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에서, 키우고 싶은 사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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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에서, 키우고 싶은 사회로

이나영(인구보건복지협회 대전충남지회 인구사업과장)

  • 승인 2026-03-07 01:06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저출생은 일자리와 주거, 경력 단절 등 사회 구조적 불안이 얽힌 문제이므로 출산을 개인의 선택에만 맡기지 말고 국가와 사회가 양육 책임을 함께 나누는 구조로 전환해야 합니다.

일회성 지원보다는 유연근무제 정착과 남성 육아 참여 확대 등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조직 문화의 변화와 촘촘한 지역사회 돌봄 인프라 구축이 실질적으로 필요합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대전충남지회 인구사업과장 이나영
이나영(인구보건복지협회 대전충남지회 인구사업과장)
저는 인구보건복지협회 대전충남지회에서 인구사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이자, 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이다. '저출생'이라는 단어는 제게 단순한 정책 용어나 통계 지표가 아니다. 그것은 회의실에서 마주하는 사업계획서이면서 동시에, 퇴근 후 아이의 손을 잡고 걸으며 떠올리게 되는 미래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수치는 해마다 발표되지만, 숫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실이 있다.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청년들의 선택 뒤에는 단순한 가치관 변화만이 아니라 구조적인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 감당 가능한 주거비, 예측 가능한 미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상황에서 출산은 용기가 필요한 결단이 되어버렸다.

저 역시 아이를 낳고 복직하던 시기를 떠올리면, 저출생 문제가 왜 개인의 선택을 넘어 사회 구조의 문제인지 실감하게 된다. 아이는 아직 어렸고, 저는 업무 공백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었다. 아이가 아플 때마다 연차 사용을 고민해야 했고, 어린이집 하원 시간에 맞추기 위해 업무 일정을 조정해야 했다. 퇴근 이후에도 육아와 가사라는 또 다른 노동이 이어졌다. 이러한 경험은 비단 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워킹맘과 워킹대디가 일과 돌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여전히 출산을 '장려'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가.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양육 환경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영역이다. 일회성 지원금이나 단기적 인센티브는 출산 결정을 돕는 요소일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키우는 시간이 경력의 손실이나 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특히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는 여전히 저출생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출산과 동시에 경력 성장의 흐름이 멈추거나 후퇴하는 현실은 많은 여성들에게 두려움으로 작용한다.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제도의 실질적 정착, 남성 육아휴직의 활성화, 육아 참여에 대한 조직문화의 변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돌봄을 개인의 희생이 아닌 사회적 투자로 인식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사업을 추진하며 느끼는 또 다른 과제는 '인식 개선'이다. 저출생을 단순히 청년세대의 가치관 변화로 치부하는 접근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혼과 출산이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시대에, 우리는 왜 그 선택이 긍정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지를 물어야 한다. 아이를 낳는 것이 부담이 아니라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 회복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역사회 기반의 촘촘한 돌봄체계 구축 또한 중요하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 접근 가능한 산부인과와 소아의료 인프라, 방과 후 돌봄 서비스는 부모의 체감도를 크게 좌우한다. 거창한 정책 슬로건보다 "집 근처에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확신이 출산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혼자가 아니다'라고 느끼는 순간, 출산과 양육에 대한 부담은 줄어든다.

또한 아버지의 육아 참여 확대는 저출생 대응의 중요한 열쇠다. 최근 현장에서 아빠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느낀 점은, 돌봄의 주체가 확대될수록 가정 내 분위기와 부모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육아가 특정 성별의 역할이 아니라 공동의 책임으로 인식될 때, 출산과 양육은 부담이 아닌 공동의 경험으로 전환된다.

저출생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이의 웃음을 사회의 핵심 가치로 두는 순간 변화는 시작된다는 점이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나라를 넘어, 아이를 키우고 싶은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와 구조의 문제이며, 동시에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저는 인구사업 업무를 담당하는 현장 실무자로서,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로서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작은 캠페인 하나, 부모교육 한 차례, 지역연대 활동 한 번이 당장 출산율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지역의 분위기를 바꾸는 씨앗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지역의 변화가 쌓이고, 그 변화가 전국으로 확산될 때 비로소 우리는 저출생의 터널을 지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를 낳는 용기를 개인에게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책임을 사회가 함께 나누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그 길 위에서 저는 오늘도 일하는 엄마로, 그리고 인구정책의 현장에 선 실무자로서 묵묵히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우리의 작은 실천이 다음 세대의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나영(인구보건복지협회 대전충남지회 인구사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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