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학교는 자유, 민주의 산실: 대전 3.8학생의거를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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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학교는 자유, 민주의 산실: 대전 3.8학생의거를 돌아보며

김덕균 중국 산동사범대학 한국학연구소장

  • 승인 2026-03-08 16:50
  • 신문게재 2026-03-09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명나라 말기 부패한 환관 권력에 저항한 동림서원의 사례는 국가 정책이 지식인들의 공론에 기반해야 한다는 민주적 가치를 보여주며 역사적 교훈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전통은 한국으로 이어져 대전의 3.8 민주의거와 4.19 혁명 같은 학생운동의 뿌리가 되었으며, 이는 부정부패에 맞서 정의를 수호하려는 순수한 열망의 표출이었습니다. 결국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성숙한 민주주의는 과거부터 이어진 학생들의 희생과 사회적 목소리가 밑거름이 되어 이룩된 소중한 결실입니다.

김덕균균
김덕균 소장
영원한 아름다움,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뜻에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이 나왔다. 그럼에도 영원한 권력을 꿈꾸며 온갖 부조리한 일들을 서슴지 않았던 이들을 역사 속에서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덕분에 흥미진진한 역사 공부의 재미를 더하고는 있지만, 당대를 산 이들에게는 엄청난 피해와 아픔이 수반됐다. 피해 당사자는 물론이거니와 그 가족과 주변사람들이 받았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중국 명나라 말기 황제권력과 결탁한 환관들의 부조리한 독재에 대항했던 학교 사례가 대표적이다. 환관은 황제의 곁에서 시중드는 정치에 간섭해서는 안 되는 내시들이다. 불필요한 욕심과 욕망을 잠재우기 위해 애당초 거세를 해야만 했던 이들이 권력의 중심에 서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황제와 황제 가족들의 안위에만 신경써야할 환관들이 돈과 권력의 맛을 보면서 돌변한 것이다.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 이들이 정치일선에 나서면서 정치는 무너지고 나라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뜻있는 선비들은 스스로 궁궐을 떠났고, 오로지 환관에 들러붙어 아첨하며 세상을 농락하는 간신 무리만이 궁궐에 남아 활개를 쳤다. 정치가 제대로 될 리 만무했고, 경제도 그들 손에 장악되며 민생은 파탄에 이르렀다. 곳곳에서 생존을 위한 농민봉기가 일어났고 무질서한 사회는 갈 길을 잃었다.

이때 뜻있는 일부 지식인들이 오늘날의 사립학교에 해당하는 서원에 모여 세태를 한탄하며 정권에 대항했다. 강소성 무석에 있는 동림서원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서원에 모인 지식인들은 환관을 중심으로 한 부패권력 척결을 모토로 활동반경을 넓히며 합리적 대안을 제시했고, 이들을 지지하는 상공업자들과 서민들이 늘어났다. 세력판도가 확대되자 위협을 느낀 환관들은 동림서원을 반역집단으로 몰아세우며 서원을 폐쇄하고 이에 가담한 핵심 인물들을 잔혹하게 고문하고 살해했다. 결국 동림서원은 몰락했고, 자정능력을 상실한 명나라는 멸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사익만을 앞세운 환관내시와 간신들의 부정부패가 나라를 쇠락의 길로 몰아간 것이다.

당시 동림서원에서 직접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그 영향아래 있던 명말 최고의 유학자 황종희는 모든 국가정책의 시비판단은 학교의 여론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며 오늘날의 민주적 정치질서와도 유사한 내용을 강조했다. 학교는 단순 지식 연마만이 아닌 인격과 지성을 함께 겸비한 사회지도자를 양성하는 기관이니만큼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학교의 공론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대의민주주의 전 단계 이론이다. 이런 학교의 중요성은 한국에도 영향을 주었다. 조선시대 서울의 성균관과 지방의 서원에 소속된 학생들의 의견이 존중되고 일부는 정책에 반영됐다. 그만큼 학생들은 사회문제에 대해 순수하고 정의로운 판단을 했기 때문에 때 묻은 기성 정치인들과 비교됐던 것이다.

이런 전통사회 학생운동은 근현대 사회에서도 그 맥을 이어갔다. 1960년 당시 이승만 독재정권의 부정부패에 맞서 자유와 정의를 외치며 수많은 학생들이 들고 일어난 4.19혁명이 대표적 사례이다. 주지하듯 4.19혁명은 부정부패로 얼룩진 정치권력에 대항한 학생운동이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학생들이 희생됐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4.19혁명 이전인 3월 8일 대전에서 같은 목적과 뜻을 갖고 학생운동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대전의 3.8민주의거이고,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마산의 3.15민주의거, 서울의 4.19혁명으로 번져나갔다. 다행히 지금은 대전의 3.8민주의거를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여 그 의미를 되새기고 있지만, 그간 우리는 너무 소홀히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반성한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매우 성숙한 자랑스러운 정치제도라 할 수 있다. 대전의 3.8민주의거와 같은 희생적 학생운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음을 다시금 되새겨 볼 때이다.

/김덕균 중국 산동사범대학 한국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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