘 충북지사 후보는 1차 경선을 통과한 윤갑근 변호사와 현역 김영환 지사 간 맞대결로 결정된다..

정부 메가특구 구상에 과학도시 대전 기대감 커져
정부 메가특구 구상에 과학도시 대전 기대감 커져

정부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메가특구' 구상을 밝히면서 과학도시 대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도 경계를 뛰어넘어 산업별로 특구를 재편해 재정과 금융, 세제, 인재 등 7개 분야에 대해 파격적인 패키지 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다. 대전시는 우주항공, 바이오헬스, 나노·반도체, 국방, 양자, 로봇·드론 등 6대 전략산업 분야에서 향후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정부는 가칭 '메가특구특별법'을 국회와 협의를 통해 올해 안으로 제정하고, 법 제정 이후 메가특구 지정을 신속하게 추진할 예정이다. 15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돌아온 늑구에 쏠린 관심… 기대와 우려 속 숙제는 가득
돌아온 늑구에 쏠린 관심… 기대와 우려 속 숙제는 가득

대전오월드에서 탈출했던 늑대 '늑구'가 9일 만에 생포되면서 무사 귀환에 대한 안도감과 함께, 이번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동물원 시설·운영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철저히 짚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전국적 관심을 모은 늑구가 향후 오월드의 새로운 상징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지만, 섣부른 재개장보다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 먼저라는 지적 역시 적지 않다. 대전시와 수색 당국에 따르면 17일 늑구는 오전 0시 44분께 대전 중구 안영IC 인근에서 최종 포획됐다. 앞서 시민 제보를 토대로 인근 드론 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늑구’의 인기에 대전오월드 재개장에도 관심 ‘늑구’의 인기에 대전오월드 재개장에도 관심

  • 2026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성료…휴머노이드 로봇 ‘눈길’ 2026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성료…휴머노이드 로봇 ‘눈길’

  • 늑구 탈출 관련해 사과하는 정국영 대전도시공사 사장 늑구 탈출 관련해 사과하는 정국영 대전도시공사 사장

  • 열흘 만에 돌아온 ‘늑구’ 브리핑 열흘 만에 돌아온 ‘늑구’ 브리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